복음과 영적 전쟁 3
영적 전쟁 개념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습니다. 영적 전쟁터는 모든 거듭난 크리스천들이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영적 전쟁은 크리스천 경험 전체의 통합된 일부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Arnold 1997:19)
흔히 영적 전쟁을 말하는 분들이 ‘귀신 들림(spirit possess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마치 현실과 조금 다른 영적 세계의 싸움으로 국한할 수가 있습니다. 영적 전쟁에 ‘귀신’과 전쟁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싸워야 할 영적 전쟁은 세 가지 면이 있습니다. 육체, 세상, 사단입니다(Dickason, 71).
1. 육, 육체
성경에서 육체는 문맥에 따라 다양한 뜻으로 해석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육체를 가진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실 때 육신을 벗고 영만 부활하신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육체가 항상 나쁘게 쓰이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지역에 널리 퍼졌던 이원론은 육은 무조건 악하고 더러운 존재이고, 영은 고상하고 깨끗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세속적인 생각이 기독교 안에 들어와 영지주의로 자리하더니 점점 퍼져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육을 나쁘게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악한 영이 사람에게 영향력을 발휘하여 세상적 사고방식, 이기적 사고방식, 죄된 사고방식을 쫓을 때입니다. 아담이 죄를 범한 후 모든 사람은 죄의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것은 육신만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마음과 영혼까지 죄가 퍼졌습니다. 그러므로 타락한 인간은 몸만 타락한 것이 아닙니다. 지, 정, 의를 비롯해서 정신과 마음과 영혼까지 죄로 말미암아 더럽혀진 상태를 육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바울은 옛사람이란 표현을 하였습니다.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사람을 벗어 버리고”(엡 4:22)
바울은 옛사람을 단순히 육신으로 오해하지 않게 하려고 길게 정의하였습니다. 옛사람은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사람을 뜻합니다. 옛사람은 몸만 말하지 않고 전 인간(인간 전체)을 말합니다. 바울은 죄가 육신 안에 거한다는 표현을 자주 하였습니다(롬 6:6, 7:20,21,23,25, 8:3, 엡4:22). 그러므로 육신 혹은 육, 육체라는 말이 성경에 나올 때 우리는 그 말의 정확한 의미를 살피지 않으면 영지주의적 해석에 빠지기 쉽습니다.
영적 전쟁에서 사용하는 육체는 사람의 죄에 사로잡혀 있는 전인을 말합니다. 바울은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고 하나님과 원수가 된다고 하였습니다(롬 8:6,7). 육신은 성령을 거스르는 욕망을 가집니다(갈 5:17). 바울은 육체가 원하는 일들을 자세히 나열했습니다(갈 5:19-20). 그것은 죄에 사로잡혀 세상에 취하여 사는 옛사람의 모습을 말합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단순한 육신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에 사로잡혀 사는 자신입니다.
2. 세상
세상이라는 단어 역시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사랑하셔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작품으로서 세상은 아름답고 영광스럽고 거룩합니다. 그러나 죄가 세상에 들어오면서 세상도 타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 만물은 말할 수 없는 탄식 가운데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죄로 말미암아 타락한 인간들이 환경을 오염하고,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죄는 자연과 사람만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세상 주관자(정치 권력자)들과 사회 시스템과 사람들의 사고방식(세계관, 가치관)까지 모두 오염시켰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을 인류학자들은 ‘문화’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 문화는 죄가 만들어 낸 문화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성경은 사단을 ‘이 세상의 신’이라고 말합니다(고후 4:4). 이 말은 피조물 중심의 철학을 만들어낸 자가 사단이란 뜻입니다(Dickason,75). 바울은 이 세대를 악하다고 하였습니다(롬 12:2, 갈 1:4).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 의해 지배를 받고 세상의 노예가 되어 세상의 정신을 따르고 있습니다. 사도 요한은 요한일서 2:16-17에서 세상의 힘과 철학을 설명합니다.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3. 사단
사단은 존재합니다. 사단은 하나님처럼 지배하고 다스리기를 원합니다. 그는 온갖 악한 것을 잘 포장하여 사람들을 미혹합니다.
“그러나 너희 마음속에 독한 시기와 다툼이 있으면 자랑하지 말라 진리를 거슬러 거짓말하지 말라 이러한 지혜는 위로부터 내려온 것이 아니요 땅 위의 것이요 정욕의 것이요 귀신의 것이니”(약 3:14-15).
사단은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합니다. 우리가 아는 바대로 귀신을 동원하여 사람에게 직접적인 악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그보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육신과 세상이 쉽게 따를 수 있는 사고방식, 문화, 세계관을 오염시켜 그리스도인들도 따르게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연약한 존재입니다. 상처 받기 쉽습니다. 누구나 좋았던 것, 행복한 것보다는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이 더 생생한 법입니다. 사단은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쓴 뿌리를 통로로 삼아 우리에게 악한 사고방식을 주입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죄악으로 사망으로 이끌어 가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보다 육신을 따르도록, 그것도 안 되면 사회 문화와 풍토를 따르도록 우리를 유혹하거나 압력을 행사하거나 귀신 들림을 사용하거나 합니다.
영적 전쟁은 이 세 가지 영역에서의 전쟁입니다. 이 영적 전쟁은 결코 쉬운 전쟁이 아닙니다. 깨어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지 않으면 어느새 세상 풍조에 휩쓸리게 됩니다. 바울은 날마다 자신을 쳐서 하나님의 뜻에 복종시킨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자신을 쳐서 주님 앞에 나아가는 훈련을 거듭해야 합니다. 훈련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딤전 4:8)
1. C. Fred Dickason, ‘그리스도인도 귀신들릴 수 있는가?(Demon Possession & the Christian)’, 김병제, 이학규 옮김, 서울 : 요단출판사, 199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