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고 소심한 어느 남자가 자기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서로는 자신들의 성격에 대해서 약간의 불만이 있었던 터라 상대방이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주리라 생각했고, 실제로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며 잘 살고 있었다. 아들과 딸도 하나씩 두고 화목한 집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조금씩 커가면서, 아들은 아빠의 성격을 딸은 엄마의 성격을 쏙 빼닮은 것이 점점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가 문제였다. 엄마는 딸이 조금 실수를 해도 잘 다독여주며 격려를 해주는 편이었는데 아들에게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아들의 모든 습관을 뜯어고치려 했고 아들이 좀 실수를 하면 딸에게 보여주던 너그러움도 없었다. 그런 아내의 태도는 마치 남편에게 해야 할 분풀이를 아들에게 하는 듯했다. 아빠를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남편을 대하는 아내의 태도는 예전과 다름없는 좋은 모습이었다. 남편의 고민은 깊어진다.
'내 성격이 마음에 안 들지만 억지로 참고 사는 것인가? 진짜 이 성격이 마음에 안 드나 보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우연히 아내의 한마디를 주어 듣고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넌 어쩌면 그렇게 발가락까지 쏙 빼닮았냐? 안 닮았으면 좋았을 것을."
아내가 아들의 발톱을 깎아주며 하는 중얼거림이었는데, 아들은 독특한 모양의 엄지발가락을 갖고 있었다.
'아하, 그래서였군.'
남편의 엄지발가락은 전혀 그런 모양이 아니었다. 그런 모양의 엄지발가락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바로 시어머니였던 것이다. 그랬다. 시어머니는 그 꼼꼼하고 소심한 성격을 아들에게 그리고 손자에게 대물림을 해줬던 것이다.
그동안 아내는 시어머니께 더할 나위 없는 착한 며느리였기에 시어머니에 대한 큰 불만이 있으리라고는 남편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성격이 전혀 다른 시어머니가 아내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남편 하고는 가끔 부부싸움이라도 하면서 불만을 해소할 수 있었지만, 시어머니에게는 불만을 직접 해소할 방법이 없었으니.
우리는 매일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사는데, 대부분은 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들일지라도 백 퍼센트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자기 자식, 부모, 아내, 남편에게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나쁜 습관들이 얼마나 많은가? 절대로 내 입맛에 맞게 고칠 수 없는 그런 습관들. 우리는 남들의 이런 습관들을 인정해주는 것이, 자신의 정신 건강에도 좋고 어차피 어울려 살아가야 할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에의 인정이 쉽게 안 되는 관계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고부간 관계이다. 고부간에는 그 둘 사이를 이질적으로 배척하게 만드는 어떤 기운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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