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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몽 Oct 09. 2023

10년 동안 10개 직업

프롤로그


작가가 되고 싶어 처음 구입했던 노트북

오랜만에 친한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에게 “계속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야.”라고 하소연하듯 내뱉었다. 전화기 넘어 위로의 말을 기대했다. 

      

“너 그거 10년 전에도 말한 거 알아?”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기분이 나빴던 게 아니다. 내가 글을 쓰는 삶에 대해 매번 고민하고 믿음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고민에 빠졌다. 아니 어쩌면 알지만 외면했던 사실을 마주했다. 정면 승부가 필요하다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비겁했다.    

 

글을 쓰는 삶을 꿈꾸며 생계를 위해 일을 했다. 일하면서 글쓰기는 건 힘들다는 핑계로 매번 미뤘다. 글쓰기로 돈을 벌고 싶다고, 밥 먹으며 살고 싶다며 여기까지 왔지만 쉽지는 않았다. 분명 처음에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고, 희망이라는 것을 가졌던 일이었는다. 


이제는 왜 글을 쓰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도 번아웃이 왔고, 2년 동안 글쓰기와 담을 쌓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쓰기라는 것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작가니까 경험 많이 하면 글 쓰는 데 도움이 될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긍정적인 마인드였다. 지금은 누군가 그런 얘길 하면 귀에 대고 ‘글 못써도 되니까 그만 경험하고 싶다’라고 속삭일 것이다. 크게 말하면 진짜 글을 못 쓰게 될지도 모르니까.     


직업(職業)의 정의에 대해 다시 검색해 보았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누구든 살아가기 위해서는 직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산다는 것은 돈이 많든 적든 비용이 든다. 적어도 살 집과 죽지 않을 만큼의 음식 그리고 몸을 보호하는 옷이 필요하다. 가만히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최소한이라도 비용이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헌법에도 직업은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속적 소득활동’을 의미한다. 직업이라는 말에 '업'이라는 단어에는 생계, 생업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돈을 받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지 직업이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노력이 한순간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 글을 써서 돈을 벌지는 못했으니까. 문득 취미로 오랜 시간 많은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서 보상받지 못한 노력에 허탈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마음은 병으로 자리 잡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며 살아가고 싶었지만 동화에서나 나오는 이상적인 꿈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기도 힘들지만, 그걸 발견해서 발전시키고 무언가 성과를 내는 사람들도 흔하지는 않다.

      

동갑인 사촌은 대학 졸업과 동시 취업을 했고, 현재까지 10년 이상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 월급이 꼬박꼬박 10년 동안 나왔고, 그의 삶을 보며 만약 내가 저런 삶을 살았다면 행복하고 좋았을까 잠시 상상해 보았다. 물론 그에게도 나름의 고민은 있다.      


20대에 나는 한 직장에 오래 다니는 삶에 대해 상상할 수 없었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자체가 답답하다고 생각했고, 혼자서 회사라는 조직 생활이 맞지 않다고 단정 지었다. 오랜 시간 일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지레짐작 새롭게 발전하지 하고 한 곳에 고인다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지금은 한 직장에 10년 이상을 다닌 사람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며 주변에 그런 사람들에게도 존경스럽다고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반대로 나는 10년 동안 10개의 직업을 가져본 사람이다. 10개의 직업을 가졌든 1개의 직업을 가졌든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은 같다. 


다시 직업을 구하게 되면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직업이란 무엇인지 일반적으로 말하는 직업과 내가 생각하는 직업이란 어떻게 다른지를 생각하며 나만의 직업을 찾아가려고 한다. 


지난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했다. 일을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었다. 일을 구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되고,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했던 일을 돌아보니 그래도 열심히 살았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용기를 얻었다. 


지난 시간 동안 맥도널드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무대 조명디자이너, 보조교사, 미술교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GIS 지도회사 직원, 청평화 도매 의류 시장 판매 직원, 드라마 보조출연자, 드라마 보조작가, 인터넷 뉴스 에디터, 드라마 모니터링요원, 건축 미니어처 직원, 장난감 판매원, 극장 안내원 등의 많은 직업을 체험하며 겪었던 일들을 함께 공유하려 한다.


매일 입에 일하기 싫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누군가 나에게 "그럼 일 안 하면 뭐 할 건데"라고 물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고 대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더욱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일에는 열심히 임했다.


일하기 싫은 사람이 어쩌다 보니 부지런히 일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깨달음을 기록하려 책상 앞에 앉았다. 꿈을 향한 열정으로 일을 찾아 고군분투하며 겼었던 실패를 통한 깨달음에 대해 나누고 싶었다. 내가 겪은 다양한 경험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멈춰있는 시간에서 지금보다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기 위해서 '나의 짧은 직업 일지' 기록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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