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몽 Nov 27. 2023

위로의 편지를 쓰는 몽당연필

인도_콜카타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내가 내가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윤복희 <여러분>


한 소녀가 마이크 앞에 섰다. 어린 시절 미국에 이민 간 15세 소녀는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오디션에서 소녀는 가수 윤복희 <여러분>을 노래했다. 경연동안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자신과 같은 사람들 위해 불렀던 노래는 호평을 받았다. 서툰 한국어 발음이었지만 소녀의 마음이 전해져 위로와 울림을 선사했다.

      

내 인생에도 울림을 선사한 사람이 있다. 인도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했던 말은 인상적이었고, 아직도 그의 말을 마음에 품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죽음의 신 ‘칼리’가 있는 인도 콜카타에 ‘마더 하우스’에 있다.  

   

인도 길거리에는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며 먹는 시늉으로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거리에 누워 잠을 자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비가 많이 쏟아지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거 같은 집에서 살아가는 빈민가 사람들이 생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일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들은 인도에 카스트 제도에도 속하지 않는 불가촉천민으로 이렇다 할 직업도 돈도 없다. 꿈이나 미래를 생각하는 자체가 사치인 삶으로 생존만을 바라보며 사는 삶은 참으로 가혹하다. 인도 사람들마저 버린 인도인이다. 그는 이런 사람들의 한 사람이 되어준 사람 ‘마더 테레사’이다.   


인도 콜카타 마더하우스 '마더 테레사' 동상/ 온라인 커뮤니티

‘마더 테레사’는 인도에서 가난한 사람처럼 검소하게 사는 것을 지향했다. 세 벌의 사리와 튼튼한 신발만 소유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한 사람이 되어주기로 가난한 삶을 살아가기로 선택하였다.      


“가난한 사람들처럼 살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들을 참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가진 것이 많을수록 줄 수 있는 것은 적습니다.”라며 인도에 가난한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나를 위로해 줄 한 사람을 찾았지만, 그를 찾을 수 없었기에 내가 그 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는 그는 인도에 가난한 자들의 ‘마더’가 되었다.      


위로하는 말을 건네기는 쉽다. 그러나 위로의 삶을 사는 것은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은 마더 테레사는 해냈다. 내가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전했던 위로는 참 위로였을까.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포옹이 주는 위로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안다.      


인도 콜카타 마더하우스/ 온라인커뮤니티

자신을 '하느님의 몽당연필'이라고 표현한 마더 테레사는 오늘도 위로의 편지를 보낸다. 아무도 하지 않는 그 한 사람이 되겠다고. 친구가 되어주겠다며 삶으로 전해준 위로는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인도에 가기 전에는 마더 테레사가 누군지도 몰랐다. 그쪽으로 관심도 없었다. 인도에서 그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가 인도에 거리에 사람들에게 전한 위로는 영혼을 사랑하는 용기 있는 선택이며 '연민'을 넘어 '공감'으로 살아냈다. 


그의 삶을 존경하지만 나에게 그런 삶을 살 수 있냐고 묻는다면 거절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살고 있는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위로는 있을 것이다. 힘들고 지친 옆 사람에게 '벗'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한 소녀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던 것처럼. 한 사람으로 인해 사람은 살기도 죽기도 하는 것처럼. 누군가에 한 사람이 되어주자.      

이전 02화 '노 프라블럼'의 시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