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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몽 Feb 16. 2024

프라하에 간다면 인형극을 보세요

체코 프라하_마리오네트 인형극

체코 프라하 거리

3주 동안의 긴 유럽 여행에 마지막 종착지는 체코 프라하였다. 프라하는 무대미술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도시이다. 바로 PQ(Prague Quadrennial of Performance Design and Space)라는 세계 무대미술박람회가 열리는 곳으로 무대미술을 전공할 당시 선망의 장소였다. 

     

PQ(Prague Quadrennial of Performance Design and Space)는 1967년 제1회 박람회를 시작으로 4년에 한 번 열리며 전 세계의 무대, 조명, 음향, 영상 디자이너 및 기술, 제작 감독과 극장 건축 관계자 등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세계적인 무대에서 예술과 문화를 선보이는 국제박람회이다. 

    

무대미술을 공부할 당시에 가보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을 이제라도 해소하자며 10년이 지나서야 프라하를 찾았다. 물론 PQ에는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곳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프라하는 예술의 도시인만큼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그중에도 마리오네트 인형과 인형극이 유명하다. 그래서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프라하에서는 인형극을 꼭 봐야겠다며 위시리스트에 포함시켰다.   


<돈 조반니> 공연 마리오네트 인형

인형인 마리오네트에 각 부분을 실로 연결하여 손으로 잡아당겨 움직이게 하는 인형극은 체코가 오스트리아의 지배에 있을 때 시작되었다. 마리오네트 공연은 12세기 종교의식으로 시작하여 전통이 꽃피운 것은 18세기부터 300년이 넘었다.      


당시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가의 지배로 모든 연극이 독일어로 상영되었다. 마리오네트는 체코어를 지키고 그들의 울분을 풀어 주며 체코인의 정신을 담아내는 수단이 되었다. 마리오네트 극작가들이 나치 독일과 공산 정권하에서도 민족을 위로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그래서 담긴 주제도 대부분 계급 사회 비판이나 풍자극이 많았다.  


흔히 인형극 하면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골에서 유흥이 없었던 시절 어른들을 위한 공연이었다. 19세기 후반이 지나고 나서 아이들을 위한 극을 상연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주가 되었을 정도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다.    


현재도 프라하 어디에서든 마리오네트를 만날 수 있는 걸 보면 마리오네트에 대한 체코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체코에서 인형극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화의 한 축이 되었고, 2016년 12월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가치 있는 문화재이다.  

2016년 인형극 극장 앞에서 찍은 사진

  

인형극장 설명

프라하에 도착해 가장 인기가 많은 마리오네트 레퍼토리 <돈 조반니>를 보러 갔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가 프라하 인형극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탈리아어로 상영된다.  <돈 조반니>는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프라하에서 초연을 했기에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작품 내용은 돈 조반니가 한눈에 반한 여인을 유혹하려다 겪게 되는 사랑의 희로애락을 담았다. 섬세한 나무 인형의 표현력에 놀라게 된다. 아무래도 인형극은 일반 연극보다는 움직임이 둔탁하기 때문에 극의 흐름을 재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돈 조반니> 작품에 대해 “주인공이 동시에 나머지 인물들의 내면적 힘이라는 점이 바로 이 오페라의 신비다. 돈 후안의 삶은 곧 그들 속에 내재해 있는 삶의 원리이다.”라고 말했다.      


인형극 극장 안 (양옆에 자막 스크린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국립마리오네트극장이 개관한 이래 수많은 인형극 극장들이 개관하였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따라잡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1991년 <돈 조반니 Don Giovanni> 첫 공연을 올린 이래 6,000번도 넘게 같은 작품을 상연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졌다. 


체코의 인형극에는 그들의 정신이 담겨있다. 자신의 뿌리를 지키고자 했던 시대의 마음이 녹아있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인해 짓밟혀야 했던 역사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숨구멍이고, 그들에게 ‘얼’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최근에 프라하를 다녀온 친구가 프라하에서 인형극을 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은 건지, 친구가 찾지 못한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기회가 된다면 프라하에 간다면 인형극 보기를 추천한다.


여행 당시에는 인형극이 유명하다는 말만 들었지 왜 유명한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프라하 여행 글을 다시 쓰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면서 숙연해졌다. 만약에 마리오네트 인형을 다시 보게 된다면 고생했다며 쓰다듬어 주고 싶다.  



참고자료

Tripful, 프라하, 피크마리온, EASY&BOOKS, 2018

클라시커 50 오페라, 볼프강 빌라쉐크, 이재황 옮김, 해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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