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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 가. 자퇴할 거야.”

by 사월


1. 자퇴 선언, 그날 아침


“학교 안 가. 자퇴할 거야.”

개학 첫날 저녁, 아이의 말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중학교 2학년, 개학을 앞두고 한껏 불안해 보이던 아이는 결국 폭발하듯 말문을 열었다.

학교도 싫고, 담임선생님은 더 싫고, 같은 반 친구들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튀는 행동을 해보고 싶었어. 그런데 그게 그냥 내 이미지가 돼버렸고… 이제는 거기서 못 빠져나오겠어.”


말리려 하자, 아이는 단호했다.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해.”

그 말을 남기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2. 연락 없는 밤, 초조한 기다림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연락은 닿지 않았다.

몇 시까지 안 들어오면 실종신고를 해야 하나, 마음속에서 수십 가지 생각이 오갔다.

결국 “12시까지 안 들어오면 실종신고할 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그제야 아이는 돌아왔다.


돌아온 아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검정고시 준비할 거예요. 학교엔 안 가요.”


그 말 이후, 아이는 정말로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하루, 이틀, 아흐레… 시간이 무기처럼 흘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3. 학업중단숙려제라는 선택


그러다 우연히 학업중단숙려제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해봤다.


“푸름아, 아직 시간이 많아.

숙려제 기간 동안 여러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보자.

해보고도 아니다 싶으면, 그때 자퇴해도 돼. 늦지 않아.”


아이도 수긍했다.

일주일에 한 번, 위클래스 선생님을 만나기로 했다.

또 다른 기관의 상담 선생님도 연결해 주었고, 학생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정된 시간에 학교를 찾았다.


위클래스 선생님은 상담이 끝난 뒤, 비밀유지 원칙을 지키면서도

내가 걱정하지 않게끔 간접적으로 상황을 전해주셨다.


그렇게 조용한 만남과 대화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반복되었다.


4. 7주 후, 다시 학교로


7주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아침.

아이 푸름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당황했다.

놀란 건 나만이 아니었다. 담임 선생님도, 친구들도 놀랐다.

그리고 그날, 위클래스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푸름이가 학교에 오니까요… 학교가 꽉 찬 느낌이 들어요. 오랜만에 따뜻했어요.”


5. 푸름이의 말: “학교는 그냥 잠깐 다녀오는 곳이야”


요즘,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들의 글을 자주 본다.

그 글들을 보면 예전의 내가 떠오른다.

그때의 나처럼, 지금도 누군가는 긴 밤을 지새우며 아이가 다시 학교에 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푸름이에게 물었다.

"다시 학교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뭐야?"

"중간에 중간고사 보러 갔는데, 그때 애들이 되게 반겨줬어요. 그리고 위클래스 선생님이 정말 좋았고요."

"넌 정말 인복이 있구나."

"그리고 엄마가 학교에 가야 한다고 할 때는 정말 가기 싫었는데, 엄마가 그냥 두니까 다시 학교에 가고 싶어 졌어요."


"혹시 학교에 안 가고 있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


푸름이는 주저하지 않고 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힘들겠지만, 학교는 그냥 가야 돼. 회피하면 안 돼.
너무 큰 의미 두지 마. 학원처럼 잠깐 갔다 오는 곳이라 생각해.
학교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친구들 시선? 애들은 생각보다 너한테 관심 없어.
그리고… 지금 학교 친구가 전부가 아니야.
친구는 학교 졸업하고도 새로 만들 수 있어.”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였다.

더 늦기 전에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6. 지금 너의 웃음이, 누군가에겐 희망이야


시간이 흐르고, 이제 푸름이는 말한다.

학교는 다닐만하다고.

예전처럼 긴장하진 않는다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그 말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가 이렇게 웃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 잘 해냈다.”


푸름아, 지금 네가 웃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큰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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