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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다움 Mar 12. 2024

휘게 혹은 퀘렌시아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던

함께 혹은 나만의

휘게 와 퀘렌시아는 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꼭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휘게(hygge)는 덴마크어로 편안하고 아늑한 상태를 말하며,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소박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을 추구하는(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 제시카 조엘 알렉산더) 북유럽식 라이프 스타일이고, 퀘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의 의미로,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 수 있는 자신만의 휴식처를 뜻한다. 퀘렌시아는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용어 모두 편안함과 휴식을 추구하는 개념이지만, 휘게는 일상 속에서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퀘렌시아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휴식처를 찾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차이가 있다.  


일부 개념적인 차이는 있지만 두 가지 모두 쉼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그려질 법한 쉼의 방법들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모두가 함께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것은 그 시간과 장소 자체가 외부와 구별된 심리적으로 안정감 있는 쉼의 공간이 되어 준다. 긴장이 없고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그 시공간에 머무는 것 자체가 행복이자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힐링이 될 수 있다. 부담 없는 함께함 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퀘렌시아의 자신만의 구분된 쉼이다. 그 누구도 신경 쓸 필요 없이 오롯이 나 자신의 상태에 집중하여 쉴 수 있는 시간, 생각을 정리하며 동시에 마음을 정돈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가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서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에게 맞는 쉼의 방법을 찾아서 리추얼화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그 어원과 원래의 의미의 차이보다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휴식에 특별한 의미를 담은 단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단지 쉼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단어가 담고 있는 쉼의 방법들을 동경하기도 하고 동참하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쉼에는 그저 생명 유지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체력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마음이 쉬어가기를 바란다는 포인트도 간과할 수 없다. 몸이 지친다는 표현만큼이나 많이 쓰는 것이 마음이 지친다는 표현이다. 체력이야 생명이 있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한계가 있으니 그 표현이 타당하다 하겠지만 마음에도 같은 표현을 쓰고 그것을 모든 사람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치 눈에 보이는 것처럼, 아무도 그것이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마음이고 감정이다. 단순히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일 뿐이라고 보기에 사람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그 복잡함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몸에만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도 병이 생기고 마음의 병을 위해 정신과가 있으며 마음의 병에는 증상들도 분명하다. 우리가 쉼을 가질 때 그저 몸이 쉬면 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그것을 바꾸어 체력뿐 아니라 마음력(출처 : 우리말샘)도 회복하고 비축할 수 있는 쉼의 방법들을 나 스스로를 위해 계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 휘게 와 퀘렌시아를 다시 떠올리면 둘 다 마음을 많이 고려한 쉼의 방법들로 제안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깥'에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그곳에서 그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을 하는 것이 체력뿐 아니라 정신의 소모도 상당하다는 것과 체력이 떨어지면 마음도 지치고 반대로 마음이 지치면 체력도 금방 고갈이 되는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로 인해 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들이 모두 함축된 것이라서 단어들의 뜻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이해되고 공감을 얻어 이렇게 국경을 넘어서까지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개념들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쉬고자 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쉼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사람이 어느 때는 휘게를 또 어느 때는 퀘렌시아를 원할 수도 있다. 어떤 쉼의 형태이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또 한 번, 우리에겐 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찾은 쉼을 무엇이라 부르든 그 시간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길 뿐 아니라 삶 자체가 짙어지고 다채로워진다. 일과 학업으로 나의 외면을 성장시킬 수 있다면 나에게 맞는 건강한 쉼의 방법으로 나의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다. 쉼을 통해 몸과 동시에 마음을 돌보고 생각의 공간을 만들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격려가 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혹은 혼자만의 시간으로 마음속 저 깊은 곳까지 돌아보고 토닥여 주는 쉼이 반복된다면 일상으로 돌아간 우리의 삶의 모습은 계속 계속 달라질 수밖에 없다. 건강한 자존감을 갖게 되고 마음이 점점 더 단단해지고 나 자신을 넓은 마음으로 수용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하고 그들의 삶의 힘듦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그 익어가는 삶이 너무나 멋지지 않은가.  



삶의 향기를 짙게

부디 손 닿은 곳곳에 내가 찾은 나의 쉼 들을 놓아둘 수 있기를. 언제라도 손 뻗어 삶의 향기를 깨울 수 있도록. 때로는 숨어들어 약해진 숨을 보듬고, 때로는 과감히 마음과 몸을 대자로 늘어뜨리고 시간이 회복시켜 주기를 기다리고, 때로는 몰입하여 내 마음이 즐거워하던 것들을 즐기고, 때로는 긍정에 머물며 생각을 정리하는, 자유롭고도 건강해서 몸과 마음에 유익한 쉼들. 그 쉼들로 살아갈 용기를 충전하고 나에 대한 깨달음이 빈번해져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삶을 다채롭게 채워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여유로움과 단단함에 파급력 있어서 가까운 사람들과의 연대 안에서 나도 살리고 그들도 살리는 것에 내가 마련한 나의 쉼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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