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를 당하는 딸
친구 좋아하고 사교성 많은 딸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학교 생활을 잘했다.
중학교는 완전히 본인 체질이라며 학교가 너무 좋다고 했다.
1학년을 무탈하게 지내고 2학년에 올라가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딸이 중학교 2학년때,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 무리에서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친구 중 한명이 좋아하는 남자애가 우리 딸을 좋아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중학교 2학년때까지 다른 반 이면서도 함께 뭉쳐 다니던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 친구들에게서의 따돌림은 아이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거리 듯 얘기해 주던 딸이 학교가 끝난 후 아파트를 한바퀴 배회하고 오거나 학원이 끝나도 집으로 바로 돌아오기보다 놀이터에 혼자 앉아있다 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어느 날 딸은 내게
“ 엄마, 내 심리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나 심리상담 한번 받아 보고 싶어요. “ 라고 말했다.
아이가 친구들과의 관계로 힘들어하고 있는 걸 뒤늦게 알았던 나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말고 인터넷 검색과 손님들에게 물어봐서 상담 잘 해 주기로 소문난 심리 상담 센터에 아이와 함께 찾아갔다.
상담선생님은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 따돌림 이란 어른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겪는 직장내 따돌림 보다도 더 큰 충격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상담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하는 말을 흘려 듣지 않고 빨리 센터를 방문한 것이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나를 위로해 주셨다.
아이는 5회기 상담을 하기로 했고 일주일에 한번씩 5주 동안 센터를 가야했다.
3번째 상담 때 선생님은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 그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어머니 시골에 똥개 보셨어요?”
나는 선생님이 물어보시는 갑작스러운 똥개 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시골에 똥개는 새끼를 낳으면 90일동안 양껏 젖을 먹이고 90일이 지나면 새끼가 아무리 어미 젖을 파고들어도 물어다가 멀리로 떼어놓아요. 다현이는 다행이 무척 마음이 건강한 아이여서 회복이 빠릅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상담하는 아이들의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고 가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다현이가 지금 친구들 때문에 겪고 있는 우울감이 검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로는 그렇게 크지 않아요.
그런데 다현이 일로 크게 충격 받고 우울해하는 엄마 모습을 보고 다현이의 우울감이 커지고 있어요. 아이에게 일어난 지금의 일을 너무 크게 걱정하지 마시고 조금 멀리서 바라봐 주세요. 나는 상담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여러가지 감정이 요동쳤다.
나의 어린시절 불안했던 친구관계,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이어서 학교에서 존재감 없던 어린시절, 공부도 못하고 적극적이지도 못하던 자존감 낮던 나. 부모와의 관계도 어려웠던 그때,
나의 어린 시절의 불안함을 내 아이가 겪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에 나는 아이의 작은 일에도 큰 우울을 느끼고 있다는 걸 그 상담 선생님에게 들킨 것 만 같았다.
내가 일을 하는 엄마라 아이의 감정상태를 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컸다.
나의 우울을 바라보는 아이의 우울감 상승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단 나의 우울을 버려야했다. 나는 나의 우울감을 없애기 위해 아이에게 제안을 한가지 했다.
“ 다현아,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자꾸 핸드폰 보면서 애들 생각나고 기분 나쁘고 슬프고 그래?”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응…… 생각 안하려고 해도 모든 부분에 그애들이 있어서 생각이 나고 나 빼고 걔네끼리 뭐하고 놀까…. 뭐 그런 생각이 들긴 해. 그럼 좀 슬퍼지지……”
아이의 말을 듣고 나는 또 울컥 해졌지만 강한 엄마 코스프레로
“다현이 운동하는 거 좋아하니까. 플라잉 요가 한번 해볼래? 새로운 운동이어서 다현이가 좋아할 것 같기도 하고 운동하는 시간 만큼은 우울한 생각이 안 날 것도 같아. 엄만 다현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다현이 생각은 어때? 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강요는 아니야. “
안한다고 거절 할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는 흔쾌히
“어! 나 해 볼래!”
다음 날 나는 플라잉 요가 상담을 하고 아이에게 혼자 가 보라고 했다.
체험 수업을 하고 온 아이는 너무 재미있고 운동하는 동안 집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이가 즐거운 한 가지를 찾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나가듯 한 마디 조언을 해주었다.
“ 다현아, 다현이가 지금 친구들과 절교 상황이 못 견디게 마음이 아프겠지만 이게 시작일뿐이지 살면서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계속 생긴다. 지금은 너무 힘든 것 같지만 나중엔 ‘그런 일도 있었지~’ 하고 그냥 웃게 되는 날이 올 꺼야. 그만큼 다현이에게 일어난 지금 상황이 다현이 인생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거야. 금방 털고 기운 내면 좋겠네~ “
아이는 활짝 웃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