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하고 싶어요.
아이를 왕따 시킨 친구들과 다행히도 같은 반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친했을 때 쉬는 시간마다 모두 한 반에 모여 같이 놀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반 친구들과 친밀도를 갖는게 어려운 것 같았다.
그래도 같은 반 친구들과 관계를 만들어보려 노력하고 애쓰는 것이 안쓰러웠지만 그냥 멀리서 말 없이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히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 2학년을 잘 마무리 지었다. 3학년에 올라가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아이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마다 아이 마음속에
‘아! 저 친구가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같은 불안감을 갖게 되고 성적도 안 나오니 더 자존감도 낮아지며 매사에 불평이 심해지고 있었다.
같은 반 친구 2명과 함께 어울려 다니며 짝수가 아닌 홀수로 다니는 것에 또 혼자가 될 것 같은 마음을 갖게 되고 친구가 하는 차가운 말투에
마음이 상하고 중학교 3학년은 참 많이 힘들어하는게 보였다.
매일 우울하게 다니고 말수도 적어지고 내가 어떻게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조언이라고 해주는 부모 말이 아이에게 자칫 잔소리가 될까 봐 아이에게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망설이게 되었다.
그러던 중학교 3학년 4월.
아이가 어렵게 말을 꺼낸다.
“ 엄마…… 나…… 자퇴하고 싶어요. “
‘아! 자퇴라니.. 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주어야 하나..’
나는 다행히 침착하게 아이에게 얘기했다.
“음.. 다현이 자퇴 하고 싶어? 친구들 관계가 어려워서? 어떤 이유로 자퇴가 하고 싶은 건지 명확한 거니? 엄마는 요즘 학생들의 자퇴에 대해 부정적이게 생각하지 않아.
예전에 엄마가 학교 다닐 때는 문제아 이거나 비행 청소년들이 자퇴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의외로 성실한 학생들도 자퇴를 많이 한다. 그런데 자퇴 라는 게 ‘자퇴 해야지’ 한다고 종이 서류 한 장 써서 내면 끝나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거든. 다현이가 자퇴를 했는데 다시 학교에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을 수 있어.
그땐 다현이가 갈 수 있는 학교가 없어. 그래서 지금 학교에 남아 있을 땐 자퇴를 선택할 수 있지만 자퇴 후 엔 선택이 없어.
다현이가 좀 더 고민을 해 보고 진짜 자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자퇴계획서를 써보도록 해. 엄만 다현이가 뭘 하고 싶다고 하든 무조건 다현이 편 이거든. 다현이가 어떤 결정을 하든 다현이 뜻대로 해도 돼. ”
그렇게 2주란 시간이 흘렀다.
아이가 어느 날 물어본다.
“ 엄마… 진짜 내가 선택하면 내 결정대로 해도 돼? “
나는 간단하지만 확고하게 대답해 주었다.
“ 응! 다현이 인생이니 다현이 선택이 가장 중요하지. “
“그럼 나 일단 학교를 더 다녀 볼래.. 그래도 학교에 있는게 좋을 것 같아.”
아이가 자퇴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안된다고 다그치거나 학교에 계속 다녀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부모의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했다면 아이와 부모의 사이가 많이 멀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주려 했던 내 모습이 아이를 학교에 남도록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무언가 잔뜩 적어놓고 꾸긴 A4용지를 펴 보니 자퇴계획서라고 쓴 종이들이었다.
차례차례 써 내려가다 이따금씩 적었던 아이의 생각들 중 ‘ 자퇴 후 내가 진짜 잘 할 수 있을
까?’ 라는 혼잣말. 아이는 자퇴 계획서를 쓰다 소속감 없는 본인의 모습이 어쩌면 불안했을 지도 모른다.
모든 결정은 아이가 하는게 맞는 것 같다. 그 결정을 돕는 역할을 하는게 부모이지 부모가 결정을 내려주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