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보다 이것에 집중해봐
딸은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공부 잘하는 모범생일 정도로 뭐든 열심히 하는 학생인데 중학교 2학년 첫 시험을 보고 완전 낙심했었다.
공부 시간에 학습 태도도 좋은 아이인데 성적이 안 나온 것에 대한 실망이 무척 컸다.
엄마 아빠도 공부를 잘 한 사람이 아니어서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서 인지 암기력이 부족해서 인지 아이는 항상 시험에 아이가 원하는 점수를 받아보지 못했다.
어느 날 수학학원에 가기 싫다고, 수학학원에 가는 시간이면 목이 졸리는 것 같고 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것 같다고 해서 학원을 옮겨주겠다고 했다.
아이는 학원의 문제가 아니라 도저히 수학은 하고 싶지 않다고 울면서 말했다.
아이를 이해하려 했지만 왠지 수학을 놓아버리면 너무 불안할 것 같아서 어떻게든 학원은 계속 나가게 하고 싶었다.
여러 날을 아이와 수학 학원 문제로 의견충돌이 있었는데 그걸 지켜보던 남편이 어느 날 조용히 나에게 물었다.
“다현이가 수학 학원을 안 다니면 불안할 사람이 누구야? “
‘아………………..’
나였다. 내가 불안해서 아이 학원을 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남편은 다시 차분히 나에게
“ 아이가 싫다고 하잖아. 공부 중요하지만 할수록 자신감이 떨어진다면 자신감을 올려줄 수 있는 다른 걸 하도록 만들어주자. “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게 아이를 위한 일이라 말하지만 매일 손님을 만나며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나는 아이의 성적이 나의 자랑이 되길 바란 욕심, 솔직히 많았다. 아이에게 공부 말고 다른 걸 하라고 권할 자신이 없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게 없을 것 같았다. 결론은 중학교 2학년때 아이의 수학 학원을 과감히 끊었다.
친구들 문제로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중3학년이 되었고 여전히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열심히 했고, 성적표를 받아보고 다시 낙담했다..
'안되겠다! 이렇게 시간을 흘려 보내면 안되겠다.
자존감 형성에 가장 중요한 사춘기 시기에 국영수 성적으로 아이에게 매번 좌절만 맛 보게 할 수는 없다.'
아이가 자퇴에 대한 마음을 접고 학생 생활을 하면서 이번엔 공부로 좌절감을 느끼며 힘들어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되도록 아이에겐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고 응원의 말만 해주고 싶었다.
공부가 두려운 아이에게 좋아하는 것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이에게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꿈이 뭔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미용사였던 친정 아빠의 뒤를 이어 나는 미용사가 되었고 아이가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되겠다고 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아이가 같은 뷰티업으로 꿈이 있는지 몰랐다. 아이와 이야기 한 다음 날 저녁 바로 뷰티 학원에 상담을 갔다가 300만원이 넘는 돈 이었지만 바로 등록을 했다.
여기저기 비교한다고 시간 끌면 아이가 초조해 할 것 같았다.
아이는 학원 가는 것을 즐거워했고 학원을 다녀온 첫날부터 내 얼굴에 화장을 해주겠다고 배워온 것들을 연습했다.
매일 새벽까지 내 얼굴에 연습한 결과 4개월만에 국가고시 미용사(메이크업) 자격증을 취득했다.
중3학년 10월 메이크업자격증 취득!
친구들의 반응은 여러가지였다.
'그거 나도 딸 수 있겠다. / 원래 공부 못하는 사람이 미용 하는 거 아냐?’
하며 무시하는 친구
‘ 대단해!! 나는 못 했을거야 다현아. 진짜 너 대단하다! ’
응원해주고 대단하다고 박수 쳐 주는 친구들도 많았다.
아이는 본인이 노력해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해 했고 성취감이 컸다.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하고 특수분장, 올림머리, 퍼스널 컬러, 일러스트 등 민간자격증 들을 취득했고 다수의 공모전에 나가 인천교육감상, 국회의원 상, 특별상 등 높은 상도 많이 받았다.
아이는 공부가 아니어도 자신을 빛 낼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에 자존감이 높아졌고 학교생활에도 적극적인 아이가 되었다..
공부를 강요했던 옛날이 부끄러운 엄마다.
아이는 본인이 가고 싶은 대학의 목표를 정하고 그 길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나름의 공부를 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진짜 행복이다. 설령 목표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고 해도 너의 인생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야 ~ ‘
라고 얘기해 주었다.
내 아이가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잘 살펴봐 주는 것이 부모의 몫 인 것 같다.
아이가 공부가 아닌데도 부모가 아이 공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여기저기 학원에 학원비만 갖다 주는 어리석은 행동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한번이라도 더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 그게 부모가 해 주어야 하는 진짜 역할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