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타이밍
딸이 중학교 2학년 친구들 사이에서의 따돌림 문제로 예민해져 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심리상담을 다니던 딸은 다른 친구들과 친해져 보려 밤에 카톡이 하고 싶었 나보다.
우리 집은 밤 11시가 되면 거실에 핸드폰을 내놓고 잠을 잤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딸 방에서 핸드폰 알람 소리가 들렸고 딸은 공 기계에 알람만 맞춰 놓았다고 했다.
나는 그날 저녁 퇴근해서 아이에게 핸드폰 공 기계 노트북까지 모두 가져오라고 했다.
아이는 싫다고 했고 나는 꼭 검사를 하고 싶었다. 그때가 우리 집의 가장 위기상황 이었던 것 같다.
아이는 핸드폰 노트북을 뺏기지 않으려 방문을 걸어 잠궜고 나는 아주 점잖은 목소리로 아이를 협박했다.
“ 다현이 문 열어. 엄만 너가 안하던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아야겠고, 너는 아직 청소년기여서 엄마에게 점검 받는 것은 당연해. 문 열도록 해! 엄마 하나 둘 셋 샐 때까지 문 안 열면 엄마 문 발로 차서 부시고 들어간다. 엄마 발이 다치는 것 따위는 문제되지 않아! 문 열어!”
나는 지금 생각해도 소름 끼친다.
저 말을 소리 지르지 않고 어쩜 그렇게 점잖게 얘기했는지……
아이는 방문을 굳게 닫고 나는 문을 발로 세차게 걷어찼다. 아이는 한번도 없던 엄마의 행동에 놀라 문을 열고 소리지르며 답답하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싸우고 있을 때,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나와 딸의 격렬한 말싸움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가 거칠게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흔들며 괴성을 질렀을 때도 남편은 한마디도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아이가 처음으로 보인 행동에 겁이 났다. 여기에서 내가 져 주지 않는다면 아이의 거친 행동이 점점 더 많아 질 것 같아 나는 져 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현아 그만하자. 엄마도 참 많이 차가운 사람이어서 엄만 너랑 유성이를 정말 따뜻함을 많이 느끼게 돌봐주고 싶었고 너랑 유성이가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커주길 바랬어.
엄마의 따뜻함이 부족했나보다. 너 엄마보다 더 차갑구나. 그만하자. 쉬어 “
그리고 나는 안방으로 들어왔다. 남편은 그때까지도 한마디도 거들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남편이 안방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딸이 뭐하고 있는지 물었다.
아이는 밤 11시가 넘은 그 시간에 홧김에 밖으로 나가려고 했고 남편은 아이에게 차분히 말했다.
“다현아, 이렇게 감정이 격할 때 밖으로 나가면 꼭 일이 생겨. 시간이 너무 늦었고 다현이 감정이 많이 상해 있으니까 밖으로 나가는 건 좀 위험할 수 있어. 방해하지 않을테니 다현이 방에서 감정을 추스리는 것도 도움이 될꺼야.”
남편은 나를 위로해 주었다.
나는 남편에게 현관 앞에서 나랑 아이가 싸울 때 조용히 지켜봐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참, 현명한 남편.
늘 그렇게 들어주는 남편이 너무 고맙다.
3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딸은 방으로 찾아와 잘못했다고 죄송하다고 얘기하며 울었다. 나는 딸을 꼬옥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