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하는 아이
너무 소중한 내 아이가 풍선 껌을 씹고 처음으로 푸~푸~ 하며 풍선 껌을 불던 때가 생각난다. 그게 뭐라고 조그맣게 불어진 풍선을 보고
‘잘했어! 잘하네! 맞아! 그렇게 하는 거야! ‘
라며 호들갑을 떨고 기뻐하며 칭찬해주면 어깨를 들썩이고 좋아하던 귀엽기만 한 나의 사랑스러운 천사.
분명 천사였다. 초등 3학년. 웃으면 눈에 반달이 앉은 듯 천사 같은 행복한 미소로 웃던 아이. 초등 고학년이 될 수록 웃음은 조금씩 옅어 졌고 웃을 때 눈에 보이던 반달도 언제부터인지 사라졌다.
자꾸 한번씩 미운 말을 하고 그럴 때 마다 나도 아이에게 상처 되는 말, 미운 말, 내 성질대로 막 퍼부어주고 싶을 때가 있었다.
돌봐주던 할머니도 가시고 안 계신데 내 성질대로 아이를 돌봤다가 표시 안 나게 아이들 마음에 쌓이게, 쌓이게, 또 쌓이게 해두고 무르익을 때 팝콘 터지듯 사춘기가 터져버린다면 나는 그 힘듦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직접 돌보게 된 초등 고학년때부터 의도적으로 따뜻한 엄마가 되려 참 많이 노력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끔 이해해보려 해도 이해가 안될 때가 있다. 그래도 이해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아이의 자라는 시기를 잊어버리는 순간 화를 내게 되고 자꾸 꾸짖게 되어 보이지 않는 벽을 쌓게 된다. 나의 사춘기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 역시 분명 그런 행동들을 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이 초등 3학년쯤부터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
엄마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들.
숙제를 안 해놓고 했다고 하거나 약을 안 먹고 제 때 맞춰 약을 먹었다고 하거나, 그런 거짓말들이 나는 사실 하나도 걱정스럽지 않았다.
나도 어릴 적 그랬을 꺼라 생각한다.
미용실에 방문하는 엄마 손님들과 얘기하다 보니 우리 아들과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은 거의 그런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 수 있게 됐다.
엄마들은
“그거 문제야 문제!! 작은 거짓말 하다 보면 습관돼서 더 큰 거짓말 하게 돼! 초장에 잡아야지!!”
아이를 혼내 켜 거짓말하는 버릇을 고쳐 주는 것 말고도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나는 혼내지 않고도 아이가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만 같았다.
어느 날 아들이 영어 과외 숙제를 답안지를 보고 다 해 간 것이 들통이 난적이 있다..
과외 선생님은 평소 저희 아들을 예뻐 하시고 아끼셨는데 그 녀석이 선생님을 속인 걸 알아버렸으니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났을까.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하셔서 아이가 일년 동안 답안지를 보고 숙제를 해 왔단 말씀을 하셨다.
그 말끝에
"어머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혼을 내셔야 할 것 같아요."
퇴근하며 고민하고 갈등했다.
‘진짜 혼내야 하나? 무섭게 혼내야 하나? 지나가듯 혼내야 하나? 모른 척 해야 하나? 손님들과 얘기하다 보니 중학생들 저만 할 때 다 한번씩 답안지 보고 하던데…… 별로 특별 할 것 없는데 굳이 혼내야 하나? ‘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는 망설임없이 아들을 안아주며
" 아들 엄마가 말 안 해도 알지? 잘 하자~"
라고 말하고 더 이상 잔소리 따윈 하지 않았다. 아들 눈에 미안함이 가득했기에 나의 잔소리 보다 아들 스스로의 반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그런 건 혼나야 하는데 왜 그런 것까지 감싸냐 뭐라고 했지만 나는 그것에 대한 답변 대신 책 내용을 사진 찍어 남편에게 보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거짓말에 거짓말을 하게끔 어른이, 또는 부모가 압박감이 드는 표정과 말투로 아이를 대한 건 아닌지 나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고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 다행히도 남편은 내가 보내는 책들의 글귀를 항상 놓치지 않고 읽어 주었으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 수렴해 주는 사람이라 우리 부부에게 책은 참 효과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아이의 마음을 좀 더 편안한 상태가 되도록 유도해 주는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아이가 거짓말을 한 행동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 행동을 아주 무섭게 해서 고치는 것 만이 방법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충분히 화를 내지 않고도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반성하며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