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날보고 사람다운 인품의 사람이라 평가하여도 내가 기뻐할 일이 없고, 남이 날보고 사람답지 못한 인품이라 평가하여도 내가 두려워할 일이 없다. 훌륭한 인품의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다운 사람이라 평가하거나,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나를 사람다운 사람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그 이유는 나를 평가하는 그 사람이 어떤 인품의 사람인지를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훌륭한 인품의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다운 사람이라 평가한다면 나는 마땅히 기뻐할 일이요. 사람답지 못한 인품의 사람이 나를 사람다운 사람이 아니라 평가한다면 그 또한 기뻐할 일이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인품의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다운 사람이 아니라 평가한다면 나는 두려워할 일이요, 사람답지 못한 인품의 사람이 나를 사람다운 사람이라 평가할지라도 그 또한 두려워할 일이다. 기뻐하거나 두려워할 것은, 마땅히 나를 평가하는 그 사람이 과연 어떤 인품의 사람인지를 살피는 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오직 어진 인품의 사람다운 사람이어야 능히 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며 아울러 능히 사람을 미워할 수 있다. 그런즉 나는 나의 인간 됨됨이(인품)를 평가하는 그 사람이 과연 어진(仁) 인품의 사람다운 사람인지 아닌지를 먼저 알고 싶은 것이다. 이를 돌이켜 보건대, '다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고 평가함에 있어서 좋아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이 시끄러울제는 마땅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남의 됨됨이를 평가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됨됨이부터 반성(反省)하는 것이 어찌 마땅한 일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이달충(李達衷 1309~1384), '애오잠병서(愛惡箴幷序)', 『동문선』 제49권/ 잠(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