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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Mar 19. 2019

A+ 1등급 우유 : 너에게 좋은 것과 나에게 좋은 것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상대를 다치게 했다면

A+ 1등급 우유 : 너에게 좋은 것과 나에게 좋은 것.


전 우유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몸이 싫어해요. 딱 혀와 식도까지는 아주 꼬소하고 맛있는데 위장하곤 별로 안친한가봐요. 물론 꾸준히 먹으면 별 나름 적응이 되긴 하는데 오랜만에 우유를 먹으면 화장실 자유이용권을 끊어야 하죠. 그래서 카페에서도 라떼류를 못먹어요. 

주룩주룩...

어릴 적엔 분유를 그렇게도 퍼먹었는데(타먹지 않았어요...숟가락으로 퍼먹었다는) 나이 들고나서는 우유와 서먹해지고 말았죠. 


우유는 건강한 식품이라고들 해요. 뭐 이래저래 완전식품이다 뭐다 해서 논란이 있긴했지만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걸 떠나서 일단 고소한데다 왠지 모를 어릴 적 엄마 품 속 노스탤지어를 선사해주죠. 요즘엔 'A+다. 특A+다. 내가 짱이다. 우리젖소가 최고다...' 등등 고품질의 우유가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객관적으로 봤을 땐 분명 좋은 식품이지만, 그리고 나도 딱히 싫어하진 않지만...


몸이 거부하는 묘한 딜레마를 지니고 있죠.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한 딜레마가 생겨요.

누가 봐도 상식적이거나 '좋은 것' 을 해주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어요. 꽃을 선물해준다거나, 고가의 작고 반짝이는 무언가를 해준다거나, 아니면 엄청 실용적으로 에어프라이어를 선물해준다거나, 또는 애정표현을 와르르 쏟아준다거나, 솔직함요정이 혀에 달라붙어서 직언을 푹푹 해준다거나... 하는 등등이죠.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행위는 의도가 없거나 있다면 선의에 가까워요.


하지만 상대의 의도가 무엇이든 결국 판단은 받는 쪽에서 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이 상대방에겐 몸에 맞지 않는 어떤 것이 되기도 해요. 그럼 주는 사람은 속이 상하죠. 받는 사람은 몸이 상하고. 의도는 좋았는데 둘 다 상처받는 슬픈 결말로 끝나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예요.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더라구요. 


너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던진 말, 

팩트라며 알려준 진실, 

무심코 던진 걱정, 

혼자만 재미있는 노잼개그 등등...


시간이 갈수록 언어와 행동의 민감도가 높아지는 세상이예요. 사람은 바글거리고 삶은 바빠지고 내 세계를 지키기 위해 외부의 것들과 끊임없이 투쟁해야 하는 어지러운 요즘이죠. 말이란 것은 가장 쉽고 간편한 의사전달 방법이지만, 쉬운 만큼 부작용도 심해요.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주기 전엔 세 가지를 염두해야 해요.


1. 우유를 주고싶다면 물어보고 줘야해요.

2. 물었는데 대답이 없다면 안주는게 맞아요.

3. 그리고 만약 우유를 주게 되었다면 컵에 잘 담아서 줘야해요.


하다못해 가위를 빌려줄 때도 손잡이로 건네주는 게 당연한 행동이잖아요. 말도 우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게 좋은 것이 항상 상대방쪽에서도 좋으리란 법은 없으니 무언갈 주게 된다면 꼭 컵에 담아서 손잡이 쪽으로 건네주도록 해요.  



- 본 매거진은 '기분 벗고 주무시죠' 의 본문 중 일부를 발췌/일부편집한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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