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는 그런 식으로 터지지 않는다.
브런치는 대부분 그냥 쓰고싶어서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즐겁습니다만... 종종 기업홍보를 목적으로 글을 쓰거나 퍼스널브랜딩하려고 우다다다다 쓰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초창기때 순수한 마음으로(빡침을 해소하기 위해) 글을 썼다가 요즘엔 좀 더럽혀졌습니다. 돈도 벌고 싶고 제 글 읽고 의뢰들어왔음 좋겠고 그래서 걸릴 만한 글들을 쓰고 그랬어요. 죄다 망했죠.
터질만한 글들을 노리고 자극적인 제목도 만들고, 묘하게 예전 터졌던 글들과 비슷한 소재와 포맷으로 쓰곤 했어요. 결과는 핵처참했습니다. 콘텐츠엔 정답이 없다고 합니다만, 망하는 방법은 마카롱만들기나 콘텐츠만들기나 매한가지입니다.
오늘은 조회수와 댓글, 공유수에 목매며 오늘도 콘텐츠를 만드는 저를 비롯한 수많은 마케터 및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글이에요. 꼬
1. 일단 쉬워야 함.
논문을 쓰는 게 아니면 일단 쉬워야 해요. 우리가 콘텐츠를 읽을 땐 대다수 오! 재미겠다! 흥미로워! 로 시작해서 ...오...짜릿하군. 정도로 끝나는게 보통의 느낌입니다.
재밌겠다! → 짜릿해
근데 제목부터 재미도 없고, 읽고나니 짜라투스투라는 너처럼 말했다는 식이면 좀 힘듭니다. 경우에 따라 핵진지해야 할 글들이 있지만, 대다수 아아아아아주 많은 경우엔 그런 무게감이 필요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무게감은 보통 '난 이렇게 어려운 글도 쓸 수 있어!' 라는 묘한 과시와 같습니다.
소개팅을 했는데 상대방이 존나 양자역학적 차원도약과 강남역11번출구의 인구통계에 대해 논하고 있으면 참신한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거에요. 콘텐츠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꾸 재미있어야 한다!!~ 라는 강박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강박으로 되는게 아닙니다. 타고나는 거지. 다만, 여러분들이 대학전공서적에서 단 1의 재미도 느끼지 못했듯 어려움에선 재미가 탄생하지 않습니다.
2. 가벼움과 쉬움은 다릅니다.
그렇다고 짤이나 미친듯이 박고(제 얘기입니다.) 헛소리나 풀고 있으면 그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닻을 내린 채 유유히 떠다니는 요트와, 끈풀려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뗏목은 다른 법이에요. 자유롭되 닻은 있어야 합니다. 편안한 말투와 가벼운 문체 가운데 짜릿함을 주어야 해요. 그것은 막 '아..중간에 막 팍 쏘는 그런 문장을 넣어야 하는데!' 이런 식의 기획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원래부터 닻이 있어야 있는 티가 나는 거에요. 멋진 문장 끼워넣으려고 하지말고 애시당초 결론을 머릿속에 잡고 쉬운 단어로 쓰는 겁니다. 여기서 쉬운 단어란 한자, 영어, 전문용어 다 빼고... 내 건프라를 뿌셨던 조카도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는 수준을 말합니다.
"쉬운 단어의 짜릿함"
3. 3일마다 컨셉이 바뀌어...
뭐 하기로 했으면 그걸로 20개는 써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원래 사람들의 반응이란게 처음엔 뭐지..하다가 비슷한 글이 계속 올라오면 거슬려서 한 두번 눌러보게 됩니다. 그 찰나가 중요한 것 같아요. 대강 한 번 눌러봤는데 오!! 신선해? 짜릿해! 를 느낀다면... 다른 글들도 주르르륵 읽어보게 되는 거랄까요. 그러다가 구독버튼을 눌러요. 2년동안 제 글을 분석해보니 대뜸 구독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몇 안됩니다. 대부분은 2,3개 글에 좋아요를 누른 후 구독으로 넘어가더라구요. 그리고 한 번 짜릿하면 막 7개씩 연달아 읽고 그런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니.... 일단 20개 고.
"꾸준한 짜릿함"
4. 꾸미지 말고
봄바람 민들레홀씨만큼이나 가벼운 사람이 무게 잡고 글쓴다고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수많은 책에서 진정성, 본질 자꾸 이런얘기하는데... 멋진말로 해서 진정성이지, 쉬운말로 바꾸면 '니 원래모습'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 때 중요한 건 '말투' 와 '단어' 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자기가 평소쓰던 말투와 단어가 글에도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그래야 짜릿해집니다.
5. 빵터지는 건 없어
빵터져서 수천만원을 벌었다고 칩시다. 보통 그 빵터지기까지 이미 수천만원의 빚이 있을거고, 그걸 갚는 정도로 퉁쳐집니다. 만약 재수좋아서 수익을 엄청 모았다고 하면 그만큼 쓰게 될거고. 극소수의 대형 유튜버 레퍼런스는 참고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수천만가지 톱니바퀴들이 작용한 것이죠. 그들을 존중하고 노고를 치하하는 것까지가 우리가 할 일입니다. 빵터짐을 목표로 두지말고 지속적인 유입과 팬확보에 집중하세요.
여기서 지속적인 유입은 매력에서 나오는 데...적어도 매력이란 건 남들하는 걸 따라하는 것에선 탄생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앞서가면 20년뒤에나 재평가 받을 수 있겠죠. 남들보다 딱 1주일만 앞서가는 거에요.
그것들은 구글링해서 나오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법10가지' 따위에 있지 않습니다. 현상에 있죠. 단어로 규정되는 건 이미 끝물입니다. '급식체, 야민정음, 밀레니얼 등등' 뭔가가 언어로 규정될 정도면 차고 넘쳤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 그건 이미 트렌드가 아니에요.
신선함은 사람들의 행동과 현상에서 발견하는 겁니다. 왠지 곧 이거 뜰 것 같은거....!!
짜릿해질 만한 것들을 먼저 찾기!
6. 채널 이래저래 분석하는 건...
인스타가 뜬다! 틱톡이 뜬다! 유튜브가 뜬다! 뜨는 채널로 슉슉 넘어가는 건 현명해보이긴 하지만... 그게 뭔가 치밀한 계획이 있어서 그런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여기 안되니까 저기는 어떨까? 하고 찔러보는 느낌이에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또 그런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들기 마련이죠. 근데 표현방법이란게 사진, 글, 말, 그림, 음악, 몸짓 등..다양한 방법이 있단 말이죠.
모두 다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가장 솔직해져요. 반면 음악이나 그림을 그릴 땐 뭔가 있어보이게 포장하고 그리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디자이너인데도 글을 쓰고 있는 거랄까요.
그러니 잘나가는 채널 따지지말고 내가 가장 솔직하고 빠르고 재밌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먼저 찾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짜릿함은 속도감과 진솔함에서 나오는 듯
7. 제목 어그로 끌기
충격! 경악! 일본에 간 국회의원 신사에서 결국...
따위의 제목 어그로를 보면 기레기네 낚시성기사네 하면서 분노하는 우리들입니다. 그것은 제목의 문제가 아니라 제목과 본문의 괴리때문이지요. 제목을 자극적으로 짓는 것은 찬성입니다. 그건 극락조의 목부풀리기 춤사위와 같죠.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했으면 본문에서도 '짜릿함'을 줘야하는 게 맞습니다.
짜릿함과 어그로는 한끗차이
8. 엣지가...하아
글을 주룩 쓸 땐. 정확히 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지 날카로운게 좋아요. 제목은 분명 '100만원으로 시작한 카페가 대박난 5가지 이유' 이런식인데.... 정작 내용은 너무 추상적인거야. 열심히 하다보니 어쩌다..이렇게 되었네요? 하고 끝나면 5가지는 어디로 간거냐는 거죠.
길가다가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 법. 을 쓰더라도 쓸데없이 고퀄로 써주는 게 좋습니다. 거대한 담론을 얘기하기 보단 소소한 것에서 실을 뽑아 담론에 연결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죠.
"소소한 것이 큰 의미를 지닐 때의 짜릿함"
9. 쫄지말고.
악플 한두개 달리는 건 그냥 지나가다가 날파리가 입에 들어가는 정도의 이슈입니다. 그런거 무서워서 한강 못가겠다..는 사람은 없잖아요. 지나친 자기검열을 하다보면 이맛도 저맛도 아닌 글이 나오고 그럼 제작년 11월의 제 글처럼 핵노잼에 어설픈 드립이나 치고 있는 콘텐츠들이 탄생합니다.
악플은 자고로 2페이지씩 달려줘야 '아...이것이 반응이 있구나' 하는 겁니다. 그 전까진 '사람들이 날 싫어하나봐' 따위의 마음을 갖는 건 솔직히 좀 오바에요. 사람들은 늘 욕을 하고 당신은 그 앞을 슉 지나가는 건데... 대중들과 제대로 마주하고 싶다면 온갖 소리를 들어야 해요.
저는 그걸 못이겨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이 있었습니다만... 다행히 옆에서 제 멘탈을 잘 지켜준 친구가 있어서 이겨낼 수 있었어욤.
악플로 받은 상처는 친구에게 위로받읍시다.
"악플은 짜릿해!"
10. 표면말고 그 함의를 캐기.
밖으로 드러나는 모든 현상에는 그 원인과 함의가 있기 마련입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사람들이 하필 왼쪽을 비워두는 이유, 아저씨들이 아이스아메리카노만 시키는 이유, 과자를 사무실책상 두번째 서랍에 두는 이유...
모두 표면적으로는 흥미진진합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이 함의를 캐내야 해요.
왜 하필이면 왼쪽을 비우지?
왜 아저씨들은 메뉴앞에서 결정장애를 겪나
두번째 서랍엔 어떤 의미가 있나?
등등.. 질문을 갖고 그걸 나름의 해석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해요. 그럴려면 잡학지식이 핵많아야 할 거에요. 우측통행의 이유, 스타벅스의 메뉴선정UX, 3의 상징성 등등... 심리, 상징, 기호, 사회, 문화, 과학 등등.. 잡다한 정보가 있어야 현상을 분석하죠.
그런 일상의 재발견, 정의의 재규정, 관점뒤집기, 참신한 정보... 등 말투와 어조만큼이나 중요한 게 소재의 날카로움인 것 같아요. 뭉뚱그리지 말고, 더 이상 질문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현상을 파고들어요. 존나 딥하게.
존나 딥함의 짜릿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