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때도, 밥먹을 때도, 퇴근할 때도 우린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요. 핸드폰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뉴스, 가십, 누군가의 일상, 과거의 기억, 광고, 정보를 와구와구 먹고 있죠. 그래서 이제 학생들에게 시험은 필요없다는 말까지 나와요. 필요한 정보는 핸드폰 속에 모두 있으니까요. 분명 두뇌에 지식을 저장하는 건 비효율적이에요. 다만, 주어진 정보를 잘 정리해서 표현하는 능력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마치 외장하드처럼 정보는 외부에 있지만, 그걸 처리하는 곳은 여전히 우리 두뇌죠.
생각해보면 우린 오랜 시간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졌고, 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세상은 점점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깔끔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과 정돈된 텍스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죠.
'아니 생각을... 그냥 나오는 대로 말하면 되지...뭐 그걸 배우기까지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도 일하면서 느끼셨겠지만 표현을 제대로 못하면 듣는 사람이 괴로워져요.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핵심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중언부언 길어지는 말에 지치기도 하죠. 심하면 오해를 부르거나, 감정이 다치기도 해요. 그래서 오늘은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알아보려고 해요.
가장 기본적인 단계부터 다양한 생각전달방법까지. 16가지로 쪼개보았어요. 꼬!
1. 링크전달자(근데 이제 코멘트를 곁들인)
'ㅋㅋㅋㅋ이거봐요.'
가장 기본적인 유형이에요. 사실 생각을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정보에 대해 리액션을 하는 정도랄까요.
2. 정보의 전달자
오늘 기사를 보니 부먹이 찍먹보다 10%정도 많은 비율이라고 하더라구요.
이 때부터 두뇌가 움직이기 시작해요.
'어디에서 봤는데, 무엇이 어떻다더라.' 라는 3개의 정보로 말해요. '출처, 대상, 설명' 이 핵심이에요. 이게 시작이니까 다시 외워보세요. 어디서! 뭘! 어떻게 했다더라.
내 생각은 아니지만! 정보를 전달한다!!!
3. 정보의 분석자
오늘 기사를 보니 부먹이 찍먹보다 10%정도 많다고 하는데, 사실 이 기사는 페이스북 부먹커뮤니티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였어.
출처나 대상, 설명의 진위여부를 따지는 문장이 붙어요. 이런 식의 표현을 할 땐 문장을 두 개로 쪼개는 게 중요해요. '기존 정보(출처, 대상, 설명) +추가된 정보' 로 구분해요.
그래서 차분하게 말하려면 일단 '부먹이 10% 많다더라.' 그런데 '부먹커뮤니티에서 진행된 정보다.' 라고 끊어서 말하면 참 좋아요. 이 때 추가된 정보가 기존정보를 보충하는 지 반박하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에요.
추가된 정보는...귀여운 지 아닌 지..
**조금씩 어려워짐 주의**
4. 정보의 해석자
오늘 기사를 보니 부먹이 찍먹보다 10%정도 많다고 하는데, 사실 이 기사는 페이스북 부먹커뮤니티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였어. 내 생각엔 기자가 부먹파거나, 또는 찍먹파의 기세를 누르기 위한 의도적 기사가 아닐까 싶어.
기존+추가정보 뒤에 갸우뚱하는 의문이나, 의심의 눈초리, 또는 맞장구, 잘한다! 등이 들어가요.
이 때부턴 주관이 좀 더 많이 들어갑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좀 힘들어하는 영역이죠. 우린 정보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만 익숙할 뿐...이것을 통해 다른 생각을 연결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할 수 있어요. 이미 추가정보를 선택한 순간부터 여러분은 태도를 정한 셈이거든요.
예문에선 추가정보가 기존정보를 반박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어요. 흔히 '추가정보'는 나의 태도와 일치한답니다. 내가 더 관심있고 옳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선택한 것이니까요.
난 부먹에 반대하고 있어요. 근데 기사는 부먹을 옹호하고 있네요. 여러분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에요? 진실이죠? 예문은 기사의 최고덕목인 진실성에 의문을 던지며 논리를 깨뜨리고 있어요. 이건 공격보다 방어적인 표현에 가까워요. 상대의 논리를 무력화시키는 무지개 반사같은 거죠.
반대로 옹호하는 추가정보와 태도라면 '이 정도는 되야 좋은 기사라고 할 수 있다.' '부먹파임에도 찍먹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라는 식으로 정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겠죠.
태도를 정해보자.
5. 찬반의 개입
오늘 기사를 보니 부먹이 찍먹보다 10%정도 많다고 하는데, 사실 이 기사는 페이스북 부먹커뮤니티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였어. 내 생각엔 기자가 부먹파거나, 또는 찍먹파의 기세를 누르기 위한 의도적 기사가 아닐까 싶어. 난 이런 식의 조작된 근거 기반의 기사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
기존+추가정보+의문/해석+주장의 구조입니다. 이 표현은 방어에서 공격을 더한 거에요. 4번이 해석과 의문이었다면, 이건 주장이거든요. 결국 위 정보를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뚜렷해지는 지점이에요.
태도가 명확해지는 시점. 본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시작
보통 이 단계부터 표현이 급격히 어려워져요. 주장은 또 다른 반발을 부르거든요. 예를 들어 아프간 난민에 대한 여러분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순간부터 타인과 부딪힐 준비를 해야해요. 이게 무서워서 입을 다물면 ...뭐 다시 침묵인거고. ㅎㅎㅎ 하지만 이번 시간은 표현에 대한 이야기니까. 용기를 지니고 다양한 전략을 한 번 알아볼게요.
6. 근거의 추가
오늘 기사를 보니 부먹이 찍먹보다 10%정도 많다고 하는데, 사실 이 기사는 페이스북 부먹커뮤니티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였어. 내 생각엔 기자가 부먹파거나, 또는 찍먹파의 기세를 누르기 위한 의도적 기사가 아닐까 싶어. 난 이런 식의 조작된 근거 기반의 기사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
실제로 작년에 포털에 게재된 기사 중 11% 이상이 편향된 출처와 주장을 보이고 있었고, 실제로 몇 건은 현재 소송도 진행중이야. 또 실제로 잘못된 부동산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기사 때문에 금전적 피해를 본 사람들도 다수 발생했었지.
기존+추가정보+의문/해석+주장+근거의 형태입니다.
주장을 했으면 이게 근거를 대야겠죠. 여기서부턴 사실 잡지식 싸움이에요. 자잘한 지식들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되어 있느냐...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끌어올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보통 잡지식이라고 하면 이런 것들을 의미합니다.
특정분야의 깊은 지식(과학이나 고고학, 애니메이션)
현재 사회이슈에 대한 최신뉴스(뉴스와 기사)
트렌드와 정보의 흐름(커뮤니티, 업계동향, 변화의 시그널)
책, 전문가, 다큐등에서 발췌한 명제
해박한 어휘력과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객관적 정보(몇년도, 몇%, 몇명...어디..)
상관관계의 이해(유가가 오르면, 달러가 어떻게 된다.)
사실상 이런 근거정보들이 없으면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보통 준비된 토론에선 근거자료를 찾을 시간이 충분하지만... 회의시간이나 일상적인 대화, 돌발상황에선 머릿속에 담겨진 정보에서 근거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야 합니다. 없으면...말문이 막히겠죠.ㅠㅠ
뭐..그거 꼭 알아야 해?...
7. 다른 의견의 추가
오늘 기사를 보니 부먹이 찍먹보다 10%정도 많다고 하는데, 사실 이 기사는 페이스북 부먹커뮤니티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였어. 내 생각엔 기자가 부먹파거나, 또는 찍먹파의 기세를 누르기 위한 의도적 기사가 아닐까 싶어. 난 이런 식의 조작된 근거 기반의 기사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
실제로 작년에 포털에 게재된 기사 중 11% 이상이 편향된 출처와 주장을 보이고 있었고, 실제로 몇 건은 현재 소송도 진행중이야. 또 실제로 잘못된 부동산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기사 때문에 금전적 피해를 본 사람들도 다수 발생했었지.
이 이슈에 대해 부먹파 커뮤니티장의 추가 인터뷰가 있었어. 그는 부먹파임에도 이 기사가 찍먹파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었어.
기존+추가정보+의문/해석+주장+근거+다른 의견(근거2) 입니다. 제3자 의견이나, 집단의 메시지, 권위있는 메시지를 끌고 오는 것은 생각을 정당화시키는 데 꽤나 좋은 수단입니다. 예문에선 설문조사의 당사자였던 부먹파의 우려를 끌고와서 '그들조차 걱정하는 것' 이란 프레임을 만들고 있어요. 여기에서 찍먹파의 반발의견을 가져왔으면 힘이 떨어졌을 거에요.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인 만큼 그들의 의견은 객관성이 없다고 생각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부먹파 의견을 가져오면 '양심적인 진실' 이란 프레임이 잡히죠.
생각을 표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나만의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에요. 생각은 직선으로 뻗어가는 줄글이 아니라, 일단 큰 울타리를 잡아놓고, 점점 좁혀나가다가 결국 한 점으로 모이게 만드는 거에요.
8. 조건/가설 설정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어. 그 기사에 우려를 표한 건 부먹파쪽이야. 오히려 찍먹파에선 이에 대한 별다른 대응이 없었어. 만약 이 어그로를 통해서 찍먹파에 대한 동정론을 불러일으키고 소스를 부어버리는 그들의 만행을 고발하는 효과가 있었다면 이 기사의 목적은 사실 부먹파를 엿먹이려는 것일 수도 있어. 지능적 안티같은 느낌이지.
누군가의 생각에 대해 대응하는 표현을 할 때도 많아요. 자아, 상대가 부먹파나쁜놈!! 을 외치고 있었는데, 이 사람은 조건과 가설을 걸었네요. 만약 이런 조건이 있다면 이것은 오히려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라고 말이죠.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정보는 절대적 진리가 아닙니다. 시간과 조건, 상황에 따라 참이 될 수도, 거짓이 될 수도 있습니다. 떄문에 생각을 표현할 땐 정보가 참일 조건과 거짓일 조건을 나눠서 생각해보셔야 해요.
예를 들어,
'막걸리는 머리가 아프다.' 이건 절대진리인가요?
'청바지는 편하다.' 이건 절대진리인가요? 그럼,
'난민이 많은 곳은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 또는
'기본소득은 국민들을 나태하게 만든다.' 이런 명제는 어떤가요?
이 조건을 만들려면 마찬가지로 잡지식과 추론능력이 있어야 해요. 일단 객관적인 정보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단어와 개념들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할 거에요. 그리고 A라는 조건하에 B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하려면 이 두 문장의 맥락을 그려볼 수 있어야 하거든요.
이게 어려워보이지만 밸런스 게임을 생각해보세요. 사실 이것도 조건과 행동을 단순화시킨 게임이거든요. 평생동안 백수로 월250만원 받을래, 평생 직장인으로 월1,000만원 받을래..이런 질문들말이죠.
~이면 ~이다.
~이면 ~이 아니다.
~이 아니면 ~이다.
~이 아니면 ~이 아니다.
이 연습을 많이 해보셔야 해요.
기억나니?
9. 유사정보의 결합
하지만 부먹커뮤니티장과 찍먹커뮤니티장은 서로 절친한 친구로 알려져 있어. 그리고 이 기사는 '부먹도 찍먹도 괜찮지만, 간장에 찍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는 공동성명을 낸 이 후 등장한 기사여서 성명 직후 갈등을 유발하는 기사를 내진 않았을 거란 추측을 할 수 있어.
자, 다른 친구가 말합니다. 이 친구는 또 다른 정보를 끌어왔네요. '둘은 사실 친구다.' + '그들은 얼마 전 공동성명을 냈다.' 이 정보를 토대로 '둘 사이에 음모는 없었을 거다.' 라는 결론을 냈어요.
색다른 정보가 등장하면 주의가 한 번 환기된답니다. 오오? 하는 식으로 말이죠? '아진짜?' 라는 반응을 만들어내는 거죠. 이 때 중요한 건 신규정보의 파급효과입니다. 앞서 두 친구가 말하는 것에 끼어드려면 파급효과가 큰 하나의 정보거나, 유사한 2개 이상의 정보가 있어야 파워가 생기죠.
보통 이렇게 파급효과를 내려면 토론이 과열됐을 때보단, 새로운 주장이 등장한 후 웅성웅성할 때 효과가 있어요. 토론이 너무 과열되면 제3의견은 존재감을 발휘하기 어렵거든요. 다들 기존 싸움에 팝콘각이라서...
너무 과열될 땐 그냥 지켜보자.
10. 반론의 개입
맞아, 이 둘은 이미 어느 정도의 휴전을 선언했고 저번엔 부/찍먹 겸용 용기개발의 MOU에도 함께 참여했었어. 하지만, 여전히 래디컬부먹파들의 옆테이블 소스붓기 테러는 계속됐고, 찍먹파의 입천장찢는 튀김옷 사태도 꾸준히 문제시됐지. 사실 이 둘은 이런 문제는 좌시하고 있고 있었어. 이번 조사결과도 결국 이런 내재된 갈등이 드러난 결과라고 생각해.
반론이 등장할 차례죠. 반론의 시작은 '상대방 의견 중 수긍할 부분과 반박할 부분을 나누는 것' 입니다. 그건 알겠는데, 저건 좀 다르다는 식으로 말이죠. 예문에선 그들의 행보와 친분 자체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대표하진 않는다. 는 의견을 말하고 있죠.
행보의 진정성을 물고 늘어지는 상태에요. '진정성은 위기상황에서 더 드러난다' 는 전제를 한 것이죠.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그들은 좌시했다.' 라고 언급하면서 그 진정성을 무너뜨리고 있어요.
앞에서부터 느끼셨겠지만, 생각을 표현할 땐 '프레임'이 참 중요한데요. 이 프레임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3가지가 있어요.
1) 분위기를 몰고가는 법 : 이건 다수의 동조나, 감정적 동의, 또는 사람들이 끄덕이고 있는 틈을 타 감정자체가 논리가 되도록 하는 방법이에요.
2) 대전제를 깔고가는 법 : 연역적 방식인데요, '진정성이란 이것이다.' '기사의 제1덕목은 이것이다.' 와 같이 가장 중요한 대전제를 놓고, 그 기준에 따라 정보를 판단하는 방법이에요. 대전제를 깔려면 각 개념에 대한 본인만의 정의가 잘 내려져 있어야겠죠?
3) 상대의 논리를 역이용하는 법 : '모든 찹쌀떡은 느끼하다고 하셨는데..그럼 존재하는 모든 찹쌀떡을 다 맛보셨다고 생각해도 되는걸까요?' 라는 식으로 상대의 비약이나 논리적오류, 허점 등을 역이용해서 논리를 무너뜨려요. 그리고 메신저나, 정보의 출처 등에 의문을 품게 하는 거죠.
11. 시각의 변화
물론 커뮤니티장인 두 사람의 친분은 사실이야. 하지만, 친분보다 그들이 지닌 커뮤니티에서의 지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최근 이 둘은 다양한 탕수육의 등장으로 커뮤니티의 견고함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어. 김치피자탕수나, 이가탕수, 닭가슴살탕수, 유린기의 부상 등 소수의견들로 나뉘어져서 부/찍먹의 의미가 없단 중도론자들이 탄생했거든. 여기서의 쟁점은 둘 모두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선 자극이 필요하단 점이고, 이러한 기사와 어그로가 결국 둘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단 점이야.
A와 B가 얘기하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야. 하지만 다른 관점에선 이런 질문을 제기할 수도 있어. 라고 말하는 거에요. 예문에선 둘은 사실 싸우는 게 아니라, 이 상황자체를 이용해서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거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죠. 생각을 잘 표현하려면 대상을 '앞/옆/뒤/대각선'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업무 중 누군가가 자꾸 '이번 프로모션을 하는 게 돈낭비다, 아니다!!'로 싸우고 있으면. 저게 정말 돈 문제가 맞는 지. 좀 시각을 비틀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에요. 이런 다른 시각은 약간 심드렁한 표정의 현타온 상태에서 잘 느껴져요. 두 사람이 피터지게 싸우는 걸 가만히 바라보다보면 종종 깨달을 때가 있죠.
새로운 시각을 떠올리는 표정
12. 본질의 통찰
우리가 여기서 바라봐야 할 것은 결국 부먹이든 찍먹이든 기자든 서로가 지닌 분노와 혐오를 이용하고 있단 점이야. 여기서의 본질은 혐오야. 보통 혐오는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대상을 배척의 대상으로 여기고 거리를 두는 행위나 감각을 의미하지만, 때론 공격의 의미를 포함하기도 해. 특히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혐오는 서로를 향한 공격의 의미를 포함할 수 있어. 단순한 배척이 아니라면 서로의 에너지를 투자해야 할텐데, 취향이 다르다는 게 그 정도로 중차대한 문제인가. 아니면 지금 이 모든 이슈가 그저 어떤 사회적으로 디자인된 프레임에서 비롯된 허구의 싸움인가.
앞서 두 사람의 피터지는 싸움을 쳐다보던 친구는 가끔 열반에 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곤 본질과 마주하죠. 예문의 결론인 이것입니다. '이게 지금 싸울 일이야?.. 왜 그러고들 있어.' 가 핵심이죠. 애시당초 이게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서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를 되짚어보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관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생각은 가지를 뻗어나갈 수록 구체화됩니다. 사람들은 구체화된 대상에 더욱 집착하죠. 더 빠르게 이미지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뿌리와는 점점 멀어집니다. 이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 지 잊죠.
물론 이런 본질을 언급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본질은 쟁점의 핵심을 찾게 만들어주지만 문제 자체를 해결하진 못하거든요. 의견들이 각자 가지를 치며 너무 멀어진다 싶을 때 한 번씩 모이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디스이즈본질..
13. 변증법적 결론
그럼 지금 부먹쪽은 우려는 표하지만 자신들의 조작은 아니라는 거고, 찍먹쪽은 잘못된 조사결과로 인해 진실이 곡해됐다고 말하고 있어. 이들 모두는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고 싶어해. 나는 이러한 모순된 의견의 충돌을 통해 혐오가 가득한 요즘 세상에 오히려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해. 이 사태를 어떤 명제로 해결하기 보단 차라리 더욱 치열한 투쟁의 상태로 내버려두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어.
1) A의 의견과 B의견을 언급합니다.
2)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합니다.
3) 결국 합쳐서 어떤 결론이 나야 할 지 말합니다.
변증법은 매우 어려워 보이지만. 결국 상반되고 모순된 두 의견을 통해 더 좋은 합의 상태를 만들어내는 거에요. 이런 논리가 가능해지려면 현재 '투쟁'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하죠.
초콜렛 3개를 나눠먹는 것 때문에 두 아이가 싸우고 있다고 쳐볼게요.
여기서 근본적인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부족한 초콜렛' 일까요? 아니면 '양보를 배워야 하는 아이들' 일까요. 또는 '애시당초 초콜렛을 맛보여준 것' ? 이처럼 문제의 원인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 문제는 뫼비우스의 띠가 되기도 하고, 적당한 합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14. 사고의 확장
이런 두 취향의 대립과 이것을 부추기는 저널리즘의 책임은 결국 이 사회가 혐오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단서를 준다고 생각해. 이러한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어. 프랑스의 신문 '르 프티 주르날’에선 중국을 나눠먹기 하던 당시 제국주의를 합리화한 기사가 있었는데 그곳엔 도대체 언제적 흉노족의 위협과 중국인의 인구를 운운하면서 황인종에 대한 위협을 조장하는 내용이 가득했어. 실체도 없는 분노와 두려움을 조장해서 쓸데없는 혐오와 갈등을 부추겼던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 만약 이 문제가 한 쪽의 승리로 끝난다면 또 다시 이를 전복시킬 새로운 혐오를 찾아 헤매이게 될 거야. 이슈 자체는 별 게 아니지만, 여기에 찬반을 논한다면 이런 사소한 취향조차도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셈이라고 생각해.
1) 현재의 문제를 정리합니다.
2) 과거의 비슷한 사례를 끌어옵니다.
3) 앞으로의 사건을 유추합니다.
4) 그 효과를 언급합니다.
현재와 과거의 정보를 통해 미래에 벌어질 일을 예측해볼 수 있을 거에요. 또는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미칠 영향이나, 지방도시, 다른 세대에 미칠 영향에 대해 확장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겠죠. 2050년의 디자인트렌드는 무엇이 될 것 같으세요? 부동산 가격은 오를 것 같아요? 떨어질 것 같아요? 앞으로의 스타트업 투자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이런 질문들을 해결하려면 동향과 더불어 과거의 데이터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조건, 가설을 곁들인 시나리오를 그리려면 유사한 사례가 필수니까요. 더불어 '인과와 상관'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해요.
얼마 전 한 카레집에서 오묘한 광고를 봤는데... '인도사람들은 미국사람에 비해 암환자가 적다. 인도사람들은 카레를 많이 먹는다. 그러므로 카레는 항암음식이다.' 라고 하더라구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15. 내용의 분할
너무 진지해진 것 같은데, 부먹과 찍먹의 취향문제와 기자의 저널리즘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해. 둘 다 자의지를 지니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서 행한 일이니까. 취향이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에 대한 문제는 일단 취향과 혐오의 정의가 먼저 필요해. 이 둘에 교집합이 있는 지를 확인해봐야 할 거야. 그리고 저널리즘에 대한 문제는 개인의 도덕성보단 현재 기자들의 기사작성 프로세스와 기사노출 순위별 혜택 등 고질적인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봐야 하는거 아닐까.
1) A와 B쟁점을 먼저 분리합니다.
2) 그리고 왜 이게 별개의 것인지 설명합니다.
3) 다음, 각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조건을 먼저 말해야 해요.
4) 그리고 어느 지점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시발점을 언급합니다.
생각은 상당히 거미줄같아요. 때문에 생각을 뻗어나가다보면 서로 얽히고 섥혀 결국 하나의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이 둘은 원래 별개의 문제였던 것이 많죠. 애인과 싸울 때도 가끔 현재의 문제가 아닌 엉뚱한 몇 년 전 일을 다시 끌어와서 싸우기도 하잖아요.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사실 쟁점은 그게 아닙니다. 또는 이 문제는 이 문제고, 그 문제는 그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죠. 보통 이렇게 내용을 분할하고 싶다면 '주어'를 잘 보셔야 해요. 지금 행위를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각 주체는 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 지.
16. 보류와 방어
이 문제는 우리가 직접 탕수육을 시켜서 먹어보기 전까진 중립기어 박아야 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엔 보류도 있습니다. 방어적인 태도지만, 이것도 분명한 어필의 형태 중 하나죠. 항상 뭔갈 주장하고 드러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니까요. 일단 이것을 해보기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확답을 내릴 순 없어. 라고 일단 한 발 후퇴해서 주장 자체를 보류하는 것도 좋은 표현 방식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