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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ZY Sep 01. 2023

부지런한 사랑

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부지런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부지런한 사랑>은 이슬아 작가의 글방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가 글쓰기 교사로서 글방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시작된다. 책 중간에는 일기를 쓰던 어린 시절 아야기와 글방 학생으로서 공부했던 시절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중에는 아이들의 인용 글도 수록되어 있다. 읽는 내내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매력이 있는 글들이다. 

나는 글쓰기 교실이라 하면, 동네에서 한두 개씩 꼭 있을 법한 독서 논술 학원이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이슬아 작가의 글쓰기 교실은 왠지 따뜻한 기운이 맴도는 주택가의 공부방일 것 같다.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소중한 글방, 혹여나 받아주신다면 우리 자매들도 수업을 듣게 하고 싶은 그런 글방 말이다. 



"

내가 먼저 무언가를 내주어야만

그들도 소중한 것을 나에게 내주었다.

ㅡ 이슬아



글을 읽다 보면 이슬아 글쓰기 선생님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 '방귀'나 '눈물', '도둑질' 같은 단어들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 '내준다'는 표현으로 저자는 이미 엄마로서의 삶까지도 파악해 버린 혜안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내가 브런치북을 쓰면서 '육아'에 대해 우리는 모두 표현 방법이 다를 뿐, 조선시대 아니 훨씬 그 이전의 과거부터 나를 내어주고 또 내어준다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부모의 내리사랑은 스승으로서의 내리사랑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조력한다는 면에서 말이다. 


자연스럽게 나의 지난 어린이집 운영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나를 둘러싼 타인들에게 꼭 나를 내어주려고만 했었다. 타인이 나에게 무언가 내주지 않아도 내가 괜찮으면 그걸로 만족해했다. 보람을 느끼고 선한 마음을 갖고 산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욕심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것을 감사하며 살아야지, 왜 자꾸 나는 튕겨 나가려고만 하는 걸까, 하며 나를 채찍질하곤 했으니까. 


사실, 인생의 선배들이 말하는 것처럼 마음을 비우고 사는 것은 연습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는 것과 나를 억누르고 갉아먹는 것은 전혀 다른 부분이었다. 그 당시 문득 이 삶이 어쩌면 내가 바라는 삶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진취적이고 도전하면서 내 의지로 무언가 기획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욱더 역동적인 어른들의 삶을 원했거나 아니면 나의 이상에 갇혀 있던 허무맹랑하고 성장이 멈춘 어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시기를 통해 나는 내가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 내가 빛이 나고 자란다는 것을 배웠다. 나 자신의 사랑이 충만해야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실은 아직도 나를 사로잡았던 부정적이고 아주 미련한 어떤 미련 같은 것이 남아있다. 나는 그것들을 묻어 버리거나 떨치기 위해, 아니 날려버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투명막이 찢어지지 않은 어떤 알 속에 갇혀있는 기분일 때도 있다.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내 자유의지 안에서 부지런하게 살아내고 있기에 숨통이 트인다. 부지런하게 살아낸다는 말은 세상으로 사랑스럽게 보려고 노력한다는 증거라 믿는다. 



"

꼭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어떤 밑천이 될 것은 분명했다. 

탄력 있는 마음을 구성하는 밑천 같은 것.

상처받지 않는 마음말고 

상처받더라도 곧 회복하는 마음, 

고무줄처럼 탱탱한 그 마음을 

구성하는 밑천 같은 것.


ㅡ 이슬아





나는 이 책 덕분에 

부지런하게 사랑하기로 한다, 

늙어 죽을 때까지. 

나를, 당신을, 그들을 말이다. 

@RO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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