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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n 20. 2021

<1. “진”의 테스트>-b

오르페우스의 귀환

1. “ 테스트


b. 오르페우스의 귀환


다중 포인터 부분의 오류를 끝으로 전체 코드를 다시 확인하다 보니 진실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 코드가 이상하게도 다시 생성되어 있다. 메인프레임같이 처리능력이 엄청난 수준에서는 이런 작은 부분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아무도 체감할 수 없어서 그냥 두려다가 왠지 께름칙한 생각이 든다.


슬며시 호기심이 동해서 다시 그 부분을 수정, 삭제하고 조금 후 확인한다. 아니나 다를까 같은 코드가 생성되어 있다. 어디에선가 외부에서 이 코드를 30초 주기로 확인하고 삭제되었을 때마다 복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뭐야 누가 이런 쓸데없는 장난치는 거야? 이 메인프레임은 단말기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으니 네트워크로 누가 장난치나 본데. 테스트 중이라 귀찮으니 한 번 봐준다. 운 좋은 줄 알게. 이름 모를 해커........'


깍지를 꼈다가 손가락을 풀면서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모니터에 'Where is the Truth?'라는 텍스트가 찍혀 나온다. 진은 그냥 일어나려다가 학창 시절 케언즈 교수로부터 지나가듯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키보드에 손을 올린 다음 가볍게 그 말을 치고 엔터를 친다.

(출처: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


그 순간 갑자기 화면이 바뀌면서 수소연료 폭파 경고를 알리는 알람이 들어온다. 사이렌 소리가 건물 내부를 뒤흔든다.  


"수소연료 폭파?... 이런 말도 안 되는..."


입출력자 교육과정에 있던 수소연료 폭발 시 대처방법은, 직접 방사되는 강한 광선과 폭발 후 생성되는 독성의 가스를 피하는 것이다. 이 도시에서 광선과 가스를 피하기 위해서는 아스팔트 재질로 둘러싸인 지하실 같은 곳에서 자신을 가사 상태에 가까운 무호흡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었다.


진은 건물 밖으로 있는 힘껏 뛰어나가면서 소리 지른다.


"뭐야. 이거! 테스트 계획표에 이런 건 없었잖아!!"


건물 외부로 나와보았지만 도로의 어느 곳에서도, 움푹 파인 골 같은 것은 없다. 게다가 시험을 관제하는 이는 5 킬로미터 밖에 있다. 아무리 빨리 달려오더라도 수소연료가 폭파되기 전에 올리는 만무 한데 이런 폭파과정을 테스트에 넣어두다니 관리자가 제정신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


레이저가 벽을 움푹 파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서 진을 노리는 레이저의 총구들을 한 곳으로 몰아본다. 맞을까 그렇게 겁나던 레이저도 수소연료 폭발이 임박하니 그냥 장난처럼 느껴진다.

(출처: Photo by Agung Raharja on Unsplash)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며 불규칙한 달리기를 계속한다. 진이 달려드는 곳은 인도와 도로의 사이 한 곳이다. 약 일곱 번 정도 레이저가 한 곳을 사격하는 동안 아스팔트 바닥 사이의 하수구 통로가 무너지면서, 그럴듯한 갱도가 생긴다.


2 킬로미터, 하나의 수소 연료관이 터지면서, 연쇄반응을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그 살상력의 범위는 2 킬로미터에 그친다. 그 생각에 집중하면서, 혹시, 마지막으로 사브리나를 한 번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유일하게 사랑한 오직 한 사람이니까.


갱도에 몸을 날리면서, 매뉴얼대로 신체를 가사 상태로 몰아가는 호흡을 한다. 요가의 대가 정도나 성공한다는 가사 상태에 빠져드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의식이 최후로 머무는 저 끄트머리에서 폭파의 파장이 느껴져 온다.

(출처: Photo by Jeff Kingma on Unsplash)


그리고 잠시 후........


환영이라도 보게 된 것처럼, 검은 공간의 저편에서 다가온 누군가의 눈과 마주친다.


'내가 죽은 거야? 여긴 천국쯤 되는 건가?'


그는 약간 튀어나온 훤칠히 벗어진 이마의 소유자였다. 자세히 눈을 들여다보니 한없이 깊은 눈동자가 지긋이 진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눈동자가 정확히 언어로 이해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을 진은 곧 깨닫는다.


<어이, 굉장한 일을 방금 해낸 거 알고 있나?>

(출처: Photo by Peri Stojnic on Unsplash)


'디지털 신호도 아니고, AI가 구현한 영상이나 음성도 아니고, 당연히, 실제의 소리도 아니네..... 이건 그냥 내 의식에 생각을 던져 넣는 중인 거 아냐.....?'


<그래, 맞아. 좋은 표현이야. 난 그냥 내 생각을 그대로 네게 던져 넣는 중인 것 맞아. 그것보다 중요한 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일을 지금 당신이 해내고 말았다는 거지. "우리" 중 누군가도 하지 못한 일을 말이야.>


'당신은 뭔데 내 의식 안으로 들어와 있는 거지? "우리"라니? 넌 연합국 소속 아닌가? 누구야, 이 대머리 아저씬'


<메인프레임의 숨은 소스를 읽어봐, 네가 봉인한>


'텔레파시........ 수소연료........ 예상치 못한 진화........ 당신이 그들 중에 하나인가?'


그리고 그가 사라진 어둠 속에서 진은 다시 의식을 잃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주변은 밤이 되어 있다.


잠시 후 진은 의식을 되찾는다. 자신이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유체이탈과도 같은 가사 수면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통과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온몸에 깡그리 사라진 도로의 잔해를 모두 뒤집어쓴 채로 일어난 진은 기침을 콜록거리며 관리자를 호출하는 신호를 보낸다.


"이것 봐. 지옥에서 돌아온 "오르페우스"를 받아줘 빨리! 마누라가 없어져서 화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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