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Feb 19. 2022

<킹스맨_퍼스트 에이전트>-너의 본질은 성격이야

과거로 돌아갔지만 인류의 거대한 세계대전으로 무대를 확장하다

스포일러가 다수 나옵니다. "킹스맨 1, 2, 3" 시리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에겐 이 글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참고 참았다가 본 또 하나의 영화다. 마치 골목길을 거니면서 그 가게에 들릴까 말까 고민하는 것처럼 지나가는 순간순간마다 보고 싶은 마음을 접곤 했었다. "참, 저 집이 맛집인데, 요리사도 그때 맛있는 요리를 만들었던 그 사람 그대로인데" 그런 기억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여러 감상평을 보자면, 이전의 "킹스맨" 시리즈에서 기대했던 것을 충족하지 못한 관객의 푸념이 주로 넘쳤다.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쓰면서 너무 칭찬만 남기거나 너무 욕만 남기지 않으면서 정말 호불호가 너무 명확한 경우가 아니면 나름 균형을 잡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들려서 좋은 맛집을 문 닫게 만드는 글이 내 글이 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평가가 들어 있는 여러 글을 접하면서 보기를 망설였던 이 작품이 역시나 기대대로 재미있었기에 그런 원칙을 좀 더 잘 유지하겠다는 교훈을 한번 더 얻었다.


"엑스맨" 시리즈를 "퍼스트 클래스"로 성공적으로 부활시키면서 "프리퀄"의 귀재로 불리는 "매튜 본"이 다시금 "프리퀄"을 다시 한번 제대로 성공시켰다고 느꼈다. 그것도 자신이 만든 오리지널을 해체하고 분해하고,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감각을 가진 "프리퀄"을 만들어 냈다.


"킹스맨 1, 2"와 "킹스맨 3"을 같은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고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본 관객이라면 "3편"을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고 정확히 파악할 관객의 숫자는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킹스맨 1편"을 만들고 나서 "약 빨고 만든 것 같다"는 극찬 아닌 극찬을 받은 뒤에 "킹스맨 2"에서 어설픈 자기 복제와 더불어 다소 실망스럽고, 3편까지 그대로 연장될만한 비전을 영화 속에 남기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한 평가를 받아들이고 다시 자신의 장기를 부리는 쪽으로 '자신이 선택했던지' 아니면 '제작사가 선택했던지' 선회한 것일 테다.


다만, 여러 면에서 007 시리즈를 살짝 비튼 현대 영국 스파이물로써 "킹스맨"은 고전적인 스파이물 시리즈를 한데 뭉쳐서 비웃고 있는 구조를 갖고 있었고, 파격적인 대결씬과 갑작스럽게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가 펼쳐졌던 재기 넘치는 "1편"은 한껏 경박한 스파이물로서 마치 "데드풀"이 한껏 진지한 그전까지의 "히어로물"을 비웃듯이 "스파이 영화"의 역사 전반의 클리셰를 한껏 채용하면서도 희화화시켰고,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킹스맨"을 존재감 있는 영화로 만들었던 일종의 "성격"이었다.


그러면서도 "원탁의 기사"와 "기사단과 관계된 성배" 이야기를 영화 구조의 틀이자 각 스파이의 명칭으로도 부여함으로써, 이 스토리를 익히 알고 있는 관객에게 나름의 무게감과 형식미를 부여했다. 007처럼 특별한 무기가 나왔지만 좀 더 활동적으로 동작 크게 이를 활용하는 스파이를 보여줌으로써 활력을 더 했다.


그러나 "스테이츠맨"이라는 미국 형제 회사를 등장시키고 극의 스케일을 나름 확대시킨 "킹스맨 2"는 아쉽게도 "킹스맨 1"을 넘어서지 못했다. "1편"의 성공 요인을 반복하려다가 "2편"이 다시 평범한 스파이물로 회귀한 것처럼 느껴지는 바가 있었던 듯했다. 그 때문에 "3편"을 "프리퀄"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1편"의 팬으로서 커다란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감독과 제작사도 "2편"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했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콜린 퍼스"를 치환 대치한 "랄프 파인즈", 예상치 못한 주요 인물의 단호하고 빠른 죽음, 공략 관객 세대


영화의 시작은 1차 대전 이전의 유럽의 식민지 등을 무대로 한 전통적인 역사적 전쟁물이나 활극을 다루는데 종종 나타나곤 했던 씬부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확실히 먼 과거의 역사로 속으로 영화의 무대를 이동시켰다는 감각을 제대로 전달했다.


여기에는 남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보어 전쟁"의 역사를 담은 영국군 보어인 수용소 앞에서 "적십자 구호물자"를 전달하러 온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옥스퍼드 공작"의 가족이 수용소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장교인 "키치너"를 만나는 과정에서 영국군을 공격하는 "보어인"에 의해서 “옥스포드 공작”이 다리에 총을 맞은 다음에 "아내"를 잃게 되고, '아들을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달라는 아내의 유언'을 듣게 된다.

출처: Daily Sabah

영화 내내 1차 대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보낸 뒤에도 전쟁을 보다 빨리 끝내기 위해서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이 유언 때문에 계속 유지되지만, 영화의 중반부에서 이런 스토리가 하나의 장치 격이었음을 알게 된다. "킹스맨"이 지닌 이전 작품의 성격과도 같이 중요한 인물이 하나 "갑작스럽게 말릴 새도 없이 머리에 총을 맞고 죽게 되기 때문이다".


스포일러에 노출되지 않고 영화를 보아가던 관객은 이 장면에서 이것이 "킹스맨"이다라는 이 영화가 흥행했던 본질적인 영화의 성격 하나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왕좌의 게임"이란 드라마가 특히나 이같이 주요 배역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 하는 것을 극 중에서 수시로 반복하면서 높은 흥행을 누렸다는 내용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영화에 이를 제대로 그것도 충격적으로 실행한 것은 "킹스맨"의 흥행의 이유 중에 본질적인 한 부분을 다시 드러낸 것처럼 보였다.


"랄프 파인즈"는 우수한 연기력과 더불어 "리암 니슨"과 유사한 생김새를 가진 배우로서도 유명하다. 최근에 본 그의 영화 중에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그의 연기는 안타깝게도 배역상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때문에서인지 이 영화 속에서 그가 마치 물이라도 만난 듯이 보여주는 연기는 대비감을 느끼게 해 줄 정도였다. 액션 연기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 전반적으로 "콜린 퍼스"가 "해리"로서 보여주었던 연기력을 어느 정도 치환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킹스맨 1편과 2편"에서도 사실상의 주인공은 미중년인 "콜린 퍼스"가 연기한 "갤러웨이" 요원인 "해리 하트"였다. 성장 드라마를 그려내는 "태런 에저턴"이 연기한 "에그시"보다 더 많은 관심과 인기를 얻은 것은 단연 "해리"였고, 극 중에서 "롱 테이크 원 샷"으로 찍은 대량 살상 장면은 나이를 벗어던진 압권의 화면을 선사했었다.


그처럼 이 영화도 결말부 쪽으로 가면 갈수록 강력한 중년 남자의 괴력에 가까운 무예와 초인적인 활약상을 보여주는 바가 있다. 그래서 이 "킹스맨 시리즈"가 정확하게 노리고 있는 관객층은 나와 같은 나이대 근처에 포진한 대량 인구 밀집 연령대인 "X세대"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출처: Daily Sabah


역사 속 인물의 희화화된 등장


이 가상 극화는 대체 역사물이라도 그리는 것처럼 역사 속의 사실을 비틀어 그리고 있다. 이렇게 비틀어 그려도 전국민적이거나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아 상영 금지 처분되지 않는 창작의 바로 선 자유를 누리고 있는 "할리우드"를 찬양까지는 못하겠지만 긍정적으로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다소 잃어버린 미덕이 있었고, 그것은 아래와 같다.


1. "우드로 월슨" 미 28대 대통령

이 영화 속에서 윌슨 대통령은 영국의 입장에서 1차 대전을 종식할 수 있는 미국의 개입을 "독일이 멕시코에게 미국을 공격해 달라는 암호 전문"을 받고도 "정확한 증거 없이는 개입할 수 없다"라고 차일피일 미루고, "마타하리"에게 유혹당해서 약점을 잡혀 "증거"를 입수하고도 늦장을 피우는 존재로 나온다.


1차 대전을 치른 실존했던 인물로서 사실 우리에게는 3.1 독립 선언 운동을 일으켰던 계기 중에 하나인 "민족 자결 주의"를 세계만방에 뿌렸던 이상주의적인 견해를 드러냈던 정치학자이자 교수로서 나름의 높은 고견을 지닌 채로 이상과는 다른 결과를 여럿 초래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국가에게 독립의 희망을 선사했던 분이기도 하다.


희화화되고 있고, "마타하리"와의 엽색 행각을 벌인 장면을 찍은 필름에서 나오기도 하는 등 내용 속에서 매우 저평가된 상태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만들만한 필연이 있겠지라고 느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기는 하다.


그러나 내 주변 세대가 국사 시간에 배웠던 기억에 있는 "3.1 독립 선언 운동"을 촉발시킨 월슨 대통령의 "민족 자결 주의"가 그대로 장기 기억 보관소에 새겨져 있는 경우가 있다. 그게 의식 위로 나타난다면 영화를 보는 과정이든 본 이후의 과정이든 조금 괴로울 수 있다.

출처: 위키 백과

하지만 이런 내용이 국내에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가 되었다면 여론의 따가운 화살을 맞고 상영금지 처분이나 참여한 감독과 스태프, 배우 등등이 모두 줄줄이 경력상의 위협을 당했겠지만 그대로 상영되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른바 "창작의 자유"가 보호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마음은 다소 불편하면서도 그대로 보고 넘어간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것을 알고 넘어가는가, 모르고 넘어가는가는 역사 인식에 대한 일종의 진지한 도전이다. 이 기회를 통해 알게 된 관객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름 긍정적이다.  


2. "그레고리 라스푸틴"

끈질기게 더 인터넷 속의 링크를 파고 들어가야만 이 제정 러시아 말기의 가톨릭 괴승인 "신비주의자 비선 실세"라는 대명사로 "신돈"같은 이미지를 가진 이 인물이 문맹에 가까운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마지막 왕 "니콜라이 2세"의 "왕비"의 마음에 들어 이 왕족에게 "아들의 병"을 '신기한 능력"으로 치유한 공을 인정받아 비선 실세의 자리에 오르고 그가 최후에 맞이한 괴이한 죽음에 대한 전말을 잘 알 수 있다.


이 영화 속에서는 가장 막강한 존재감을 가진 "빌런"으로 나타나, 실제 막후로서 행동했고 커다란 반전을 가져온 전 세계적인 빌런 조직의 수장보다 더 강력한 "악당"으로서 관심을 받고, 영화 바깥 속의 그를 둘러싼 이야기와 같이 독이 든 케이크를 먹고도 멀쩡하게 싸우다가, 물속에서 익사를 당한 줄 알았던 상황에서도 살아나 다시 싸움을 걸어오는 "괴력의 소유자"이자 "옥스퍼드 공작"의 다리의 총을 맞은 부분을 치유하는 장면도 보여주어서 "신비로운 괴승"으로서의 전설을 어느 정도 이어갔다.


러시아식의 발레와 춤을 혼합한 독창적인 싸움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클리셰"를 벗어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만약에 그가 최종 빌런으로 나왔다면 오히려 흥행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는 반응까지 이끌어 내었다.

출처: CBR.com

전쟁과 같은 인류의 재난을 막기 위해 정치적인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의사결정 구조와 네트워크를 가진 조직을 만들고자 해서 "옥스퍼드 공작"이 자신의 집사와 운전사, 아들과 더불어 만들어낸 비밀 조직 "킹스맨"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나오는 과정에서 이 조직을 아들에게 밝히는 장면이 그 어떤 장면보다 "프리퀄"로서의 "킹스맨 3"에서는 중요한 장면이다.


"돈 룩 업"이란 영화가 바로 그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힘이 인류가 재난을 맞는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위기를 막기 위해 인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게 만드는 커다란 장애의 일부로 그려졌듯이, 대형 정치 조직이나 대형 경제 주체는 그 본질에 따라 "권력"과 "부"를 위해서 작동할 뿐, 위기 자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킹스맨"이란 영화가 사실 관객의 마음을 끌고 흥행할 수 있었던 부분은 그 같은 부분이 유머러스하지만 사실 임직 하게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들"인 "콘라드"는 1차 대전이 벌어짐에 따라서 그전부터 군대에 가서 공적을 쌓기를 희망하면서도 계속해서 죽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자신의 군입대를 저지하는 아버지에게 계속 가로막히다가 자신의 나이가 군대에 갈만한 나이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가 사라진 시점에 다시 한번 군대에 가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마을의 누군가가 자신에게 보내온 닭의 깃털을 보여주고 그 깃털의 의미가 "겁쟁이"임을 알릴 때, "옥스퍼드 공작"은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출처 : 20Th Century Studios

"다른 사람이 너를 어떻게 보는가가 너의 본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너의 본질은 너의 성격이다. 용기를 가지고 불의와 싸우고자 하는 너의 성격 자체가 너의 본질이다."


그것이 "프리퀄"로 자신이 만든, 물론 원작은 따로 있긴 하지만, "오리지널 영화"를 다시 리부트 하는 과정에 임한 "매튜 본"이 이 "킹스맨"이란 작품이 아무리 변형이 되었다고 해도 본질은 그대로 남아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려고 했던 메시지 아니었을까?


이 부분을 주의 깊게 보지 않거나 극 중에서 그저 지나쳐 버린 관객에겐 "킹스맨 1편"보다는 어찌 되었든 재미가 덜하고 그 재미의 요소가 많이 증발되어버린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겐 모든 것을 거두어내고 다시 "리부트"하는데 성공적인 영화처럼 보였다.


"가상 역사물"로써 역사적인 사실과는 커다란 거리를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고, 이제 후속 편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을 보자면 2차 대전과 "아돌프 히틀러"가 등장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스토리가 나올 것 같다. 이 프리퀄 2편의 제작 여부는 물론, 이번 "킹스맨 3편"의 글로벌 흥행의 결과에 대한 제작사의 평가에 따라 정해지겠지만, 개인적으로 만들어지기를 희망하며, 가능하다면 감독도 그대로 "매튜 본"이었으면 좋겠다.



 










이전 03화 <킹스 스피치>-자기극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