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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Sep 16. 2015

<킹스 스피치>-자기극복

자기 자신을 극복하면 국난도 극복할 수 있다.

킹스 스피치 (2011)

The King's Speech

감독: 톰 후퍼

출연: 콜린 퍼스, 제프리 러시, 헬레나 본햄 카터, 가이 피어스, 제니퍼 엘

정보: 드라마 |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 118 분 | 2011-03-17


아마도 이런 영화를
나는 적어도 명작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콜린 퍼스가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은 해왔었지만,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일 거라고 생각해봤던 적은

사실 이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없었다.


이른바 간지남, 분위기로 승부하는

배우이거나 품위 있는 배역에 어울리는

품격이 있어 보이는 배우

영화사에서 위험한 배역은

잘 맡기지 않는

평온하고도 다소 부유한 배역에

적합한 사람.

그냥 부잣집 도련님이나 샌님일 뿐이었다

이 정도가 내가 갖고 있었던

그에 대한 느낌의 전부였다.


일단, 케세이 페시픽에 몸을 싣고

홍콩을 가는 길에

이 영화를 처음 보았고,


돌아오는 길에 한번 더 복습했으며,

한국에 돌아와서 자막과 더불어

정확한 영화의 내용을 파악했다.


세 번을 보아도 내용이

계속 감동적일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영화를

나는 적어도 명작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는 더듬거림 때문에 수치심에 휩싸인다

말더듬이 왕이 즉위하여

나치 독일과의 전쟁을 선포한

영국 국민들을 독려하는

연설을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다.


이 말더듬이의 잘 고쳐지지 않는

버릇은 깊이 파고들어가자면

다름 아닌 어릴 때 억압되어버린

자신의 욕망, 자신의 희망, 그리고

억지로 밟아야만 하는 왕의 길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자기 자신을 억압하는 상황에

오랫동안 노출된 탓에

그는 그렇게 말더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반면에 이런 억압적인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사랑하는

이혼녀와의 결혼을 위해

영국 국교회가 강요하는

종교적 억압을 벗어나

왕위를 버린 그의 형이 있다.

결과적으로 억압을 벗어나

행복한 삶을 찾아나간 셈.


남아 있는 왕이 되길 싫어하던

남자는 그런 방식으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마저 없다.


자기 자신의 억압의 추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생략된 채, 그대로 억압이

상처로 변해 계속 남아 있어

그는 자괴감에 빠져 살게된다.


내게도 약간의 말더듬이 증세가 있다.

정말로 안 좋은 버릇이기는 하나

반면에 형식적으로는 그것을 상쇄하는

부분들이 있어 그럭저럭 치명적인

말더듬이의 상황에 빠져 있지는 않다.


물론, 왕이 되었다는 그 자체가

주인공에게는 말더듬이라는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으나


문제는 되기 싫었던 왕이 되었고

원치 않는 연설을 해야만 하는

절대 절명의 상황이었다는 것.


일반인이 아닌 왕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는

이유가 그런 식으로 될 수도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잠시나마 자신에게 상처를 남긴

억압의 추억들을 직시하면서

나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찾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가질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멘토도 필요하지만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해줄

의사도 필요하다.


이 영화 속에서 왕이

자신의 증세를 극복하게끔 이끌어준

우정과 우의를 나눈 치료자가


왕과 거의 대등한 수준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은 영화의 메시지가

억압받아 망가진 영혼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영화는 현대 영국의 왕이라는

존재가 권력을 가진 존재라기 보다는

일종의 연예인일 뿐임을 알려주지만.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먼저 극복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제각기 치명적이랄 수도 있는

억압의 추억들이 하나쯤은 있다.


전형적인 억압의 상황들이란

배변을 가리고, 말을 가려야 하며,

예의를 지켜야 하고, 위치를 잡아야 하며

자기가 속한 사회적 원칙의 밖으로

빠지지 않는 삶의 양태를 만들어 가는

상황 속에서 생기는 것들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상처 입어왔고,

그 결과 사회적 성장을 제대로 이루고

길 바깥으로 많이 벗어나지는 않은 상태에서

큰  문제없이 이곳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치유할 수 없는 상처는

이상한 버릇 한 가지로나마

한구석에 남아 있다.


킹스 스피치의 결론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먼저 극복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조차

치유하지 못한 채로

권력과 부와 명예를 향한

과도한 몰입에 빠져


 파행을 자초하는 지도자가

우리의 지도자가 되는 것도

역시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지도자를 잘못 만난 나라의 국민들은

치유받지 못한 지도자의 상처를

어느샌가 공유하게 된다.


골목골목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나라.


최소한 이런 나라가 아닌 나라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는


자기 자신을 일단 수렁에서 건져내고

치유한 사람이어야만 할 것이다.


권력의 수렁에 자기 자신을 몰아넣고

갇혀 버린 사람을 뽑아서는,

아무리 그 권력을 공유하고,

수치상의 국가 발전상을 공유하고,

돈이 나라에 넘쳐 나도

국민들 대다수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킹스 스피치가 효과가 있었고,

영국이 세계 대전에서 승리하는

하나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내용이

내레이션으로 나올 때,


자기 극복이라는 주제가 떠오른다면

이 영화는 대단히 성공적인 메시지를

내게 준 것처럼 선사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콜린 퍼스는

이러한 극복의 과정을

너무나도 잘 연기해 주었다.


분명히 실화는 이렇게

드라마틱하진 않았겠지만.

그는 더듬거림을 최대한 죽이면서 연설문을 낭독할 수 있게 된다

그의 말더듬을 극복하는 연기가

너무도 자연스러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의 울림이

그 자신 그런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치유했던

사람이었을 거란 느낌마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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