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란 내부 감정 요소에 너무 휘둘리지 말라
(그림 출처: Pinterest)
아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키워도 버거운 것이 한국에서의 기혼 급여 생활자의 삶이다. 매번 엄살 피우는 것 같지만, 만혼에 이어 늦게 낳은 아이는 단 한 명이라도 맞벌이를 한다고 하더라도 한 부부의 노년을 확실하게 불투명하게 만들어준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그건 오랜 역사와 더불은 민족성과 교육 시스템이 갖고 있는 기만성, 사교육 시장에 부모가 퍼붓게 만드는 내 자식은 더 잘 키우겠다는 욕심, 유교 사상이 주입하고 있는 입신양명에 모든 것을 거는 "맹모 삼천지교"란 신화적인 일화 등등의 파괴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 인구 절벽의 가혹한 현상은 사실 동아시아에서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중국도 가혹하리만치 저출산으로 급속 전환 중이다. 중국 내에선 유교 성리학의 영향력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어디든 경쟁 일변도의 삶은 수많은 이의 삶을 "불안" 속으로 밀어 넣는다.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사회 구조는 사실 이 체제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경쟁"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이르러 더 많은 자본획득을 가능케 하는 것을 최고의 윤리로 본다.
이 경쟁의 과정에서 하위 그룹의 낙오자가 자살하거나 코너에 몰리게 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해서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길 강권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위협으로 상위 그룹에 속한 구성원의 위기의식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압박을 지속 강화한다.
"인사이드 아웃 2"는 이런 심리 속에 빠져들어 이제야 어린 자신에게 엄격하고도 가혹한, "불안 심리"에 근거해서 끝없이 자기 자신이 아닌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선택을 향해 투신하는 것을 최선의 삶의 방향인 것처럼 몰아치는 자본주의 사회의 우리 모두의 모습을 투영한다.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지만 "인사이드 아웃 1"을 아직도 보지 않아 왔다. 그러다 오늘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에게 부부가 감명 깊게 보았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아직 안 끊고 남겨둔 "아마존 프레임"에 다 올라와 있길래 보여주려다가 강력한 반발과 마주쳤다. 재미없을 거란 선입견이었다.
성장의 단계를 겪어가는 아이의 내부에 들어가 그 안에 있는 중요한 감정의 요소를 하나씩의 캐릭터로 만들어서 보여주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 이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릴 들어왔고, 통신사의 1+1 영화 보기 티켓 서비스를 쓸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이 제안에는 흔쾌히 녀석이 응해준 탓에 집 근처의 극장에 가서 어느샌가 팝콘을 들고 그 영화를 보고 있었다. 물론, "스파이더맨"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만큼 딱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만큼 박진감 넘치고 뛰어난 아이디어와 화려한 영상을 남발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를 영리하게 드러낸다.
극 중 주인공인 "라일라"가 자신의 신념으로 "나는 좋은 사람이야"란 확고한 내면의 목소리를 지니게 만드는 데는 비유적으로 만들어진 내면의 감정 중에 "기쁨"의 역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다. "슬픔"이나 "분노", "두려움", "역겨움"의 팀을 구성하는 내면 캐릭터들은 여기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기쁨"이 했던 중요한 일이라 여겼던 것은 거대한 핀볼의 공 튕기는 기계 같은 것으로 픽사의 다른 작품인 "엘리멘털"의 유리 구형 작품과도 같이 "라일라"가 실수한 기억을 '잠재의식' 멀리로 튕겨내고 '의식'의 명확한 공간에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강력한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외부적으로 뛰어난 "하키 선수"로써 친구 2명과 환상의 조합을 보여주는 첫 장면의 "하키 게임" 장면은 이 같은 작업을 제대로 이뤄내고 게임을 승리로 만든 뒤에 잠들기 전까지 확고한 성공처럼 보인다.
그런 결과를 통해서 "하키 스쿨"에 친구 2명과 같이 합숙 훈련을 가게 된 "라일라"는 가기 직전에 "사춘기"가 거대한 신호를 울리면서 내부에서 터져 나오게 되면서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는다. 이 과정에서 "기쁨"은 사춘기 신호를 잠재의식 공간으로 처넣으려 하지만 변화는 강제로 진행된다.
이런 내용을 정말 천재적인 비유와 더불어 인간의 내부에서 각각의 성격 캐릭터가 나타나서 이 캐릭터의 작용과 반작용을 통해서 인간의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기가 막히게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초등학생 아이와 그의 아버지가 각자의 진지함으로 눈을 뗄 수 없게끔 만든다.
비유적이고도 너무 어렵지 않은 심리 분석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묘미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더 진지하게 들어갔다면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고, 너무 재미만을 추구했다면 경쟁작이나 픽사가 이전에 만들어 또한 극찬을 받았던 "엘리멘탈"이나 "소울"만큼의 반향이 없을 거다.
이전에 감동과 뛰어난 인생에 대한 해석, 재미 모두를 건진 작품을 만들어서 흥행 성공을 쌓아왔기 때문에 "픽사"는 이 작품 또한 부끄러움 없는 작품을 내놓았고 전작인 "엘리멘탈"이 애니메이션으로서 한국에서 만든 최고 관객 동원 기록(724만 명)을 이미 730만 명으로 뛰어넘었다.
모든 극이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이루고 "라일라"를 파국으로 몰고 가면서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라는 자괴감에 깊이 빠지게 만들고 벌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상상하며 과도한 생각과 행동을 하게 만드는 "불안"을 잠잠하게 만들고 화해하고 조화를 이루며 극을 마무리하는 "기쁨"의 모습은 인생에 대한 희미하게나마 열린 출구가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는 것 같다.
아들과 이런 애니메이션을 그것도 이렇게 개봉관에서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그 기회가 재미뿐만 아니라 의미와 감동을 낳는 것이었다는데 감사한다. 극장에서도 그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 마지막까지 남아 타이틀롤을 모두 보다가 쿠키 영상처럼 나오는 영상도 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