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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24. 2016

<댄싱퀸>-들을 줄 아는 권력자

권력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권력자는 존재해야 한다.

댄싱퀸 (2012)

Dancing Queen 

감독 이석훈 출연 황정민엄정화이한위정성화라미란

정보 코미디 | 한국 | 124 분 | 2012-01-18


들을 줄 아는, 소통이 되는 권력자란 누구인가? 아무래도 팔랑팔랑 거리는 귀를 갖고 자기 줏대 없이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권력자가 되기는 진작에 어려운 이야기일 것이다. 자기 고집이나 이른바 입지라 하여 뜻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사람이 권력자의 자리에 올라가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팔랑귀의 평범한 생활인이, 곧, 들어왔고 들을 준비가 된 사람이 시장 선거의 후보자까지 올라가는 댄싱퀸의 스토리는 이 어려운 현실을 영화 속에서 비교적 간단한 장치를 통해서 지나치게 운이 좋은 주인공을 통해서 일단은 돌파했다. 결국에는 결코 일어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흥겹게 그리는 것이 이 영화가 일상인들에게 쾌감을 주는 이유 중에 하나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남녀 주인공의 이름을 그대로 현실의 배우들의 이름을 써서 붙였다. 이 두 사람의 인지도를 적극 활용하고, 이 두 사람이 갖고 있는 현실 속에서의 이미지 자체를 그대로 영화 속에 투영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보지는 않았지만 존 말코비치가 나오는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존 말코비치 되기 (2000)

Being John Malkovich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존 쿠색카메론 디아즈캐서린 키너오손 빈메리 케이 플레이스

정보 코미디, 판타지 | 미국 | 105 분 | 2000-05-13


일전에 워리어스 웨이에 대한 감상평을 쓸 때 집어넣었던 배우와 꼭 맞는 영화를 만들어 영화 외적인 현실도 영화 속에 투영되어 상승효과를 낳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법하다. 이 두 배우가 이전의 영화들에서 보여주어 왔던 팔색조의 연기들을 떠올리자면, 자기 자신에게 꼭 맞는 듯한 연기를 하게 된 이 연기자들이 느꼈을 자유로움이 영화 속에서 배여 나왔기에 그 팔색조의 연기보다 더더욱 느낌이 좋았다. 


황정민은 자신의 어눌함을 그대로 내밀어 진심을 담은 그 마지막의 일장 연설의 감흥을 더더욱 와 닿는 것으로 만들었으며, 엄정화는 푼수끼 어린 발랄함과 본연의 섹스어필하는 가수의 이미지도 성공적인 마지막의 공연 속에서 유감없이 드러내어, 영화의 재미를 한 차원 높은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조연들의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과장과 해학의 균형을 잃지 않는 연기도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악역들조차 밉지 않은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 이 영화의 엔딩은 훈훈하고 정겹다. 이 영화가 비교적 성공한 작품이 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기존 정치를 비판하는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반감을 최소화시키면서 영화는 과연 우리가 이 시대의 권력자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가족이라는 구성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가장이라는 권력자를 이 시대는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댄싱퀸과 서울 시장 후보가 부부라는 것이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영화 속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대중은 이미 자신의 가정부터 민주화되어 있는 권력자가 아니라면 진작에 이 사회의 민주적인 지도자조차 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공자의 진리가 담긴 글귀를 영화 속의 기존 정치인들은 이 운 좋은 팔랑귀의 주인공을 낙마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데, 과연 "다스린다"라는 개념으로 권력자가 되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요청사항이냐라고 되묻는 질문이 그래서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요점은 자기 자신부터 잘 닦고 집안을 잘 다스리면 나라도 잘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지만, 이제 그 말은 여러 의미에서 시대와 거리를 가진 글귀가 되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심지어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조차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는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다. 수신에 들이는 자본과 제기에 들이는 자본, 치국에 들이는 자본, 평천하를 위해 들이는 자본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수신에 자본을 다 쓰고 나면, 평천하에 쓸 자본은 없다. 반대로 평천하에 다 퍼붓고 나면, 제가는 불가하다.  


시대에 맞는 리더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에 균형 잡힌 자원 배분을 할 수 있는 리더이고 곧 이 리더는 각 부분에서 외치는 소리를 잘 들을 줄 아는 리더여야만 한다. 


우리는 소통하고 존중할 줄 아는 리더,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리더를 원한다. 자기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리더, 가족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리더,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리더, 천하의 소리를 감잡을 수 있는 리더를 이 시대는 원하고 있다. 


사람들을 잘 정렬시켜서 일정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은 리더로서의 실격 요건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 리더는 곧 리더가 될 수 없다. 따른다는 것은 일정한 방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리더 자신의 내면으로 사람들을 계속 끌어들이는 영적 지도자가 아닌 이상, 리더는 자기가 가기로 한 외적인 방향으로 사람들을 데려갈 수 있는 인도자이자 가이드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방향을 이야기를 잘 듣고 취합 정리해서 잡느냐, 아니면 자기 자신의 독단만으로 잡느냐는 다른 경지이다. 잘 듣겠다는 자세가 만드는 방향은 보다 많은 호응을 낳기 마련이다. 곧 방향을 어떤 방식으로 잡겠는가. 듣겠는가 일단 모든 잡소리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잡겠는가 이것이 소통하는 리더인가 아닌가를 가름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부당하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대부분이 끌려가고 있다면, 그 길이 설사 옳다고 하더라도 구성원들은 중간에 낙오하게 되거나 심신이 지친 상황에서 억지로 걸음을 옮기는 고역을 겪어야만 한다. 


영화 속의 황정민은 실제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리더로 그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의 걸음걸이를 보다 발랄하게 해줄 수 있는, 곧, 춤을 추듯 걸어가게 할 수 있는 리더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댄싱퀸은 엄정화가 아니라 그러한 리더를 따르는 우리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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