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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08. 2015

<혹성탈출:반격의 서막>-리더의 각성

진정한 리더로서의 각성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이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포일러가 다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2014)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감독: 맷 리브스

출연: 앤디 서키스, 게리 올드만, 제이슨 클락, 주디 그리어, 케리 러셀

정보: SF, 액션,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30 분 | 2014-07-10


호평을 받았던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1편의 기억이 없더라도 이 영화를 보는데 큰 지장은 없다. 플래시 백으로 1편의 내용이 반복되는 부분도 적을뿐더러, 영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는 사건이 하나 영화 초반에 등장해서 인류가 멸종의 위기에 몰리는 사건으로 등장한다.

치명적인 전염병이 발발하여. 인류의 문명이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는 설정이 오바마 대통령의 육성을 포함한 뉴스로 초반에 나온다.

아마도 혹성 탈출 1편이 리부트의 개념으로써 제작되었음에도 이전 팬들의 기억도 배려하여 역사적인 영화산업의 기념물과도 같은 이전의 혹성 탈출 시리즈의 세계관을 어느 정도 이어갔다면, 이 영화는 그나마 과거와 이어져 있던 혹성 탈출 시리즈들의 세계관들과 거의 절연을 선언한 것처럼 전혀 다른 쪽으로 세계관의 방향을 이끌어 가버린다.  

씨이저는 돌발적으로 유인원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었던 1편의 모습에서 진일보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바깥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가면서 익숙해져 버린 바이러스 창궐을 통해 인류가 절멸해가는 보다 설득력 있는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잡아버렸다. 이미 오리지널 작품이 세계가 냉전 시대의 산물인 핵전쟁을 통해서 절멸하였다는 이야기를  바꾼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말을 할 줄 아는 유인원 집단의 우두머리 시이저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임을 보다 확고하게 만들기 위해, 1편과의 밀접한 연결고리인 그를 키우고 그에게 인간처럼 스마트해지게 해 주는 약품을 주입한 박사마저 자연스럽게 소멸시켰다.

그냥 싹뚝 잘려나가 버린 존재들이다.


영화 외적으로 제임스 프랑코의 개런티가 올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루퍼트 감독이 영화 제작사와 계약을 다시 맺는데 있어서 장애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씨이저와 그의 무리들을 빼 놓고 영화 안팎으로 익숙한 얼굴들을 청소하고 새로운 인물들로 갈아 넣은 것은 리부트 된 세계관을 좀 더 차별화 하고, 낯선 분위기를 불러 일으켜 새로운 흥행의 가능성을 찾으려 했기 때문일 것 같다. 동시에 현 시대에 맞는 상상력을 좀 더 이 영화 속에 주입하기 위해서 선택하였을 것이고..


나는 이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본다. 수많은 블록버스터들에서 과잉된 영상들과 새로운 사회 현상들과 스토리들이 스마트 폰으로 유입되는 이 시대에 이야기의 연속성을 지나치게 고려해야만 할 필요는 굳이 없을 수 있으니까.


이 방법을 통해서 오히려 1편을 경험하지 못한 관객들이 대거 더 들어와  소외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전편에 비해 부쩍 말이 많아진 시이저의 존재감을 보다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 수 있었으니까.  

게리 올드만이라는 배우가 적절하게 투입된 것은 그가 가진, 불안한 정신적 균열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모습 때문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비극을 만드는 캐릭터로서 복수의 감정에 휩싸여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할을 그는 불멸의 연인 베토벤과 레옹, 제5원소 등에서 능숙하게 연기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악역답지 않은 듯한 부분을 갖고 있는 인물을 기가 막히게 설득력 있게 잘 연기한다. 유인원의 리더인 시이저가 단선적인 리더의 성격을 표현하면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게리 올드만의 역할은 이 성격적인 심심함을 잘 메워주고 있고, 인간 종족의 리더가 가질 수 있는 유약함과 단점을 상징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덕분에 물론, 다소 냉철하고도 순진한 판단 때문에 위험에  몰리기도 했던 시이저의 카리스마가 대비적으로 더욱 빛나게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배역부터 이렇게 정하고 들어간 감독은 갈등을 구축하는데 전문가인 사람임에 분명한 것 같다.


미래를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이지만, 이 영화가 노리고 있는 효과는 인간이 가진 인간성의 어떤 부분들과 유인원이 가진 인간성이 격돌하고, 유인원 간에 벌어지는 동질의 권력 암투와 갈등을 긴장감 있게 잘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영화의 끝까지 몰고 가는 것이었으니까.

우리는 이 별로 잘생기지 않은 말하는 유인원 시이저의 리더십과 용맹, 냉철하고도 이성적인 판단에 감탄한다. 낭만에 가까운 무리에 대한 신뢰와 유인원끼리는 서로 죽이지 않는다라는 스스로가 만든 규율을 마지막에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함과 동시에 깨고 나서도 받아들인다.


유연하게 진화하고 성장한 리더의 모습이 모순되게 느껴지게 만들지 않는 이 영화의 놀라운 설득력에 압도당하게 된다. 그가 각성한 것이니까 말이다.

순수한 인간적 리더는 그 낭만적인 이념으로 수많은 팔로워들을 이끈다.


순수함과 평화, 이성적인 균형과 겸손함, 능력과 맞물린 경외감을 창조하는 역량들을 다 갖춘 리더가 낭만적인 이념을 약점으로 삼아 그를 공격하는 적에게 약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 낭만적 이념은 실상 권력욕을 합리화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권력욕 자체에 몰두하는 상대가 나타난다면 합리화 능력에서 떨어지는 리더는 공격당하고 쫓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이저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달라진 상황에 맞게 능력을 발휘해서 그 권력욕에 찌든 적을 제압하고 다시 왕좌를 탈환하고야 만다.


그는 권력의 자리에 있는 이상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싸우거나 올바르게 서 있는 질서와 기강을 무너뜨리는 적을 처단해야 무리의 질서를 다시 세울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


그와 동시에 한번 유인원들에게  공격당했던 인간들이 절대 유인원들을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인간성에 기반한 미움의 본성도 이해하고 있다.

이런 변신과 판단이 가능한 리더라면 계속 무리를 잘 이끌어갈 수 있다. 현실을 꿈꾸는 강력한 리더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사람들은 적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남는 것은 과연 우리가 감동하는 것은 예쁘고 멋진 배우들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흉측하고도 흉하게 말을 하는 유인원이라 할지라도 매력적인 인간성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사랑받을 수 있다.


이 영화는 그 점을 다시 드러내어 준다. 또한 그 과정 상에서 자신과 다른 집단에 대한 맹목적인 미움과 편견이 얼마나 도움이 안 되는 일인지를 설명해주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보고 나서 남는 것이 많은 영화일 수 있다. 흥행 성적과는 관련 없이 난 이 영화에 1편보다는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현재까지 만들어진 흑성탈출 시리즈 중에 단연 최고라고 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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