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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Sep 10. 2017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올바른 스토리 선택

신과 동급의 파워를 가진 히어로의 설정, 스타로드 탄생의 비밀

* 알게 되면 영화가 재미없어질 수 있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안 보신 분은 유의 바랍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기 인생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스토리가 잘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금수저"에 좋은 집안, 훌륭한 유전인자, 좋은 학교, 엄청난 프로세스를 가진 머리, 뛰어난 배경 그 자체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성공적이면서 동시에 행복하기 이를 데 없는 인생을 살아가기 어렵다.


반대로 모든 것이 잘 따르지 않은 엄청난 "흑수저"라고 해도, 자기 인생 스토리만이라도 잘 써져 있다면, 그 인생에는 빛이 있다. 타인의 스토리와 크게 비교할 필요가 없는 좋은 스토리, 너무 허망하지는 않은 비교적 현실적이면서도 보다 삶의 긍정적인 요소를 담은 스토리를 살아가고 있다면, 이미 그 인생은 절반 이상 성공적이다. 영화 속 피터 퀼, 스타로드의 스토리는 은하계를 유랑하는 "좀도둑에 도망자"이지만 그 스토리는 조금씩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은하계의 수호자"까지 확장된다.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나누는 것은 각각의 인간이 가진 세계관이 어떻게 이뤄져 있고, 그 세계관을 통해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세계관을 구성하는 뼈대인 스토리다. 잘못 쓰여서 입력되어 있으면, 이른바 옳고 그름의 기준이 망가져 버리게 되고, 이를테면 효율성이라든가 수익성이라는 미명 아래 적지 않은 사람들의 희생과 불행을 강요하는데 익숙한 사람이 되는 법이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는 것도, 수익성을 단기에 얻고자 하는 목적에서 합리화되었고, 이러한 부정을 저지른 이후에도 가격 대비 만족감 같은 요소를 중시하는 소비자는 개의치 않고 다시 해당 업체의 차를 산다. 악행의 합리화가 순환되는 현실이다.



스타로드는 어머니가 병으로 죽은 뒤에, 우주 해적인 욘두에게 납치당한 뒤 나름 불우한 성장 배경을 갖고 있지만, 팝과 춤을 사랑하고, 모험의 과정에서 만나게 된 친구들을 인종의 구분 없이 우정을 가지고 대하면서,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는 영웅으로서 살아가는 스토리와 더불어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아버지는 일종의 신에 필적하는 능력을 가진 외계인으로 밝혀지는데, 그 아버지의 스토리는 온전히 자신의 유전자를 우주 전체로 퍼뜨리며 확장하고 싶다는 탐욕으로만 가득 차 있다. 생명체의 본능인 자기 증식이 그저 그의 불사와도 같이 길고도 긴 인생의 중심 스토리다.

인자한 모습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처럼 나타나지만 그저 자기자신의 증식과 확장 밖에 모르는 존재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행성에 뿌려둔 자신의 씨앗들을 증식시키는 동시에, 그 행성의 여자들을 만나 자신의 아이를 만들었고, 그 결과로써 보다 자신의 능력에 근접한 존재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려 왔다. 스타로드는 자신이 그와 같은 능력을 지닌 존재임을 알게 되지만, 자신의 스토리를 순식간에 자신의 어머니마저 죽인 아버지의 스토리 속에 포함시키기를 거부한다. 신과 같은 능력으로 은하계를 지배하기보다는, 친구들과의 우정을 지키고, 자신을 키워준 욘두로부터 진정한 아버지의 마음을 깨닫고, 수호하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욘두는 자신을 희생해서 피터를 살린다.


자신을 좀도둑으로서의 불우한 인생을 보내게 만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던 의붓아버지, 욘두가 사실은 스타로드의 친부가 은하계에 뿌려 놓은 아이들을 데려온 다음 기대 수준에 못 미치면 그대로 죽여버렸기에, 피터를 살리려고 빼돌려 키워왔었다는 내용이 더 큰 반전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욘두의 인간성을 좀 더 감동적으로 만들기에는 1~2편을 통해서 나온 떡밥이 다소 부족했던 탓인지, 이 내용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여러 면에서 1편의 욘두가 사이코패스 킬러스러운 부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 실베스터 스탤론까지 동원하여 욘두가 자신이 속해 있었던 보다 큰 대의를 가진 은하계의 연맹체에서 원칙을 어겨 쫓겨난 존재가 된 내용이 나오도록 했다. 욘두가 나름의 긍지를 가지고 "올바른 스토리"를 그려가려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욘두는 자신을 복귀 시켜달라고 간청하지만, 거절 당한다. 그의 희생 후에야 명예가 회복된다. 거물급에 맞는 배우 등장이다.

이 영화는 마음의 문제, 관계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면서, 키워준 아버지와 아들 간의 오해가 풀리고, 두 자매간의 오랜 반목이 해소되며, 자신의 진정한 스토리를 찾아가고자 하는 과정이 아기자기하게 잘 나온다. 좋은 평점을 줘야 하는 작품이다. 심지어 친족과의 관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자기 자신만의 스토리"라는 것을 중요한 메시지로 전달했다.


은하계의 "신적인 존재"에 해당하는 절대 권능보다, 스타로드, 피터가 결국은 선택하게 되는 친구들과 함께 은하계의 "수호자"가 되는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그 선택의 배경에는 연인과의 사랑 스토리도 있고, 욘두가 마지막에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보여주는 아버지의 마음이 있으며, 어리고 귀엽기 그지없는 베이비 그루트가 보여주는 순진무구한 좌충우돌도 있다.


피터가 주변을 돌아보았을 때, 자기 자신의 올바른 스토리를 버리고 잘못된 스토리로 순식간에 갈아탔을 때 잃어버릴 것들의 "엄청난 매력" 이 느껴진다.

하나씩의 인물이 추가될 때마다 매력도가 상승하고 있는 시리즈다. 이들이 함께 있는 의미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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