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Feb 24. 2018

<블랙 팬서>-폐쇄주의 탈피

폐쇄된 국가의 영웅이 세상 밖으로 나오다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흑인이 주연 히어로로 등장하는 것은 그보다도 더 예외적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엄청난 흥행을 이루고 있다.

계속적인 흥행에 대해 아무런

우려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흥행 영화로서의

우수한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고,

보다 진지하고 세련된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마블의 다른 시리즈물의 흥행과는

다른 양상으로 흥행이 이뤄질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인종적인 쟁점을  파고드는 히어로를

그리고 있기에 그 주제는 실상 더 무겁고

긴 역사와 복잡한 배경을 갖고 있다.

흑인이 주인공인 정도를 떠나서 대부분의 인물이 흑인인 마블 히어로 시리즈가 나온 것이다.

통상적인 마블 히어로물의 인물은

백인에 부자, 과학자, 출생의 비밀을

가진 청소년, 외계의 신이자 왕자,

촉망받는 외과 수술의 등등이다.

미국에서 출판된 마블 코믹스 시리즈가

주류 백인에게 팔리기 위해 선사할만한

프로필로 만들어져 있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에 아시아인이나 흑인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점점 바뀌고 있다.

물론, 이러한 영웅 중엔 밑바닥 초인이랄

수 있는 히어로도 있고, 빌빌 거리는

저질 체력에 의욕만 앞섰지만, 선택받아

신체 능력이 강화된 군인도 있다.


그들 중에 일부는 또한 색다른 히어로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종마저 벗어나

흑인이 주연 히어로로 등장하는 것은

그보다도 더 예외적으로 보인다.

("닉 퓨리", " 팔콘", "워머신"도 있지만,

조연 또는 조력자, 사이드 킥 정도 수준에

그친다.)


마블 코믹스는 다양한 인종을 포용해서

한국인을 포함한 타 인종도 계속 히어로로

편입시켜왔다. 이후에는 한국계 히어로도

영화에 등장하리란 기대가 생길 정도다.

아마데우스 조라는 천재 과학자가

헐크화 되는 히어로로 이미 등장하고

있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가능한 일 같다.


여기에 더한 Fantasy는 마블 코믹스 내의

절대적인 강화 금속 "비브라늄"을 갖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 "와칸다"가 현존하는

엄청난 부국으로 나오는 것이다.

원더우먼의 아마존 여전사가 모여사는 섬처럼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게끔 보호막이 쳐져 있고, 그 바깥으로는 최빈국으로의 모습만 드러난다.

이 나라의 왕자가 초인적인 능력을

갖게 만드는 약을 마시고,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진 슈트를 착용하는 등,

와칸다의 외계 차원인 것처럼 보이는

기술력이 집약된 상태로 나타난 히어로가

바로 "블랙 팬서"다.


흑인 인권의 개선을 부르짖으며, 주류 백인 사회의 심기를 건드릴 발상이 들어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단편적으로 보자면,

억눌린 흑인의 인권을 전 세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와칸다의 힘으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가진

"킬 몽거"라는 빌런이 일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로, 흑인 인권의

개선을 부르짖으며, 주류 백인 사회의

심기를 건드릴 발상이 들어 있다.

좀 더 정확하게는 "트럼프"의 심기다.

“킬 몽거”는 와칸다로부터 버림받은 아버지와 자신의 복수를 위해 “티찰라”와 싸워서 왕위를 빼앗는다. 흑수저의 공감을 낳는 캐릭터이자, 빌런임에도 논리상 매력적으로 나온다.

흑인 인권을 그린 극화 중에는 이미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 이후에도

적지 않은 영화나 드라마가 사회적인

공감과 더불어 전 세계적인 흥행을

종종 이끈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도 "단편적"으로는

이러한 흑인 해방을 그린 영화로

"말콤 X"의 강경 노선을 일면 미화시키고

있는 흑인 인권 개선을 위한 영화 중에

하나로써 분류를 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 영화는 "폭스"에

판권이 넘어가 있는 "엑스맨"시리즈와도

같이 지구 상에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전반적인 인종에 대한 차별을 은유화해서

그리고 있다고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올로케이션 국가가

아프리카의 국가와 한국(어쩌면 태국이나

중국, 말레이시아, 대만일 수도 있었다)

인지도 모른다.


여러 경합을 이기고, 물론, 흥행 성적이

좋은 국가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영화를

찍기 위한 장소로 선택받기 위해 부산 시가

힘을 썼겠지만, 백인이 주류가 아닌

국가를 영화 배경으로 쓰고자 한 이유에는

미국의 주류 백인의 흑인 인종차별을

비난하는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보다 확장된 "인종"에 대한 차별을

벗어나야 한다는 주제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의 인종일 수도 있고

성별이나 특정 집단일 수도 있다.


영화사의 치밀한 흥행 논리와도 모순이

없게끔, 더 많은 관객의 저변 확대와

더불어 미국 주류 백인이 갖고 있는

협소한 차별의 한계를 벗어나 범 인류적인

히어로 또는 강력한 힘의 상징은 주류

백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알람처럼 들려주고자 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아프리카 흑인이 전통으로써 갖고

있는 왕위를 승계하기 위한 의식이라든가

기독교 세계관을 벗어난 아프리카의

셔머니즘적인 내세관도 들어 있어

흑인 고유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에도

인색하지는 않다.


생사를 오가는 때마다 "티찰라"는 초원의 나무 위에 있는 선대 "블랙팬서"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현명해 보였지만, 뒤로가면 "티찰라"가 부정하는 대상이 된다.

와칸다는 "비브라늄"을 거래하고 이를

통해 얻은 부를 통해

훨씬 상향된 문명 수준을

누리고 살고 있지만, 이 현실을 외부에

알리게 되면, 누리고 있는 부와 삶의

수준을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폐쇄적으로 살고 있는 나라로 나온다.


이 국가는 오히려 현재의 "미국"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닮아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중요한 이점은 타국의 이민자

때문에 자국의 국민이 일자리를 잃고,

교역을 통해서 자국의 산업이 경쟁력을

잃었으므로, 이민자를 내쫓고, 교역을

제한하는 보호무역주의 또는 고립주의가

미국을 "다시 부강하게 만들 것이란

판타지다." (중국의 폐쇄 정책이나

조선의 쇄국 정책이 결국 국가를

강하게 만들었던가?)


이와 같은 정책을 취하고 있는 현실의

선진국은 오늘날 "미국"외에는 특별히

떠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와칸다"의

새로운 왕 "티찰라"는 이 오랜 정책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유지하려다

"킬 몽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다시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된 "와칸다"의

폐쇄정책이 결코 "와칸다"와 "흑인"을

포함한 이 세상에 유익한 정책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바로 이 정책이 "와칸다"의 내분을 낳고,

미움과 증오와 더불은 더 많은 비애와

고통을  소극적으로는 방치하고,

적극적으로는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마치 "정. 반. 합"의 원리와도 같이 이미

있는 것을 움켜쥐고만 있으려 했던

국가의 왕자가 자신의 왕위를 잃을 수도

있었던 사건을 만나 자각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서 다시금

"와칸다"의 폐쇄 정책을 폐기하고

개방하여 외부의 어려운 "흑인"을

포함한 세계인의 고통을 줄이는 일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도록 만든다.


이 과정에 그저 "흑인"의 인권 향상이라는

주제로 내용을 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 세계의 관객이 세련된 주제에

대해 알게 모르게 호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히어로가

자기가 사는 국가의 부를 지키기 위한

파수꾼으로써의 능력만 발휘하다가

바야흐로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전 세계적인 히어로로 활약하게 된다라는

성공적인 스토리를 관객에게 납득시켰다.


어벤저스에서 살짝 드러났던

완전해 보였던 캐릭터에서

살짝 더 미숙한  부분까지 드러내면서

인간적인 매력도 노출하고, 이 과정에서

한 차원 더 매력적인 히어로로 변모했다.


이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관객은

그를 신비한 와칸다에서 엄청 부유한

흑인 왕자보다는 한 차원 확장된

인류애를 가진 히어로 중에 하나라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외에 군데군데 떠오르는 것들


1. 이러한 주제를 떠나서 "블랙 팬서"의

아이언맨 슈트보다 훨씬 뛰어난 탈착 및

방탄 기능과 전 세계를 UFO처럼 빠르게

오가는 비행기, 직접 현장에서 타지 않아도

먼 곳에서 자동차나 비행기의 제어권을

가져와서 탈 수 있는 가상현실 장치

등등의 첨단 무기의 향연은

기존 히어로물 시리즈에서 나온 것과는

또 다르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2. 부산에서 촬영한 추격씬도

속도나 스케일 면에서는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박진감과 아슬아슬함을

만들어내는 면에서는 큰 손색이 없었다.


3. 아프리카의 토속 부족 같은 모습을 하고

창과 칼을 들고 싸우는 모습이 나오는

것도 디씨의 아마존 전사의 전투 장면과는

또한 다르게 아기자기하고, 설득력 있다.


4. 주제가 명확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주제상에서 움직이는 다른 마블 캐릭터가

등장할 이유가 없었다. 블랙 팬서 외에

등장하는 히어로는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

등장하는 팔 하나를 잃고 "와칸다"의

강근처 천막 안에서 요양 중인 "윈터 솔저"

뿐으로, 이전 "캡틴 아메리카_시빌 워"

에서의 연장선이다.


5. "블랙 팬서"가 사용하는 와칸다의

기술과 비브라늄은 이제 전반적으로

다른 마블 히어로에게도 보다 수월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10화 <안시성>-배우에 맞춘 영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