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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Sep 29. 2018

<안시성>-배우에 맞춘 영화

주연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애국심을 고취하는데 최선을 다함

대부분 스포일러와 더불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합니다.

이 영화는 "성주 없는 안시성은 생각할 수 없고, 성주는 안시성 그 자체다"라는 대사 하나로 요약된다. 성주를 그저 "조인성"으로 대체하면 된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어떤 인물이 떠올랐다면, 그 글은 결국 그 인물을 중심으로 써진다. 주제가 먼저 떠오르고 글을 쓴다면 당연히 인물보다는 그 주제를 중심으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무엇이 주안점인가 그것이 글의 결과물을 좌우한다. 안시성 속에서 언급되듯이 이 영화는 "성주 없는 안시성은 생각할 수 없고, 성주는 안시성 그 자체다"라는 대사 하나로 요약된다. 성주를 그저 "조인성"으로 대체하면 된다.

그의 연기에 대한 비난은 발음이 부정확하고, 목소리의 톤이 가볍게 느껴진다는 정도다. 하지만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최대한 부어 넣었다라는 전반적인 호평이 있다.

안시성은 사실상 주연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배경이자 소재가 되어 있다. 일단, 흥행 공식 중에 하나에 철저하게 올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훌륭하고 이미지가 좋은 미남 배우에게 "선망"을 느끼도록 만들면서 그 과정에서 이 배우가 갖고 있는 느슨하고 형님 같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그대로 활용했다. 종래의 사극의 변천사에서 보자면, 전형적인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파격을 추구한, 효과적인 시도였다. 굵고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남성적이기 그지없는 선 굵은 외모 등의 요소를 벗어난 곱상하게 생긴 이가 "성주이자 장군, 용맹한 전사"로 나온 것이다.


최근의 내가 봤던 영화 중에 흥행작과 흥행하지 못한 작품의 명암을 갈랐던 것은 이렇게 주연급 배우의 이미지를 어떻게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주면서 기대감이던지 의외성이던지 그 어느 쪽으로든 만족을 가져다 줄 수가 있었는가 없었는가의 측면이었다. 극찬을 했듯이 "마녀"의 주연 배우 김다미는 기대감과 의외성이 혼연 일체가 된 만족감을 가져다주었고,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의 톰 크루즈는 언제나와 다름없이 기대감 그 이상을 충족했으며, "공작"은 주연 배우 2명 모두가 믿기지 않는 남북한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첩보전 속의 우정을 믿기도록 만드는 마술을 부렸다. "오션스 8"은 같은 위상을 가진 다른 젠더를 가진 배우로 교체해도 영화가 성공할 수 있는 훌륭한 예제가 되었다. 조지 클루니의 매력 이상을 산드라 블록이 느끼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몇 번째, 나는 "인랑"과 "골든 슬럼버"에 대해서 쓴소리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주연 배우는 동일하다. 상대편 여배우도 동일하고. 조연도 결코 연기력이 모자란 배우가 아니었다. 그러나 기대감도 충족하지 못했고, 유감스럽게도 의외성도 없었다. "강동원"이라는 배우나 "한효주"라는 배우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없다. 다만, 두 영화 각각의 감독과 제작진이 안타깝게도 이 배우를 먼저 떠올렸거나 영화에 최적화된 배우로 생각해서 캐스팅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어찌 보면 막연히 톱 배우로서의 티켓 파워를 발휘하겠지라는 기대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흥행을 중심에 두면서 배우도 중심에 서지 못했고, 주제도 중심에 서지 못했다.


마치 그런 성공과 실패 사례를 충분히 미리 보고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안시성"의 제작진의 전략은 선명하게 "조인성"이라는 배우를 중심에 두고 영화를 만드는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멀어지지 않았고, 마치 이솝 우화 속의 오로지 나무 위로 올라가서 사냥개를 피하는 방법밖에 몰랐던 고양이는 살아남고, 수백 개가 넘는 사냥개를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영리한 여우가 그 방법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한 채 망설이다가 물려 죽은 이야기처럼, 이 "안시성"이라는 고양이는 살아남았다. 손익분기를 향해 쾌속 질주 중이다 (기사문: '안시성', 개봉 11일째 400만 관객 돌파 무적의 흥행 질주). 


물론, 흥행은 생각도 하지 않고 주연 배우에게만 집중한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중독적으로 보면서 팝콘으로 변해버린 대부분의 관객의 뇌에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자극을 선사하고, 흥행을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명확하게 "조인성화된 양만춘"으로 잡았다. "안시성" 전투에 대한 내용은 역사에 남아 있어도 "양만춘"에 대한 기록은 전무하므로, 거의 가상의 인물과도 같은 그에게 어떤 캐릭터를 갖다 붙여도 잘못된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 캐릭터가 "조인성"과 거의 일치하는 캐릭터라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


이처럼 치열한 공성전의 역사가 제대로 영화로 조명된 적이 없었다는 것도 사실은 대단한 일같다.


그렇게 하고 나니, 이제 본격적인 전쟁 씬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이 "300"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초고속 촬영으로 만든 슬로모션 기법을 사용해서, 전쟁터의 긴박감과 잔인함을 좀 더 극대화하고, 정확한 고증의 유무를 떠나서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준 스펙터클한 공성전을 만들어 내며, 불타는 수레바퀴를 무너진 토산 위에 굴려 보내는 장면을 만들어 내어 우리 영화도 그러한 성공적인 할리우드 작품 못지않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과시가 오히려 더 잘 먹혀들었다. 자랑하거나 인정받지 않으려고 함으로써 오히려 관객이 상영 중에 의외성을 가지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느낌의 장면이 나왔고
이런 규모의 공성전 장면도 나타났다.



기타 상세한 스토리나 디테일을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 싶다. 역사적인 사료는 웹상에 넘실거리고 있으므로 영화 외적인 부가 설명도 중복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 본질적으로 관객이 후련함을 느낄 수 있는 이 영화의 매력은 각각의 자신의 위치에서 우리가 이 현실 속에서도 저 거대한 중국 대륙의 엄청난 수의 중국인과 대치하고 있다는 데서 더 실감 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것이 서비스 산업이던, 제조업이던, 기술, 연구, 학문, 연예 등등 그 어떤 영역에서도 안시성 위에 서서 엄청난 물량으로 달려드는 중국의 위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를 극복하고 이겼던 오래 전의 역사적 쾌거는 비록 국뽕이라는 말로 폄하되기는 해도, 우리가 가진 불안감을 일부나마 해소하고, 나름의 희망을 품도록 만들어 주었다. 내수용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로 수출될 예정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신화인양 고주몽의 신궁으로 쏴올린 화살이 탕태종 이세민의 한쪽 눈을 꿰뚫는 장면은 근거가 희박한 전설이긴 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활시위를 당겨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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