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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24. 2016

<광해>-마음을 사로잡는 리더십

결국 팔로워들과 같은 삶을 살아가거나 최소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광해군에 대해서 나와 있는 역사적인 스토리는 실상 교육 과정 상에서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었다. 때문에 이 분의 캐릭터에 대해서 제대로 조명된 작품으로써 천만명에 가까운 관객들에게 나타난 광해는 역사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져간 미스테리어스 한 인물에 대한 관심을 많은 사람들에게 불러일으켰다. 실제의 그 인물과 분명히 영화 속에서 나타난 인물은 같은 인물이 아닐 것임에도. 


영화 속 왕의 모습이 마치 잡힐 듯이 관객들의 앞으로 떠오르는 것은 1인 2역을 효과적으로 연기한 이병헌의 뛰어난 연기력과 그를 둘러싼 중량급 조연들의 신 들린 듯한 그러면서도 절제력이 최대한 발휘된 지원 사격과도 같은 연기에도 있다. 


동시에 가타부타 말이 많을 수 있는 쓸데없는 대사와 배경 설명을 줄이고 고증에 입각한 최소한의 그러나 세밀한 디테일을 화면 속에서 구사하고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해서 웃음과 울음, 격분, 감동을 적절하게 배치한 감독과 그 스텝들의 역량이 만들어낸 진지한 환상 때문이다. 


이 영화는 실제의 광해군을 조명했다기보다는 다름 아닌 가상의 국민들이 믿고 따를만한 리더, 심지어는 생명까지 바쳐서 지키고픈 지도자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이 영화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관객들이 포착했다면 그 당시 얼마 안 있어 벌어진 대통령 선거의 결말까지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런 리더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그 상태대로 세월은 흘러가고 있다.


김명곤 씨의 많지 않은 대사를 뛰어넘는, 눈빛으로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탐욕스러운 정치가의 모습은 우리가 정말 혐오하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그런 모습의 사람들이 그대로 이 사회를 리드하는 세력으로 건재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영화는 왕정에 대한 복고적인 상상력을 자극해주었을 것이다.


영화 댄싱퀸이 웃음과 더불어 다소 정치적일 수 있는 메시지에 대한 기존 정치 세력으로부터의 공격을 회피하였다면, 이 영화는 왕정을 바라는 듯한 특권층들의 자화자찬적인 해석 뒤에 진정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받을 수 있는 메시지를 겹쳐두어 그러한 공격 자체를 무산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Masquerade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한효주김인권장광 정보 


왕이 뒤바뀌어졌다는 상황 자체가 그다지 행복한 것으로만 그려지지 않는 것은, 정치적인 지형도를 벗어나 백성을 위한 정치를 시도할 수 없는 무능력한 그 시대의 왕의 모습이 설득력 있게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세우고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 기존 정치세력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면서 교환 조건으로 정치적인 거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왕의 모습은 이제 이 시대의 여러 영화 속에서 이미 그려진 것들이어서 놀랍거나 새롭지는 않다. 


이 왕을 대신해서 왕좌에 올라야 했던 광대 노릇을 하는 사람, 곧, 연예인의 기질을 타고난, 그가 원했던 것이 많은 사람들의 웃음이듯이 우리의 지도자도 결국에는 우리의 웃음과 안위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이를 위해 목숨도 걸 수 있는 지도자였으면 어떨까 하는 간절한 바람을 이 영화 속에서 우리는 공감할 수 있다. 


사람의 목숨 하나 비참한 상황에 처한 백성의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줄줄이 나타났던 사회가 결국 역사 속에서 우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우리는 배우고 나서 기억하고는 있다. 그런 역사 속에서의 교훈을 되살린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다소 진지한 메시지가 이 영화 속에서는 나타난다. 


실제의 역사 속에서 광해는 광해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사라져갔지만 우리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오명을 쓰기보다는 진실을 만들고 보다 나은 우리의 삶을 만들 수 있는 지도자를 만들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의 흥행의 배면에 있는 것은 그러한 국민적 열망에 최대한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설득력 있는 메시지이다.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그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했으리라. 


물론 강력한 소수의 배급사와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자들만 배 불리는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은 이 영화의 성공 속에 가리어진 현실의 한 측면이다. 그러나 배우들의 개런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 비용이 들었을 것 같은 이 영화의 성공은 확실한 메시지와 연출, 연기가, 거대 자본을 넘어서서 성공적인 영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만드는 중요한 부분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다. 도둑들보다 이 영화의 성공이 주는 우리나라 영화의 보다 긍정적인 미래가 내 눈앞에는 보였던 이유이다. 


첨언 : 그러나 대종상 15관왕은 너무 심했다. 이건 다양한 모습의 문화적 리더십이 인정되지 않는 영화계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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