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막고 샤워기 물소리 들으면 빗소리가 난다
쾅쾅!!
“야야야 이호랑!!! 언제나와~~~ 할 거야 말 거야~? 글 쓸 거지?!?! 글 내놔아아~~”
샤워실 앞 지랑이 문을 두드리며 호랑을 재촉한다.
쏴아아아~~
샤워 물줄기가 한 여름 시원한 장맛비라도 되는 듯 호랑을 씻겨내리고 있다.
문 밖에서는 지랑이 아직도 공모전 타령을 하고 있다.
'저 정도면 병 아닌가 저거? 아니 뭐에 꽂히면 앞뒤 없이 돌진하네 진짜...'
호랑은 늘 지랑의 저런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쌍둥이임에도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를까.
중학교 내내 저 잘난 언니 덕에 참 힘들었다.
고등학교는 제발 지랑과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건만.
그들의 입학 연도부터 집에서 근거리 배정되는 평준화! 즉 망할 뺑뺑이로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결과는?
“아 네가 지랑이 동생이니? 진짜 똑같이 생겼다. 근데 느낌은 좀 다르네?”
주변 모든 이들에게서 이 말을 여전히 계속 듣고 있다.
지랑이 날뛰는 어흥 호랑이 느낌이라면,
정작 호랑은 새벽녘 고요히 맺히는 이슬처럼 차분한 아이였다.
항상 행동하기 전에 신중히 계획하고, 고민하고, 행여 남에게 피해가 될까 봐 혼자 끙끙대는 아이.
그러다 가끔은 머릿속 생각이 감당할 수 없이 너무 많아져 생각이 생각의 끈을 끝없이 이어 자포자기를 해버리곤 하는 아이. 그게 동생 호랑이였다.
그렇게 언니 지랑과 너무 다르다 보니 사람들과 비교당하기 일수였고,
대부분의 주변인들은 호랑에게 ‘너는 늘 생각이 많은 게 문제야.’ 라 말함으로써 호랑을 규정짓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왜 너는 지랑이처럼 즐겁고 밝지 않니?’라는 비교를 꼭 덧붙였다.
‘외형이 똑같은 쌍둥이여도, 언니와 나는 다른 사람인데..’
다들 삶이 바쁘고 힘들어서일까?
그들은 생각보다 타인을 쉽게 규정하려 하고, 가능하다면 최대한 본인들이 보고자 하는, 그들이 이미 정해놓은 테두리 속에 밀어 넣고 판단을 규정짓는다.
물론 중학교 시절에는 같은 학교이고,
‘아-네가 지랑이 동생이구나-‘를 하도 듣다 보니 어느샌가 호랑도 지랑이처럼 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본 적도 있었다. 그렇게 언니보다 더 그들 눈에 띄면 지랑이한테 '네가 호랑이 언니구나.-‘라고 그들이 말할 것이라 믿었기에.
그래서 본인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게 양아치 친구와도 어울려 보려 했고, 교복도 줄여보고, 머리도 염색해보고, 귀도 뚫어보고, 야자시간에 학교 담장 넘어 도망도 가봤다. 그래 그 잘난 지랑이 언니처럼.
하지만 결과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고, 오히려 혼자가 됐지..’
사람이 안 하던 짓, 자신과 맞지 않는 짓을 하면 그 어색함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법이다.
그렇게 지랑이처럼 E가 되기 위해 I성향 특유의 집요하고 계획적인 특성을 발휘해 그렇게 노력을 했건만, 결국 그 어색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이 하나둘 떠나갔고, 그러다 호랑도 자기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이 되고서야 더 이상은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결정에 이르렀다.
I가 발버둥 치며 E를 따라 한다고 해서 E가 될 수는 없다는 걸 어릴 때부터 지랑을 통해 잘 알고 있는 호랑임에도 계속해서 반복적인 실패를 거듭했다.
그때쯤부터였던 것 같다.
언니랑 선을 긋기 시작한 게.
언니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호랑은 언니를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랑은 진흙밭에 던져놔도 진주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반면에 호랑 본인은 진흙밭에 던져놓으면 진흙보다 더 어둡게 땅 속으로 파묻히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갑자기 짜증이라도 난 듯, 수도꼭지를 확 돌려 차가운 물이 나오게 바꾼다. 샤워기가 놀란 듯 황급히 차가운 물줄기를 쏟아내고, 호랑의 몸을 적신다.
호랑은 양손을 올려 어깨 위 귀에 대고 귓바퀴를 접어 귓구멍을 막는 자세를 취한다. 마치 귀가 헤드셋이라도 되는 양 귓바퀴를 고이 접어 귓구멍을 막아본다.
밖에서 시끄럽게 소리치는 지랑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고, 머리로 부딪혀 쏟아지는 샤워 물줄기 소리가 막은 귀 때문에 몸속에서부터 울려오는듯하다.
차가운 빗줄기가 가슴속에서부터 밖으로 퍼져 나가는 듯 닫힌 귀를 통해 몸속에서 물소리가 울려 퍼진다.
호랑은 이게 좋았다.
차분히 나의 존재를 속에서부터 밝혀주는 이런 고요하지만 시원한 순간. 그렇게 한동안 귀를 막은 채 물줄기 속에 본인을 가만히 두었다.
마치 그 물줄기가 정말 빗줄기라도 되는 양, 그렇게 본인도 어딘가로 흘러가리라 믿는 듯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