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ㅓ?!?! 애들까지 있다고?!! 이 도른자!! 퉤.
증거1. 밤 10시 나가서 새벽 7시 귀가. 정확히 정해진 시간에 밤마다 사라진다.
증거2. 그렇게 사라졌다 오면 옷이 바뀌어있다.
증거3. 특히 속옷은 100% 바뀌어있다.
증거4. 그리고 들어오면 알 수 없는 다른 집 냄새가 난다.
타닥타닥타닥(대충 타자기 치는 소리)
축뽁이의 ‘그것이 알고싶다 아빠관찰일지1.’
이 외에도 미심쩍은 사실이 수도 없이 많지만, 일단 확실한 증거만 나열해보았다.
"응애(어이 거기 아빠 사람 여기 진실의 방으로 와보쇼)"
세상 의심 가득 눈초리로 아빠를 불러본다. 아빠는 달려온다.
"응악!!!!(두 집 살림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요??!)"
대뜸 소리쳐 물어본다.
"어디 아픈가.. 왜 이렇게 울지 울 축뽁이가.. 토닥토닥" 당황해하는 아빠의 눈빛과 몸짓이 느껴진다.
음.. 이렇게 말귀를 돌리시겠다? 흐음. 역시 치밀한 사람 같으니. 그럼 내가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정리해서 알려주지!!
장모님 집에 눌러앉은지도 어느덧 30일 차.
30번의 밤낮을 맞이하며 가만히 지켜보니,
저 아빠 사람은.. 분명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냐 분명하다!
불쌍하고 가련한 우리 엄마..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는...
장모님이야 교대근무를 하시니까 수시로 집을 비우시니 그렇다 쳐도, 저 아빠 사람은 정확히 밤 10시에 나가서 새벽 7시에 집에 돌아온다. 낮에만 날 돌보고, 밤에는 장모님과 엄마만 날 돌본다.
성장 급등기여서 밤잠이 특히 없는 나를 케어하는 게 가장 힘든 시간일 텐데 다른 집 살림 챙기느라 나를 내버려 두고.. 하!! 감히 두 집 살림을 차려?!!!!
화가 나서 눈에서 불똥을 뿜어 아빠 사람의 얼굴에 쏘아본다.
“응애애애애(헤이 솜뭉치 어떻게 생각해? 옷차림이며, 다른 집 냄새며.. 합리적인 의심이지?)”
으쓱.
삼신은 왜 저 솜뭉치에게 말하기 기능을 탑재해주지 않은 거지? 눈에만 보이면 뭐하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 퉤.
음.. 어디 한번 따져보자.
먼저 증거1. 정확히 정해진 시간에 나갔다 돌아온다?
음. 일단 밤에 일하러 다니는 사람은 아닌 게 분명하다. 왜냐면, 저렇게 목이 늘어날 대로 늘어난 캐주얼 면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포츠 브랜드 반바지를 입고 일하는 직업이 있을까? 누가 봐도 밤 12시에 컵라면 사러 동네 편의점 가는 그런 하잘것없는 복장이다.
증거2. 그렇게 나갔다 돌아올 때면 복장이 100% 바뀌어있다!!
증거3. 더 놀라운 건 속옷이 바뀐다는 사실!(왜 소변볼 때 문 안 닫고 보는 건가요 대체..ㅍㅌ다 보여!!! 신생아 안구보호 좀 신경 써주세요)
내가 있는 이 장모님 집이 분명 우리 집인데 옷과 속옷을 바꿔 입을 수 있는 다른 집이 있다??
이건 거의 확실한 거 아닌가? 속옷이 바뀐다는 건 정말 큰일이잖아!!!! 이럴 때가 아냐.. 이럴 때가 아냐!!
증거4. 그리고 나갔다 돌아오면 알 수 없는 3가지 냄새가 섞인 다른 집 냄새를 몸에 가득 담고 온다.
처음엔 바디샤워 향을 여러 개 쓰는 독특한 취향의 아빠 사람인가 의심했더랬다.
하지만 난 깨닫고 말았지.
한 가지 바디샤워로 맨날 나를 씻기는 걸 보면서, 그래 그렇게 엉망으로 씻기는 걸 보면서, 저 아빠 사람이 하루에 3가지 이상의 향기를 섞어서 샤워하진 않을 것 같다는 사실! 그리고 저 아빠에게서 나는 향은 샤워용품 향처럼 상큼한 향이 아니다.
뭔가 개똥 같은 향이랄까? 흠..
그렇게 내 귀엽고 작은 두뇌를 팽팽 굴려 고민해본 결과!
저 아빠 놈은 분명 다른 집 살림을 같이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래 지금 이렇게 편하게 누워서 천장이나 멀뚱멀뚱 볼 때가 아냐
어서 이 사실을 엄마에게 알려야 한다.!!
“응애애애애~~~~~~~~~~~~~~~~~~~~~~~~~(엄마ㅏㅏ아아아아ㅏㅏㅏ아아)”
난 건넌방에 있는 엄마가 들을 만큼 큰 소리로 울어재껴 본다.
작은 내 흉곽에 최대한 공기를 가득가득 머금고 소리를 빽 질르니 딸꾹질이 날 것만 같다.
이 딸꾹질은 왜 이렇게 자주 나는 건지. 참.
“따꾹”
그 와중에 세상 귀여운 내 *딸꾹질 소리란.
“아들~ 추워? 딸꾹질을 하네. 어디 보자. 귀염댕이 모자 한번 써보자 여기여기”
엄마는 내 소리를 못 들었는지 아빠가 달려와서 알 수 없는 모자를 씌운다. 내 한쪽 눈이 가려진다.
'제발 씌울 거면 제대로 좀 씌어 T_T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어.. 이건 추워서가 아니라 내가 소리 내려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 횡격막이 눌려서 나는 딸꾹질이라고... 어? 뭐야 이 의학적 지식 같은 브레인은. 어? 나 똑똑해..?'
새삼 똑똑한 내 작은 브레인에 감탄하며,
나는 손싸개로 쌓여있는 내 손가락을 거칠게 흔들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자를 완강히 거부해본다.
두 집 살림하는 아빠의 손길은 손절!! 퉤.
하지만 머리가슴다리 3등신의 나로서는 아빠를 뿌리칠 수가 없다.
난 더 우렁차게 소리를 내본다. 그에 비례해 딸꾹질도 빨라진다.
"애기 모유 줄 시간이야?~"
내 엄청난 딸꾹질 소리들에 마침내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왼쪽 실눈을 살짝 떠 걸어 나오는 엄마에게 내 이야기 좀 들어보라고 신호한다.
“자기 오늘은 비 오니까 좀 일찍 가. 애들도 챙겨야 하잖아.”
목소리가 잠긴 엄마가 아빠에게 말한다.
‘오마이갓 애들까지 있다고?!! 도랏...너무하네 정말!!’
들을수록 가관인 이들의 대화에 기가막혀가는 중이다.
“아냐~여보 힘든데, 더 있다 가도 돼. 먹을거 많이 챙겨 주고 왔어, 오늘 좀 늦을 거 같아서.”
아빠가 별일 아니라는 듯 차분하게 대답한다.
'얄밉다!! 저 태연한 검은 머리 아빠가 너무너무 얄밉다!! 이렇게 대놓고 다른 집 살림 챙기는 걸 말한다고? 기가 막히네.. 저렇게 날씬하고 이쁜 엄마를 두고 이런 검은 머리 짐승!!!!!'
“고마워 여보. 힘들지.. 조금만 힘내자..”
엄마가 나를 품고 있는 아빠를 끌어안으며 말한다.
'응?'
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나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엄마를 한번, 고개를 돌려 아빠를 한번. 다시 한번 엄마를 본다.
'천사 같은 우리 엄마는 두 집 살림하는 저 검은 머리 아빠를 욕하긴커녕 위로해준다고...?'
남녀관계, 부부관계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내 뇌가 좀 크고, 내 심장이 좀 크고, 그렇게 내 마음이 커서 나도 천사같이 예쁜 엄마 같은 색시를 사귀게 되면 이해할 수 있는 걸까? 어떻게 두 집 살림을 이해해 T_T..? 나만 이해 못 하는 거야..?
벙찐 표정의 나는 할 말을 잃고 멍해져 버렸다.
엄마가 이해한다고 하니 내가 더 할 말이 없어졌다. 그렇지만 포기한 건 아니다!
내 분명히 언젠가 빠른 시일 내에 저 검은 머리 아빠의 확실한 두 집 살림 증거를 잡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랑하는 우리 엄마를 구해줘야지!!
너무 분해서 오늘은 분유 120ml의 젖병을 꼭지가 뭉개질 때까지 분노를 담아 빨아주었다.
잇몸이 얼얼하네. 흥.
★축뽁이의 1분 육아꿀팁!
*신생아 딸꾹질이 심하다구요? : 불완전한 신경발달로 인해 횡경막이 자극받기 쉽고 또 갑작스러운 온도변화로 인해 횡경막이 수축되며 딸꾹질을 하게 된다고해요.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멈춰요. 그래도 초보부모의 마음은 빨리 멈추게 해주고 싶겠죠? 그렇다면 아래아래 참고해주세요!
1. 모자를 씌워주세요. 양말도 괜춘!
2.기저귀 오줌방석을 갈아줍시다.
3.수유나 따뜻한 물이나 분유 좀 주세요. (축뽁이는 이 방법이 효과 만쩜!)
4.과하면 횟수 체크했다가 소아과 방문시 문의하기! (역시 전문가에게...)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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