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예비 아빠를 위한 잔소리(feat.신생아)

꼭 예비 아빠님과 같이보세요. 두 번 보여주세요!

by 빨양c

싫은 얘기 하게 되는 내 맘을 몰라

좋은 얘기만 나누고 싶은 내 맘을 몰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제목에 잔소리가 들어갔다고 아이유 잔소리를 부르는 진부함이라니ㅜㅜ..

#그래도 아래 글은 진부하지만은 않을테니 힙한 0세 신생아의 발칙한 잔소리 함께 해주실거죠~? :)

드랍더빝! 비트주세여!!

예비아빠신가요? (응? 갑자기..?)

이 글을 꼭 보세요. 두 번 세 번 보세요.

남편이 예비아빠인가요? 남의 편이라고요?.. 에헤이.. 퉤! 남편이 예비아빠라면 이 글을 꼭 보여주시고, 회식 갔다가 늦게 오든, 집에서 몰래 혼술 하고 뻗었든, 분리수거하러 나갔다가 30분이 지나서야 들어왔든, 자기 전에 꼭! 이 글을 두 번 세 번 보여주세요!

철부지 아빠를 관찰하고 있는 신생아가 예비아빠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랍니다. 하고픈 말은 무수히 많지만, 오늘은 딱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명심하세요.(생애 최초 초진지 신생아!)


#예비아빠 여러분. 발칙하고 귀엽게도

임신 중인 10달이 끝나면 나는 이제 할거 했다라고 생각하시죠? 이걸 어쩌나요..

본판은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그래요. 내가 그 뱃속에 열 달 동안 있었던 당사자이니 잘 알고 있습니다.

배가 점차 불러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서 엄마가 밤에 복숭아 먹고 싶다고 하면 복숭아 사러 가고, 족발, 딸기, 치킨 등등 피곤한 눈 비비며 걸어서든, 늦은 시간 차에 시동 걸고 부릉 다녀오셨든,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회사에서 얻어맞은 고된 삶을 쉬지도 못하고, 집안일이며 온갖 일을 하며 자그마치 열 달 동안 애쓰셨다는 걸. 심지어 제철이 아닌 과일 찾아다니느라 지구 반대편까지 가고 싶었던 마음도 잘 알고, 복숭아가 안 나오는 계절이라 나름 엄청나게 진지한 고민을 해서 대신 황도 통조림 사 갖더니 통조림 사 왔냐고 욕에 욕을 얻어맞으셨겠죠. 여기서 토닥토닥 한번 해드릴게요. 힘내요 아빠.

그리고 또 어떤 착한 아빠는 보이지도 않는 엄마의 불뚝 나온 뱃속 태아를 향해 하루 15분 꼭 태교, 태담을 해줬다는 사실도 잘 알아요. 회식하고 늦게 와서 피곤해도, 친구와 한 오래전 약속 갔다가 눈치 보며 힘들게 돌아왔어도, 집에서 아빠만 기다린 사랑하는 아내와 태아를 위해 하품 쩝쩝, 눈물 찔끔하면서도 태교 해준 아빠 여러분. 멋집니다. 정말 잘하셨어요. 열 달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왕 토닥토닥!

우리 아빠들 뱃속 아이 품고 있는 엄마와는 다른 의미의 힘듦을 열 달 동안 잘 해오셨어요.! 짝짝짝!!


그리고 그런 열 달 남짓의 어느 날, 불현듯 아내가, 하필 그날따라 이상하게 눈치도 더럽게 없이 코 드렁드렁 자고 있는 아빠를 깨우며 말하겠죠.


"병원에 가야 같아. 배가 아파."

오늘이구나! 아빠는 최대한 당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지만 당황할 수밖에 없죠.

수없이 이 날을 상상하고 예상하고 준비했겠지만, 당황되죠. 초보 아빠는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119를 타시든, 자차로 가시든. 어찌어찌해서 병원에 도착하셔서 이제 장시간 병실 밖에서 대기에 들어가실 거예요. 출산 시 대신 낳아줄 수도 없으니 뭐라도 아내를 도와주기 위해 같이하려고 했던 라마즈 호흡이고 뭐고 전염병 시대에는 아빠의 병실 출입이 금지된다는 걸, 아빠만 못 들어가게 하는 말없이 애석한 병실 통제 문 앞에서 절실히 깨닫게 되실 거예요. 아내가 저리 힘든데 난 해줄 수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는 허탈감의 고요한 순간.

이제 엄마와 태아는 서로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 긴 시간 동안 아빠는 대기실에서 멍하니 창밖 바라보기밖에 할 게 없습니다. 그러며 계속 생각하겠죠.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아니 아니. 이제 곧 애기를 볼 수 있는 건가. 아내는 괜찮겠지? 탯줄은 어떻게 자르는 거더라. 라마즈 호흡법은? 회사에는 언제 얘기하지? 출산휴가가 며칠이었더라? 있긴 있나 망할? 나라면 저 고통을 참으며 절대 애기 못났을 거 같아. 내 아내지만 여자는, 엄마란 정말 대단한 존재구나. 콧구멍으로 수박이 나오는 고통이라는데. 으으 수박 처먹을 줄만 알았지 상상도 못 하겠다 정말. 아기를 처음 보면 눈물이 과연 나올까? 등등 온갖 생각이 머리를 채우지만, 그만큼 갑작스러웠던 긴장이 풀리며 대기실에서 피곤함이 급 밀려옵니다.

그렇게 정신이 들었다 나갔다 하다 보면 급하게 들리는 큰 소리.


보호자분!!! 애기 나와요 어서 들어오세요!!”

간호사 선생님의 호출. 그리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간호사 선생님이 쥐어주신 가위를 집어 들고, 핏덩어리 생명체와 첫 조우의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서둘러 탯줄을 썩둑. 그리고 엄마와 아빠와 아이의 세상 어버버 한 첫 사진 촬영까지 하고 나면,

“이제 아빠는 나가 계실게요.”

다시 홀로 대기실에 덩그러니 감금당하고,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 드는 생각.


.. 그래도 나름 열심히 잘해줬다. 이제 편해지겠지?”

응. 여기서 스톱.

바로 이 포인트가 예비아빠들이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계신 포인트입니다. 안타깝게도.

앞서 말했듯, 알아요.여러분의 열 달 동안의 노고를. 뱃속 아기를 품고 있는 엄마와는 다른 종류의 힘듦이 있었다는 걸. 그래서 이제 아기가 태어났으니 좀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 한편에 드는 어쩔 수 없는 그 불순한 안도감.


하지만 예비아빠 여러분. 열 달이 지나 저 같은 아기가 세상에 나왔으니 힘든 건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토닥토닥. 이 말에 많은 아빠분들의 소리치지 못할 마음의 절망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네요.


그럴 땐 이 글을 다 읽으시고, 옆에 누워 있을 아기의 곁으로 걸어가세요. 아기의 손싸개가 있다면 풀어주시고 접힌 손가락과 손바닥을 펼쳐 그 사이 작은 아가 손에 본인의 볼을 대 보세요. 네. 뺨을 맞으라는 소리.. 는 아니고, 그 손가락은 아빠가 필요합니다.

열 달 동안 눈앞에 엄마를 위해서 사셨다면, 이제는 그 엄마는 물론, 그 작은 손의 주인공, 당신의 아이도 챙겨주셔야 합니다.

감히 발칙하고 귀엽게도 열 달만 고생하면 다 끝날 거라 생각하셨나요? 그래서

'우리 회사는 육아휴직 안 되는 거 알잖아.. 나는 돈 벌어야지.. 육아는 어쩔 수 없이 엄마가..'라든가,

'업무 바쁜 거 알잖아.. 나도 육아 같이하고 싶지.. 근데 돈은 벌어야지 어떡해..'라든가,

'아.. 전염병 끝났다고 회식이 다시 잡혔네.. 아 나도 빠지고 애기 보러 달려가고 싶지.. 근데 어떡해.. 돈은 벌어야지..'로 어쨌든 나는 열 달 동안 최선 다했고, 현실이 있으니 육아는 엄마가 하는 걸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죠?


현실적인 이유야 저 같은 신생아는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어요.

위에 저 이유를 아내에게 말씀해보세요. 이해해주시겠죠? 와.. 인자한 아내를 두셨습니다.

그럼 저 이유를 이제 누워있는 아가에게 말씀해보세요. 그럼 아가가 "응애~~~~~~~~~~~~~!" 할 거예요. 제가 같은 신생아니까 해석해드릴게요.

"아빠 왜 개똥 같은 소리를 하고 계세요? 제 기저귀나 갈아주세요. 발진 생기겠어요."


네. 아직 아가인 우리는 현실이 뭔지 그런 게 다 뭔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요.

“아빠가 필요해요 아빠.”

우리 아빠처럼 철부지 실수 만렙 아빠일지라도 말이죠.


저는 배가 고프고, 잠이 오는데 잠드는 법을 모르겠고, 똥은 싸는데 치울 줄 모르고, 냄새가 나는데 씻을 수도 없고, 주사 맞으러 병원을 가야 하는데 갈 수도 없어요. 엄마가 하면 된다고요? 아. 발칙해라 ^^

아기를 낳은 아내의 몸을 한번 보세요. 독박 육아가 가능할까요? 그 만신창이가 된 몸을 보고 회식과 업무와 회사 얘기를 할 수 있다니. 그러지 마세요. 평생 원망 어떻게 감당하시려고요.

다른 집도 다 그런다고요? 아. 그러시구나. 그렇담 전 ‘현실을 모르는 아가예요’를 시전 하겠습니다.

제가 아빠분들의 현실에 대해 감히 말할 순 없겠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래도 본인이 노력할 수 있는 최대한에서 같이 육아를 해주세요. 그리고 그 최대한 하셨더라도 한 번 더 최대한으로 해주세요. 안 그러면 당신이 사랑해서 결혼한 아내도, 당신과 사랑으로 낳은 아기도 점점 힘들어할 거예요.

그리고 그 힘듦은 고스란히, 어쩌면 평생 동안 아빠를 향할 원망의 비수가 될 수도 있어요. 아내에게서든, 자라난 아이를 통해서든.


아빠 여러분.

'열 달 동안 그렇게 힘들었는데, 열 달만 참으면 이제 다 끝난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시작이라고?'

오늘 제 읍소가 여러분께 절망을 드린 것 같아 이 신생아의 마음도 너무 아파요.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아빠가 필요합니다.


열 달 동안 태아와 산모를 위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고마웠어요. 아빠는 정말 최고로 해주셨어요! 열 달 동안 잘해오셨으니 앞으로도 더 잘하실 거예요. 열 달 동안 못해주셨나요? 그럼 지금부터라도 잘해주시면 됩니다.

진짜 육아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받으려 태어난 당신의 아이를 위해. 꼭 함께해주세요. ^^

그럼 당신도 사랑받게 될 거예요.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그 둘에게 말이죠.

지금 이때가 중요합니다.

현실에 지지않는 아빠의 위대한 사랑을 보여주세요.

진심으로 아빠를 응원합니다.


나 재워준다면서 코 골고 지가 먼저 자빠져 자고 있는 내 아빠를 보며,

축뽁이가 예비아빠들을 응원하며 씀.



*아 한 가지 희망을 드리자면!

언젠가 아빠의 그런 사랑을 줘도 안 받겠다는 때가 옵니다! 그때는 지금보단 조금 나을 테니 힘내세요!

음.. 그게 한 15년 뒤 사춘기 즈음인 건 함정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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