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애기 머리 보여요!힘내세요 산모님!! 이건뻥이다

D-10을 D-day로 만들어버리는 축뽁이 클라스

by 빨양c


그렇게 삼신과 대화를 마치고 현생에 나온 지 어느덧 24일. 어린 나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아주아주 많다.


신생아와의 만남을 눈앞에 둔 출산 예정 부모, 그리고 이미 신생아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무조건, 그리고 그 신생아가 훌쩍 본인보다 더 크게 자라 버린 부모라면 내 이야기에 귀가 솔깃할 거다.


즉, 아이를 낳아 길러본 모든 남녀노소분들 모두

이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할 것이라는 말씀! 왜냐?

장모님 집에 얹혀사는 아빠를 둔 신생아가 직접 들려주는 힙한 0 육아 에세이니까.


앞으로 나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예를 들자면,

속싸개도 개판으로 싸고,

트림시킨다고 등을 엄청 후드려패고,

그러다 분명 날 트림시키려고 시작했으면서 아빠인 지가 트림하고 앉았고,

기저귀도 제대로 못 갈아서 허벅지 접히는 부분이 다 쓸리고,

그나마도 제때 안 갈아줘서 오줌 방석 기저귀에 앉아있는 그 찜찜한 기분. 웩. 에휴. 말해 뭐해.

여기서 끝이 아니지.

분유도 위아래 흔들어 풀어서 첫 입 물었다가 물총으로 입에 쏜 줄 알았고,

신생아 변비에 걸려 유산균을 급 때려 먹이고,

BCG 예방접종 맞으러 갔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눈물 쏟는 줄 알았다.

모.. 이런 아가 키우는 이야기를 신생아인 내가 직접 에세이로 읊어보려 한다.

음.. 그래서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볼까 오늘 아침 분유 90ml를 꼴딱 원샷하면서 곰곰이 고민해봤는데,

역시 삼신이랑 인사하고 이 현생에 떨어진,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던 날은 꼭 이야기하는 게 좋겠지?

어찌 됐든, 그 날부로 축뽁이인 내가 이 세상에 있게 된 거니까.


일단 나는 엄마의 양수를 터치고 나왔다.

터진게 아니구 내가 터쳤다 음하하하!!

내가 아직 내가 아닌 엄마 뱃속 태아 시절에 초음파 기계로 엄마 배위를 쓱쓱 문질러 머리둘레를 재더니 출산 예정일을 계산해내더라. 아. 경이로운 현대의학기술이여. 사람의 탄생까지 예측할 수 있다니.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뜻을 계획하는 건 인간일지라도,

그 뜻을 이루는 건 하늘이라.

예정일은 예정일일 뿐! 삼신이 날 현생으로 보낸 그날, 난 현대의학에 콧방귀를 뀌며 과감히 엄마 뱃속 나를 품고 있던 양수를 빵! 터뜨려주었다.

물론, 삼신이 날 하루빨리 내보내버리려고 한 속셈도 있었겠지만,

어차피 세상에 나가야 할 것으로 결정했다면, 이 대장부 축뽁! 나 스스로 발로 차고 나가겠다!

인생 모 있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인걸.


물론 처음 엄마를 해보는 나의 엄마는 자다 말고 갑작스러운 주룩 새어 나오는 무언가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하지만 저 아빠는 참 차분하게 대처를 하더라.

본인 차가 있었음에도 굳이 차분하게 119를 콜 하더니 엄마의 상태를 말하고 출산 예정 병원을 콕 집어 정확히 그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 그렇게 구급차는 밤거리를 날아 병원에 도착했고, 병원 응급의료진은 엄마에게 차분하게 필요한 조치를 했다.

한 가지 의아했던 건 산모인데 X-ray를 찍더라. 왜지? 왜 산모인데 X-ray를 찍는 거지? 뭐.. 응급실로 오면 다 하는 기본 검사라고 하니.. 무지한 무지렁이인 우리는 잠자코 따를 수밖에. 나중에 카드결제나 쓱삭 하면 되는 거겠지.


아무튼, 그렇게 양수를 터치면 나는 바로 이 세상에 내가 태어났다고 우렁차게 소리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양수가 터졌다고 바로 내가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엄마의 고통의 시작 신호가 앞당겼을 뿐.. 그래서 나중에 조금 미안했다.

일단 양수가 터지면 감염위험이 있어서 병원은 출산 유도제를 투여한다고 한다. 그렇게 엄마의 출산 통증은 급격하게,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이어졌다.

엄마.. 나도 빨리 나가고 싶었다구우.. 그치만 내 몸이 맘대로 안되던걸. 흑흑.


엄마는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자연분만을 고집했다.

물론 천사가 준 축복이라는 무통주사를 투여했지만, 안타깝게도 엄마의 몸은 잘 맞지 않았나 보다.

고통은 계속 심해졌고, 내가 나가려고 허우적 댈수록 엄마의 고통은 심해져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머릿속 위쪽에서 처음 느껴보는 쌔한 공기가 느껴졌고 내 몸은 기다렸다는 듯, 삼신이 이미 다 해놓은 설정에 따라, 익숙하다는 듯 그쪽을 향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애기 머리가 보여요!! 산모님 조금만 힘내세요!!”

이건 뻥이다.

내 머리는 아직 자궁 안에 숨어있지롱! 나가기시름!


산모님!! 이번엔 진짜네요!! 열렸어요! 힘 힘!!”

이번엔 진짜다. 근데 너무 힘들다. 내 머리가 큰 건가. 분명 나도 저 낯선 공기를 향해 힘을 다하고 있는데 현실은 양수 속 바둥거리는 태아 신세.

그렇게 엄마의 비명과 고통의 시간이 지나, 메인 의사 하나, 서브 의사 둘,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들 5-6명 정도의 다급한 소리들이 오갖고,

절대 의사 일리 없는 엉성한 초록 가운을 몸에 걸친 누가 봐도 ‘나 아빠요’ 얼굴에 쓰여있는 어버버 한 사람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가 갑자기 내게 돌진하는 게 보였고, 더 최악인 건 손엔 날카로운 가위가 들려있었다.


"응애!!(나한테 왜 그래 초면에!! 가위라니!)"

우렁차게 소리치고 있는데 아빠의 손에 나와 엄마의 마지막 물리적 연결고리인 탯줄이 댕겅 잘렸다.

그리고는 갑작스러운 아빠 품에서의 기념사진 촬영 시작. 그때 아빠의 그 어버버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우습구나 인간.


엄마의 몸에서 나가는 순간,

나는 사실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머리부터 어깨 허리 무릎 다리 발가락 끝까지 정말 모든 몸 구석구석을 한 삼백대씩 얻어맞으면서 밖으로 나온 느낌이랄까.

누가 그랬다. 산모가 느끼는 고통의 4배를 태아는 느끼며 태어난다고.

응. 그게 바로 나야 후후.

그 고통이후 이어지는 것은 바로바로바로!!!

갑작스레 터지는 휴대폰 카메라 셔터음!!

찰칵찰칵찰칵. 연사로 조지더라(?).

요새는 사진 진짜 많이 찍어주는구나 싶었다.


비록 나는 삼백대 맞은 고통이 몸 구석구석 아직 남아있고, 나를 보호해줬지만 이제는 안녕을 고해야하는 양수에 절어져 있고, 살갗을 따라 온몸에 태지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그리고.. 저 아빠란 어버버가 참 안 이쁘게도 잘라준 내 남은 탯줄이 달랑달랑 달려있는 그다지 이쁜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엄마와 아빠는 눈물 반 웃음반 가득한 얼굴로 나를 꼭 안아주었다.


'확실히 현생은 따뜻하구나.'


이 세상에 나온 내 첫 느낌이었다.


3.045kg

10:58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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