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모집에 얹혀사는 아빠를 둔 신생아의 에세이

-를 빙자한 육아소설입니다 :)

by 빨양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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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


“끄어어어어억”


‘그렇지 이제 좀 트림할 맛이 나는구먼. 잘 좀 하라고 이 아빠야.’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4일 된, 그래 무려 0세 신생아다. 0m+! 나야나!


그리고 방금 막 아빠란 작자는 자기 왼쪽 어깨 위에 나를 90도 기역자 모양으로 얹히더니 등을 수도 없이 호드려 팬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내가 그렇게 두드려 맞을 짓을 한 건가.

어리둥절. 요즘 유행하는 조수봉 조수의 어버버버 상태.

그냥 모유, 분유 주길래 먹었고, 응. 그래 근데 모유 엄청 맛있긴 하더라. 이 분유는 내 스타일이 아닌거 같긴 하지만.

그리곤 방귀 몇 번 나와서 뿡뿡 해줬을 뿐인데

단지 그 이유로 내 등을 이리 후드려팬다고?

근데 아빠가 그렇게 하니 트림이 끄억 나오면서 속이 편해지더라. 음. 그렇군. 아빠는 내 트림을 시키는 건가 보군.

처음부터 잘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은,

역시 초보 아빠답게 너어무 서툴다.

너튜브에서 밤새 온갖 육아 정보를 찾아오더니 나를 자기 무릎에도 앉혀서 등 때리고, 턱을 갑자기 부여잡고-이때 목을 조르는 줄 알았다 정말..- 등을 또 후드려패고. 엉망이었다 정말. 초보 아빠란.

그래도 이제 좀 나아진 거 같긴 하다. 한 300번 두드려주면 트림 나오더라. 후.. 트림조차 쉽지 않은 나이.. 0m+...


이 집 소개를 좀 할까? 여기에는 총 3명의 사람이 있다. 아니 나까지 하면 4명. 나도 사람이긴 하니까.

아빠가 있고, 엄마가 있다. 여기까진 평범.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아빠가 장모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엄마의 엄마라는데 아직 내 작고 귀여운 신생아 뇌로는 아직 잘 이해가 안 되는 약간 어려운 느낌이다.


응. 우리는 저 장모란 사람 집에 얹혀살고 있다.

그리고 나만 알고 있는 한 가지 비밀은, 사실 나는 그 셋 외에 내 주변을 떠다니는 삼신할매의 분신이 보인다는 것. 신생아 시기를 지나고 시간이 지나 백일이 넘으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귀신같은 거랄까? 아! 수호천사? 삼신할매가 붙여준 솜뭉치처럼 생긴 분신이다.


그래서 이렇게 누워 천장을 보고 있노라면, 아빠의 뒤에, 엄마의 옆에, 장모님 주변에 둥둥 떠다니는 하얀 솜뭉치 같은 게 보인다. 물론 나만 보이지.

앞으론 솜뭉치라 불러야겠다.

저 솜뭉치가 아빠 머리 위에서 아빠를 괴롭히는 것 같아 내 작고 아직 뜨기 힘든 눈을 굳이 부릅떠서 하지 말라고 째려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아빠는 날 보고 배냇눈짓을 한다며 엄청 좋아하더라. 어이구. 속없는 사람 같으니.

방금 저 솜뭉치가 아빠 머리를 강타하려고 했다구.


그리고 한 번은 솜뭉치가 날 간지럼 태워서 내가 활짝 웃은 적이 있다. 그때 얼굴이 좀 웃는 것처럼 움직였나보다. 그랬더니 장모라 불리는 사람도 내가 배냇짓을 한다고 엄청 행복한 눈을 그렁그렁.

음.. 그때 알았다. 저 솜뭉치는 나만 볼 수 있나 보구나. 저들은 솜뭉치가 안 보이나 보구나 했다. 그리고 내 얼굴이 좀 우수하게 귀여운 편인가 보군 하는건 덤으로 알게됐지.


뭐. 배냇짓이든 솜뭉치든 상관없다. 삼신은 저게 날 지켜주는 수호천사? 그런 거라고 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내 주변에 있지만,

100일이 지나면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고, 그 존재도 잊게 될 거라 했다. 물론 평생 곁에 남긴 하지만.

뭐 상관없다. 솜뭉치 따위.


“장모님 제가 할게요!!”

아빠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다크가 무릎까지 내려온 얼굴로 애써 우렁차게 보이려는 목소리로.

나는 눈뜨기가 아직은 힘들어 귀만 쫑긋해본다.

들으면 들을수록 저 장모란 사람이 이 집에 대장인 거 같고, 아빠는 그 아랫사람인가 보다.

아빠란 사람이 힘은 더 세게 보이는데, 장모란 사람이 호리호리해 보여도 엄청 파워풀한 사람인가보다, 아빠가 저리 쩔쩔매는 걸 보니.


저들은 날 축뽁이라 부른다. 태명? 모 그런 거란다. 아직 이름이 없다나. 뭐 상관없다.

축뽁이라. 축복이란 걸까?

내가 그들에게 축복이 되어줄 수 있을까?

응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내가 앞으로 살아갈 이 세상에서의 내 모습, 내 삶을 다 안다.

태어난 지 24일 밖에 안된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의 내 인생은 이미 삼신이 다 보여줬다. 물론 100일이 지나면 다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했지만.

갑자기 솜뭉치가 몸을 부르르 떤다. 저세상에 있는 삼신이 콜 한다는 신호다.


“좀 어떠냐 요 녀석. 생각보다 얼굴 귀엽게 나왔네? 내가 마지막에 신경 좀 썼지. 쿄쿄. 그래 실제로 보니 아빠 엄마는 마음에 드시고?”

언제 들어도 얄미운 삼신 목소리.


“삼신!!내가 봤던 아빠 엄마 모습이 저 사람들 맞아? 엉성하고 실수투성이고 엉망이야. 교환 환불 안돼? 요즘 세상에? 당근이야머야”

나는 초보 부모의 육아에 지친 투정섞인 말투로 말했다.


크크. 왜 그 말 안 하나했다. 여기 니 서명 보이지? 그 위위위에 쓰여있는 교환 환불 불가 조항도 보이지? 이미 다 서명했으면서 웬 딴소리신가~”

망할. 저 교활한 삼신 같으니.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초보 아빠 엄마와 사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 몸에서 나올 때도 정말 죽는 줄 알았건만. 태어나기도 전에 다시 돌아가는 줄 알았다고.


음. 이쯤에서 잠깐 이 현생에 태어나기 전, 그러니까 축뽁이가 되기 전

나와 삼신과 염라의 저세상에서의 대환장 파티를 말해줘야겠다. 대충 내가 이 세상에 나오기 전 있었던 그때의 이야기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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