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저희 병원은 소아랑 산모는 못 받게 돼있어서요

'전염병 시대엔 아프면 진짜 안 되겠다으앙.'

by 빨양c

삐빅. 삐빅. 삐빅!!

40.1C 39.7C 39.8C


체온계가 그만 찍어보라는 듯 연신 고온의 경고를 소리치고 있다.

나쁜 꿈의 영향이었을까? 0세 내 몸뚱이 온몸에 열이 펄펄 끓고 배가 너무 아프다.


간호사인 장모님이 내 열을 낮춰보고자 냉찜질 팩을 등에 대주셔서 조금 떨어졌지만,

끓어오르는 내 몸의 열을 제압하기엔 역부족이다.


병원에 가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라 옆에서 허둥지둥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엄마는 내 이마 위에 물에 적신 시원한 물수건을 댔다 떼기를 반복하고, 저저저 초보 아빠는 전자체온계로 연신 내 이마를 삐빅 찍고 있다.

'편의점 물건 바코드 찍듯이 그렇게 계속 찍으면 뭐가 달라지나요 안타까운 아빠 사람.. 병원에 전화라도 해봐요.. 나 꺼내 준 김 의사님 있잖아... 난 그 김 의사 참 좋던데'


"지금 체온이 40도가 넘어가는데 혹시 지금 가면 수액이라도 맞을 수 있을까요?"

엇. 내 생각이 통했나! 웬일?

체온계를 갖고 내 온몸을 삐빅 찍던 아빠는 불현듯 전화기를 들어 병원에 전화를 한다.

"네? 전염병 키트 검사요? 아뇨.. 이제 태어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애라 밖에 나간 적도 없는데 전염병 같은 게 걸릴 리가.."

갑자기 전염병 얘기가 나온다. 무슨129..?


"아.. 일단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더니 약상자에서 면봉같이 생긴 기다란 걸 꺼내더니 내 코에 쑤욱 넣는다.

아빠의 그런 세상 낯선 차분한 모습에...

'아빠.. 의사였어..?'

하지만 다음 행동으로 바로 아님을 알았지 망할!


면봉으로 내 코를 마구 휘젓는다.

코 안쪽 얼마나 깊숙이 넣고 쑤셔대던지 내 얼굴 뼈다구까지 면봉이 닿는 느낌이 들어 나는 빽! 소리치고 울기 시작한다.

”응악!!!!!!!!!!!!!!!!!!!!!!!!!!!!!!!!!!(빽!!!!!!!!!!!!!!!!!!!무슨짓이야 아빠 사람!! 의사인 척 노노!!!!!)

넌 울어라 나는 내 길을 가련다는 도른 자의 눈빛으로 내 코를 계속 쑤시는 아빠.


“응애응애응앵으앵으애으앵으앵(엄마 장모님!! 아빠 사람이 또 너튜브에서 이상한 거 보고 나 실험하나 봐 살려줘요오오오오오응앵”

현생 하고 역대급으로 큰 소리로 울어재낀다.


'어후!! 오늘 진짜 원 없이 우네 이거. 열나는 것보다 코 쑤신 게 더 아파으아아아앙!!!!!!!!!!!!!!!!!!'


"아. 양성은 아닌거 같은데요..키트에 한줄 그대로.."

아빠가 사뭇 당당한 목소리로 전화에 대고 말한다.

"아 지금 가면 된다고요? 아기가 아직 한 달 정도밖에 안됐는데 그냥 일반 응급실로 가면 되나요?"

휴. 다행이다. 병원에 승낙이 떨어졌나 보다.

그럼에도 마음이 급한 아빠의 다급한 목소리가 느껴진다.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장모님과 엄마는 그래도 한시름 덜었다는 듯 옆에서 한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네?! 그런 게 어딨어요?? 애기가 영아라서 봐줄 수 없다뇨?? 아니. 아까는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하.. 정말. 아니 큰 병원에서도 안 받아주는데 이제 와서 소아전용병원을 찾아가라고요?? 그럼 전염병 검사는 왜 해보라고 하신 거예요 대체!!"

아빠가 갑자기 전화기를 부여잡고 소리를 빽 지른다. 음. 내가 가끔 소리를 빽 지르는 건저 아빠를 닮은 게 분명하다. 그나저나 아빠 사람 세상 좋은 하하하 허허허 만 할 줄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박력 터지는 모습도 있다니. 인간은 참 신기한 존재다. 다채롭기도 해라 호홓.

엄마와 장모님이 아빠 보고 그만하고 끊으라는 시늉을 하며 만류하는 게 보인다.

“하.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 소아전용병원은 어디죠? 보건소에 연락해보라고요..? 하.. 네네네!!! 끊겠습니다!!”

아빠는 화가 안 풀렸는지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씩씩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화난 아빠를 대신해 차분한 목소리의 엄마가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네?? 아니 밤이라고 다 닫았다뇨.. 소아랑 임산부는 병원 찾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게.. 정말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대책도 없고 이러다 애기 잘못되면!!!!”

아직 몸이 안좋은 엄마가 쇼미더머니 래퍼처럼 속삭포로 쏟아내는 말소리가 사뭇 놀랍다.

엄마.. 머싯서.... 엄지 척 b

거기까지 말하던 엄마는 스웩 넘치게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병원에 이어 보건소란 곳도 아무런 도움이 못 되는 눈치다.

이후로 장모님도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 누군가에게 전화하였으나 소아는 받지 못한다는 말만 돌아왔다.

신생아인 나는 여기서 하나 배운 게 있다.

'전염병 시대엔 아프면 진짜 안 되겠다으아앙.'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뭔가 알 수 없는 억울함 때문인지, 진짜 몸이 아파서인지 나는 계속 응앵응앙우엥으아야아아앙! 진짜 계속 울었다. 배가 찢어지는 거 같이 아프다. 제발 뭐라도 어떻게든 해달라고 소리치듯이.


흠.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군.

그래서 결국 내가 나섰다.


“헤이 솜뭉치. 삼신 연결해줘. 너 그 역할하려고 내 옆에 붙어있는 거 아냐?”

내가 아프던 말던 별일 아니라는 듯 둥실둥실 졸고 있던 솜뭉치를 향해 소리를 빽 질렀다.

순간 솜뭉치 옆에 검은 형체가 생기는가 싶더니 하얳던 내 솜뭉치가 은빛으로 바뀐다.

"무슨 일이냐 요 녀석~ 여태 안 부르길래 잘 지내나 싶었더니만."

은빛 솜뭉치가, 아니 그 안에 삼신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아! 삼신!! 나 아파? 뭐 전염병 그거야?? 뭘 어찌해야 되는지 저 내 보호자라 불리는 허둥지둥 팸한테 정보 좀 넣어줘"


“오호. 뭐야~ 현생 계약서 7번 소원권 조항 쓰겠단 건가?”

이 와중에 계약서 들이미는 삼신이 얄밉다.

내 비록 머리가 지끈지끈하나 이런 데 한 번뿐인 그 찬스를 쓸 수는 없다. 100일까진 아직 많이 남았어..

100일 지날 때까지 안 쓰고 버티다가 그딴 소원권 없어도 잘 크는 신생아의 위엄을 보여주리라!

"그런 게 어딨어. 아픈 신생아한테 레알 지금 그게 할 소리임? 침을 뱉어줄까 보다 퉤!"

나는 아픈 배를 부여잡고 삼신을 향해 소리친다.


"에이~ 애들은 아프면서 크는 법인데 저 셋은 어찌 저리 허둥지둥인지. 쯧쯧. 막 현생 한 고결한 신생아가 적응하기에 이 세상이 얼마나 더럽혀졌으면 전염병이다 뭐다 돌겠나~"

삼신이 딱하다는 듯 엄빠와 장모님을 보며 말한다.


"어디 보자~ 음.. 일단 너 걱정할 거 없어. *영아산통이라고 니 뱃속에 있는 장기들 있잖아? 그 소장대장위간땡이 모 그런 거. 그게 아무래도 처음 작동하는 거니까 잘 안 돌아간 거지. 아마도 니 저 허둥지둥 아빠란 사람이 트림을 충분히 안 시켜줘서 가스가 찼거나. 아무튼 그거 때문이야. 따로 치료약은 없어. 그냥 며칠 한 2-3시간 정도 아프다가 울어재끼다 지쳐 잠들다를 반복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낫게 될 거야. 그냥 처음 쓰는 장기들 적응하는 거라 생각해. 됐지? 나 간다. 뭐. 해결해준 건 아니니 소원권은 안 쓴 걸로 해주지. 가뜩이나 바쁜데 이런 걸로 날 부르고 난리야."


'결국 그냥 더 앓으면 낫는다는 말이군.

그 말은 즉 나만 고생하면 된다는 말이군.

망할 삼신이 지 몸뚱아리 아니라고 잘도 지껄이는군!!'

저 삼신은 언제부터 저렇게 얄미운 말투를 갖게 됐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삼신 저거는 신생아일 때 어땠을까? 하 열받네 정말.'

삼신을 괜히 불렀다. 열이 더 오르는 것 같다.


"아! 근데, 혹시 아프기 전에 뭐 특이한 건 없었지? 염라가 솜뭉치 통해 왔다던가.. 악몽을 꿨다던가.."

하얀색으로 변해가던 솜뭉치가 급 은빛으로 변하더니 삼신이 물어본다.

'음.. 이상한 꿈을 꾸긴 했지. 니들 하얀 도넛 위에서 개처럼 싸우던 꿈.. 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난 지난밤 꿈이 떠오르지만 본능적으로 말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게 어딨어. 그냥 맨날 실패하는 응아 쌓여 배만 엄청 아팠는데!"

나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거짓을 고한다.


"여보 이거 봐봐. 얘 영아산통 그런 거 일수도 있겠는데? 병원 가도 따로 치료방법은 없고.. 배 마사지 계속해주면서 두-세 시간 정도 후에 괜찮아지는지 한번 보라네.."

그 와중에 언제 찾아봤는지 너튜브를 보던 아빠가 말한다. 물론 내 짐작으론 삼신이 아빠에게 영향을 끼친 것 같지만.

'그냥 지가 바로 낫게 해 주고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얄미운 삼신 같으니!'

삼신 저건 언제나 괘씸하다! 다신 부르나봐라 풰!


솜뭉치는 어느새 원래의 내 하얀 솜뭉치로 변해있다. 나는 이후로도 한동안 배가 불편해서 응애응애 눈물을 잔뜩 쏟았고, 삼신 말대로 3시간이 넘어가자 좀 나아지며 스륵 지쳐 잠이 들어버렸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영아산통이었다.


'아빠 트림 교육 좀 다시 시켜야겠어 웅앙.'



★축뽁이의 1분 육아 꿀팁!
*영아산통이란?
생후 4개월 이하의 영아에게서 하루 중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나 주로 저녁이나 새벽에 이유 없이 발작적으로 울고 보채는 증상이 나타난다. 전혀 달래지지 않고, 기질적 원인 없이 발작적인 울음과 보챔이 하루 3시간, 최소 한 주 동안 3회 이상 발생할 때 영아 산통이라고 하네용 :)

**치료방법은?
일단 소아과 병원을 무조건 가보는 게 좋겠죠? :)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전문가에게 확실히! 엄빠들이 해주실 수 있는 건, 주위를 조용하고 자극적이지 않게 한 다음 푹신하게 포대기나 담요로 싸주고, 아기의 앞가슴과 어깨를 대고 안아주거나 아기의 무릎을 굽힌 상태로 안고 그네 태우듯이 천천히 살살 흔들어주는 방법, 마지막으로 노리개 젖꼭지를 빨려주거나, 따뜻한 손으로 배를 살살 쓸어 주는 방법 등이 있다고 하네요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영아 산통 [infantile colic] (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 병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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