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우리들의 과일빙수 카페-캥모와!

과일빙수와 바싹 타버린 토스트.

by 빨양c


청초롬 한 초록과 파랑의 인테리어의 작은 카페.

내부에 탈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그네도 있고, 갓 구운 식빵 냄새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가득 차있다.


“야야. 여기 완전 핫한 거 알지? 과일빙수라고 요즘 새로 나온 거야. 이거 먹자.”

들뜬 목소리의 친구 하나가 말한다.

“그래? 오 여기 보니까 식빵 토스트도 무한으로 해 먹을 수 있나 봐. 좋다~ 캥모와? 자주 와야겠네 여기!”

더 들뜬 목소리의 호랑이 말한다.

중학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호랑은 두발규정을 따라 댕겅 잘라버려 귀에 간신히 걸친 똑 단발머리에 한창 클 시기라는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과도하게 크게 맞춘 교복을 입고 있었다.

“야 근데 너 쌍둥이 언니 있다며? 근데 걔 학원 선생님들이 학원 안 나온다고 뒤에서 모라 하던데?”

셋 중 다른 친구 하나가 말한다.


“아, 응.. 걔 원래 그래. 언니 같지도 않은 게. 암튼 걔는 피해. 좀 이상한 애거든.”

호랑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어엿한 중학생이 되어 멋진 학교생활을 꿈꿨는데 학기 초반부터 선생님이고, 친구들이고 그놈에 이지랑 타령이다.

이 세상에 쌍둥이가 우리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늘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리고 성격이 완전 다른 걸 알면 다시 한번 똑같은 말을 해대겠지. 같은 상황 같은 반응. 이래서 다른 학교 가고 싶었는데. 정말 지겹다 지겨워.’

호랑은 애써 태연한 척 친구에게 웃어주었다.


띵동-


“와! 우리 거다~내가 받아올게!”

호랑은 지랑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얼른 자리에서 일어선다.

“와~~~~~~~~나 팥 진짜 싫어해서 팥빙수 아예 안 먹거든. 근데 와!! 이거 대박인걸? 빙수는 똑같은데 그 위에 과일을 잔뜩 올려주다니. 거기에 이 초코시럽까지!! 완전 혁명의 맛이다 이거슨!!”

친구 하나가 심히 감동받은 듯 소리친다.

“그러게 진짜 맛있다!!”

호랑도 나지막이 덧붙인다. 아직은 감정 표현이 서툴다.

“야야 너네 근데 학원에 그 오빠 알지? 그 잘생긴 오빠 노래도 엄청 잘해서 옆 학교 밴드 동아리 보컬이래!! 대박이지? 아. 근데 왜 학원엘 안 나오는 건지.. 학원에서 마주칠까 봐 나 안 하던 화장도 꼭 하고 간다구..”

친구 하나가 말한다.

그래 그때 우리들의 최대 관심사인 연애, 바로 그 첫사랑!

“아 그 C오빠? 나도 한 번도 못 봤는데 요즘 반 애들 다 그 오빠 얘기만 하더라. 뭐 소문으로는 키도 크고,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고, 그래서 무슨 연예기획사 오디션 같은 것도 보러 다닌다던데?”

호랑이 말한다. 호랑도 중학교 입학하고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그 이야기였다.

사실 남자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호랑이었지만,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긴 위해서라도 그에 대해 아는 바를 억지로라도 뱉어내야 한다 생각했다.


“야야. 이 어린것들. 너네 놀라지 마라~ 짜잔!!”

다른 친구 하나가 손바닥 크기의 작은 이미지 사진을 하나 꺼낸다.

당시 우정 사진이라는 작은 사진관에 들어가 포샵이 잔뜩 된 얼굴로 세상 어색한 포즈로 찍힌 이미지 사진이 한창 유행이었다. 친구 하나가 그의 이미지 사진을 어떻게 구했는지 꺼내놓았다.

그 사진 앞에 벙찐 호랑과 나머지 친구 하나.

“와!! 야야 너 이거 어떻게 구했대?? 대박이다 진짜.!! 근데 이 중에 누군데?”

친구 하나가 말한다.


“야~ 딱 보면 알겠구만. 이 네 명의 오징어는 엑스! 절대 아니지. 요 군계일학처럼 고고히 떠있는 이 오빠. 맞지?”

호랑이 말을 잇는다.

“정답! 요요 이호랑 관심 없는 척하더니 몰래 따라다닌 거 아냐?! 킥킥”

“역시! 와.. 근데 진짜 잘생기긴 했다. 내 지금까지 14년의 인생에서 제일 멋진 사람인 거 같아. 이거 나 주면 안 돼?"

친구 하나가 사진을 가리키며 말한다.

“내내 이럴 줄 알았지. 요 어린것들. 이럴 줄 알고 똑같은 이미지 사진 한 장 더 있지롱~ 누구 가질래?”

마치 귀한 부적이라도 되는 듯, 이미지 사진 하나에 갑자기 여중생들의 의리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캥모와를 날려버릴 듯 이어지는 합창.

“가위, 바위, 보!”


“이겼다!!”

호랑이 소리쳤다.

“에이~뭐야! 이호랑~ 요요요.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 깨부수고 올라가는 거 아냐 이거?”

다른 친구가 말한다.


“에이~ 아냐~난 이런 거 관심 없어~그냥 뭐랄까. 졸릴 때 한 번씩 보면서 눈 힐링이라도 하려는 거지 모!”

호랑이 낙엽만 떨어져도 까르르하는 그때의 순수함을 가득 머금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셋은 그렇게 한동안 캥모와의 과일빙수와 바싹 타버린 토스트를 계속 리필해가며 아기자기한 수다를 이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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