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어제 아빠의 마지막 그날 이야기를 브런치에 써봤다?
근데, 바로 지웠어.
왜냐구?
생각보다 후련하지 않더라구. 오히려 찝찔한(?) 찜찜한 기분만 남더라구.
이상하지?
분명 작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하루에도 수천 번씩 내 머리를 옭아매던 온갖 내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면,
머리도, 마음도 엄청 홀가분해졌는데 말야.
아빠도 알지?
나 어릴 때부터 온갖 고민과 걱정, 그리고 생각들로 머리 가득 차 있는 애인거.
호랑이 표현대로 "하루에도 몇번씩 머릿속 철학자 100명이랑 싸우는 애"인거.
나도 아들을 키워보기 시작하니까 알겠더라.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아빠 그리고 엄마일 거란 걸. 난 내가 나를 잘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걸.
뭐,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내게 "잡생각" 그만하고, 할거나 하라고 했지만.
그리고 나도 꽤 오랜 시간을 "잡생각"이라 생각하고 끝도 없이 머릿속 저편으로 묻고 묻으려고 노력했는데,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니, 그 "잡생각"이 더는 "잡"하지 않은 "생각"이 되더라?
신기하지?
아빠. 나도 신기해.
요즘 내 삶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
어느 때보다 분주하고, 정신없고, 눈만 뜨면 해야할 것 투성이고.
그러다 한 번씩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하는 얕은 허무함이 들 때가 있는데,
그래도 괜찮아.
기분 좋은 느낌.
표현 구리다 그치?
그래도 책"씩"이나 냈다는 출간 작가 주제에 고작 "기분 좋은 느낌"이라 표현할 줄밖에 모르다니. 또 모르지. 그래서 내가 아직도 작가 "지망생"이라고 고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지도.
아무튼,
아빠.
글을 쓰면 내 머리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을 나는 잘 알고 있어서,
아빠의 마지막도 글로 쓰면, 그래, 그저 꾸밈없이 담담하게.
글로 쓰면
내 마음이 후련할 줄 알았어.
다 괜찮아 질 줄 알았어. 언제나 그랬듯이.
근데 아니더라.
왜인지는 모르겠어.
왜 아빠와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 하나도 후련해지지 않는 걸까?
응, 역시 아빠는 답이 없네.
"오늘 밤엔 자장면 먹을까, 아빠?"
내 마지막 물음 기억해 아빠?
...
역시나 아무 대답이 없네.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그런 것 같아.
끝도 없이 물어보는 쪽은 있는데,
끝까지 아무런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는
공허한 물음만 남는 거.
지금처럼.
웃기다 그치?
글쎄,
이 글도 곧 내리게 될까?
왜 아빠의 이야기는 글로 써도 하나도 후련하지 않을까?
알 수 없는 일이야.
그리고 또 공허한 물음으로만 남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