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버린 당신을 위해 쓰는 첫 번째 끄적거림.
박창근의 엄마,라는 노래를 듣고 있어요.
원래의 저라면 살면서 절대 알지 못했을 가수와 노래인데,
내가 이 가수의 이 노래를 굳이 찾아 듣고 있는 이유는,
그러면서 궁상맞게 이렇게 글, 아니 끄적거림을 하는 이유는,
역시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이 좋아하는 가수고,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이니까.
어릴 적 언젠가부터 기억에 두 글자로 남아있는 당신이,
가수를 이렇게나 좋아해서 혼자서 콘서트를 쫓아다니는 모습은 상상을 못 했었는데.
그래도 이 가수가 엄마의 삶에 기쁨이고, 눈물이고, 행복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저는 처음 들어본 이 가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나이가 마흔 줄에 들어서고,
당신은 칠십 줄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아니, 어쩌면 나이는 그저 핑계겠지만.
그래서 1년에 한 번은 꼭 모시고 여행을 가자고 결심했죠.
그렇게 바다로 여행을 갔어요.
마냥 즐거울 것 같았던 여행지의 따사로운 가을의 햇살이 아름답다 느끼던 찰나,
당신은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고, 그 통화는 예전 그 어두웠던 때만큼이나 당신을 어둡게 만들고 있었죠.
"무슨 전화야? 표정이 안 좋은데."
나의 가벼운 물음에
"아무것도 아냐~"
짙은 무언가가 묻은 대답을 하는 당신.
"뭔데 그래?"
집요한 나의 물음에, 결국 당신은 실토를 합니다.
"그 보증금 199만 원 올리는 거, 그거 때문에 보험 담보로 대출 현금 서비스 좀 받았어."
당신의 그 말에 당신에게는 어리기만 할 마흔 줄의 저는 심장이 덜컹 무너집니다.
199만 원이 없어서 대출을 받는다는 것에 놀랐고,
'이번 달 내 월급이 얼마더라.. 세금 떼고 168만 원이었지 아마, '
199만 원을 어찌해 줄 수 없는 부족한 168만 원의 한숨이 바로 나와 당황했죠.
그래요.
내 기억이 시작되던 어릴 적 그 언젠가부터, 늘 내 곁에 있었던 당신은,
부단히도 열심히 살았는데,
왜 199만 원이 없어서 그런 대출까지 받게 된 걸까.
나도 열심히 살았는데, 나도 왜 당신의 199라는 숫자의 무게를 대신 지워줄 수 없는 걸까.
놀라고, 무너지고, 그러고 나니 남은 건 온전한 온점으로 남지 못하고 물음표로 남은 의문들만 남았어요.
그때부터 여행도, 바다도, 가을볕의 끝자락에도 짙은 어둠이 묻어나는 것 같았답니다.
좋은 날이 올까요.
늘 좋은 날이 올 거라고 했던 당신인데,
당신의 삶도, 나의 삶도 왜 물음표로 끝나고 있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멋진 느낌표로 199라는 숫자를 지워주고 싶은데,
쓸쓸한 물음표의 168의 숫자만 남아버린 어느 날.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귀에 꽂힌 플레이리스트는 돌고 돌아,
바람의 기억이라는 박창근의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그는 엄마의 외투 향기를 잊지 못하나 봅니다.
문득 두려워집니다.
199라는 숫자가, 당신과 나의 이 삶에 쓸쓸한 향기로 남을까 봐.
우리 참 열심히 살았는데 말이죠.
맞아요. 참 그랬는데 말이죠.
쓸쓸한 가을, 그런 날 그런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