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양c May 03. 2024

얼굴 공개(?)

얼굴 사용 설명서...랄까? :)




어디어디, 얼굴을 한번 보자.


너의 눈은 아빠인 나를 꼭 빼닮았어.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있으면 조금은 날카로워 보이지.

그래서일까? 아빠는 중학교 때는 왜 이렇게 띠껍냐는 말을 참 많이도 듣고 다녔어. 난 그냥 가만히 있었을뿐이었는데도.


너의 귀도 아빠인 나를 꼭 빼닮았단다.

사실 귀는 아빠의 아빠, 너의 할아버지의 귀란다.

韓 씨 종특인가, 귀도 코도 참 크단 말이지.

아빠도 어릴 때 유비 귀라며 귓불이 엄청 커서 부자 되겠다는 둥 이런 소리를 많이 들었어.

너는 나보다 더 귓불이 큰 멋진 귀이니, 분명 나보다 더 잘 살 거야. 그렇고 말고.


그다음 너의 코는 엄마를 꼭 닮았어.

사실 아빠는 어릴 때부터 코가 별로 마음에 안 들었어.

비염에 축농증에 온갖 킁킁 거리는 건 다 하고,

또 앞에서도 말했든 할아버지 쪽 한 씨 종특인지 코가 얼굴에 비해 컸거든.

물론, 코가 큰 게 아니고 얼굴이 작은 거라고 정신 승리 하며 웃어넘겼지만.

그래서 다행이야, 너의 코가 예쁘게도 엄마를 닮아서.

 

그리고 입술도 역시 엄마를 닮았어.

사실 아빠도 아빠의 두툼한 입술에 자신은 있지만,

그래도 엄마를 닮아 더 예쁜 거 같아. 다행이야.


얼굴형도 다행히 엄마를 닮아서 동글동글 하단다.

아빠를 닮았으면 길쭉한 오이형일 텐데, 다행이지.

특히 너의 뒤통수는 완전 엄마의 판박이야.

아빠는 뒤통수가 아예 납작이거든.

뭐, 아빠의 엄마인 너의 할머니는 아빠인 내가 순해서 어릴 적 얌전히 누워만 있어서 그렇게 된 거라고 하셨지만 왠지 뻥인 거 같단 말이지.

아빠가 너 뒤통수 똥그랗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갓난쟁이였던 너를 밤마다 얼마나 괴롭혔는지 알까?

그래서인지 나는 특히 너의 뒤통수가 마음에 들어.


너의 눈썹은 아직 잘 모르겠어.

어떨 때는 아빠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엄마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엄마를 닮았으면 좋겠어.

아빠의 눈썹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반쪽자리 눈썹이 되는 것 같거든.


그리고 팔과 상체는 아빠를 닮은 것 같아.

사골 국물과 삼겹살, 목살을 잔뜩 먹고 동그랗게 올라와있는 귀여운 똥배를 보면 확실하단 말이지.

아빠 똥배는 너무 꼴 뵈기 싫은데, 아들인 너의 똥배는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 배에 내 따뜻한 손을 대고 네가 잠들 때까지 아빠 손은 약손, 아기 배는 똥배~하고 불러주는 그 순간마저 내겐 행복이었단다.


너의 다리와 발가락은 엄마를 닮았어.

엄마는 자신의 발을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아빠는 엄마의 발이 예쁘거든.

그리고 그 발을 닮은 너의 발도 당연히 예쁘지.

요즘은 그 발에 대고 서툰 손짓으로 양말이며, 신발이며, 네가 신겠다고 낑낑대는 네가 얼마나 예쁜지.

정말 눈에 넣고 싶어.


자 그래서, 너의 얼굴을 공개해 볼까?

짠~



어때?

이다음에 커서 이 글을 보고 있을 너의 모습도 저 사진과 같을까?


이 사진은 너의 아기 얼굴을 기반으로 해서 AI가 만들어준 성인이 되었을 때 얼굴이래.

아빠같은 쫄보가 대놓고 얼굴을 공개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헿.

이 사진 보고 아빠는 또 팔푼이처럼 홀딱 반해버렸지 뭐야.  


세상에 힘들지라도,

늘 자신의 몸을 소중히 다루는, 너 자신을 사랑해 주는 멋진 어른이길 빌어.

너의 눈, 코, 입술, 귀, 손가락, 발가락, 뒤통수까지...

아빠와 엄마가 정말 널 많이 사랑하거든.


오늘도 사랑한다 아가야,



 



이전 06화 어린이집이 어린이 집인 이유를 알겠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