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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러브장..?

by 빨양c





“학은 천마리가 있어야 행운을 가져다주지만,
나한텐.. 한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큰 행운이야..
바로 너(하트)”


(마구 엉켜있는 실타래 같은 선 그림)
이 선의 끝을 찾아봐!
이 선의 끝을 찾는 날이 너와 내가 끝나는 날이야!


(바람 빠진 풍선그림)
이 풍선 뭔가 부족해 보이지..?
풍선에는 공기가 필요하 듯,
나에겐 니가 필요해.


내 이름이 호랑이 아니라 사랑해였으면 좋겠어,
그럼 니가 나를 부를 때마다 “사랑해” 할 텐데...


(빨래 그림)
널리고 널린 게 남자라지만,
난 너밖에 없어..


“세상에는 초코우유도 있고, 딸기우유도 있고, 바나나우유도 있지.
하지만 내가 너에게 주고 싶은 우유는..?
아이러브우유..!”


'이런 젠장할..!! 내가 이걸 왜 하나하나 읽고 있는 거지? 이건 러브장...? 으.. 오글거려 미쳐버리겠네.'

하얀색 노트 안쪽을 한참 읽어 내려가던 지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도 글은 잘 쓰네. 이렇게 좋은 글 쓰는 재능을 이따위 대환장 러브장 따위 쓰느라 허비하다니... 참.. 너도 너답다. 아니, 너도 참 나같다. 답 없네. 참.'

지랑이 호랑과 노트를 번갈아 쳐다보며 생각한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러브장인 듯, 마지막 장에는 중2라는 나이답게 어수룩하지만, 또 나이답지 않게 꽤나 깊이 있는 글이 적혀있었다. 지랑은 어릴 적부터 호랑이 글에 재능이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지만, 러브장을 보니 그 깊이가 더 깊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호랑에게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쌍둥이여서 그럴까. 언제나 호랑은 동생이니까 언니인 자신이 챙겨주고 싶은데, 그런 자신보다 더 나은 점이 있다는 걸 차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어린 마음이었다.


“뭐... 알려줘 봤자 듣지도 않을 테고, 쯧쯧. 러브장 보니 아주 단단히 빠진 거 같은데, 어떤 놈팡이 같은 놈인지 한번 알아볼 필요는 있겠어.”

혼잣말인지, 잠든 호랑에게 들으라고 애써 한 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호랑의 방에 남긴 채, 지랑은 하얀색 노트를 제자리에 최대한 티 나지 않게 다시 감춘 뒤, 조심스레 방 밖으로 나왔다.


호랑은 무슨 꿈을 꾸는지 볼이 발그레진 채로 여전히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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