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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륫힌료르 Nov 06. 2019

"나는 오빠를 초코아이스크림해!"

사랑은 원래 어처구니 없다


"있잖아, 아이스크림 좀 사와주면 안돼? 상큼한 과일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알았어. 갔다 올게."

어느 토요일의 늦은 저녁.
불쑥 찾아와 자신의 집에서 뒹굴거리며 아이스크림을 사내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벌떡 일어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두어 개의 아이스크림과 함께 나타났다. 그를 기다린 건지 봉지 속 물체를 기다린 건지, 바스락거리는 비닐소리에 벌써 마음을 뺏겨버렸다. 여자친구의 마음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 눈치 그가 샐쭉거리며 과일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런데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 했던가.

막상 초코 아이스크림을 보니 달달한 것이 당겼다.

"나 그냥 초코맛 먹을래."

그렇게 초코 아이스크림을 한참이나 맛있게 먹고, 부른 배를 통통 치다 이내 스르륵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니 극심한 월요병이 찾아왔다. 오늘이 주말의 끝이라니! 내일 출근 실화냐?!

괜시리 옆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투정을 부리고 싶어졌다.

"우리 처음 사귈 때는 손편지 써줬잖아. 헤어지기 아쉬워서 새벽까지 동네 산책도 하고. 심지어 꽃으로 화관도 만들어줬는데... 근데 왜 요즘은 안 그래? 전처럼 간질간질한 말도 해줘!"

가만히 듣고 있던 그 어처구니 없는 답을 내놓는다.
"흥이다! 초코 아이스크림 줬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 초코 아이스크림 진짜 좋아하거든! 근데 어제 그거 너 줬다!"


"그게 사랑이다!! 알겠나 가시나야!"




사랑은 초코 아이스크림을 주는 라니?

왜 이토록 황당기 그지없는 말 한 마디가 내 마음을 찌르르하게 만들까?

사랑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스러운 무언가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 사랑이라는 게, "초코 아이스크림"이라는 어이없는 한 단어로 표현될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남자 주인공은, "사랑해"라는 말로는 그녀를 향해 뜨겁게 꿈틀대는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표현이 "나는 너를 마시멜로해!"다고.


아, 이제서야 비로소 그 심오한 구절이 이해가 된다.



"나는 오빠를 정말 초코아이스크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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