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작가 : 김상준
출판사 : 보아스
예전부터 신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기도 했고 신화에 대한 해석들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 ‘신화와 철학'이라는 수업을 듣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읽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 이야기에는 철학과 지혜가 담겨 있다. 하지만 절대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모든 것을 상징적인 것으로 표현한다. 해석들을 찾아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이야기들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와닿는 것 같다. 한 줄로 딱 잘라 이야기하는 것보다 기승전결을 통해 교훈을 주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읽었던 노르웨이의 숲에서 ‘상실'에 대한 메시지를 향해 그 긴 이야기를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람의 감정은 복잡하다. 단 몇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 옛날에 어떻게 이렇게나 정교한 이야기들을 만들어서 세상의 진리를 말하고자 한 것일까? 어떻게 이런 신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헤라클레스는 그의 여성성을 키우기 위해 바느질을 배워야 했다. 책에서는 남자도 여성성을 가져야 하고 여자도 남성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고 떠오른 것이 있다. 요새 유행하는 ‘에겐'과 ‘테토'다. 내가 친구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 겉은 ‘테토'남이지만 속은 ‘에겐'남이 좋다고. 이 뜻은 남자다운 강인함도 있지만 부드러움(여성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람이 좋다는 것이다. 나는 어쩌면 전문 용어(아니마)를 몰랐을 뿐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 아니었을까. 나에게 줄곧 필요한 것은 추진력과 적극성, 진취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남성성이다. 이제부터 겉은 ‘에겐'이지만 속은 ‘테토'인 여성으로 살려고 노력해야겠다. 내 아니무스를 꼭 키워내고 말 것이다.
*남성의 무의식 속 여성성 : 아니마
*여성의 무의식 속 남성성 : 아니무스
내 남자사람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이가 없다. ‘국밥을 먹을 때 밥 안 말아먹고 식혀 먹으면 게이다.’, ‘남자는 선크림 필요 없어.’ 등 약간의 여성스러운(?),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되면 굉장히 싫어한다. ‘~~ 하면 게이임’ 이런다. 그래서 내가 ‘별게 다 게이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왜 남자들은 여성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것을 두려워할까. 사회적인 인식 때문일까? 아니면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여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자도 똑같다. 남성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것을 싫어하는 여자친구들이 있다. 나는 옷을 조금 보이시하게 입는 편인데 나보고 여성스러운 옷들도 입어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그래야 남자들에게 호감을 산다는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나는 항상 예전부터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은 욕구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 욕구는 이미 오랫동안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며 무시하기 바빴다. 그러다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날(혼돈)을 지나고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웠지만 이 욕구가 강해져서 평가의 무서움과 글을 공개한다는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개성화 과정을 겪은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개성화 과정에 들어선 것이 너무 신기하다. 이렇게 보니 내가 조금은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아와 무의식의 욕망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개성화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196p
지금 나는 책을 쓰는 철학자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하며 나다운 글을 쓰는 연습을 쉬지 않아야 한다. 이 과정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이 되려면, 나를 나답게 만들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니 제발 포기하지 말자. 나는 내 본질적인 모습을 너무 보고 싶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개성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이 할 수 있지만 두렵고 독특한 일을 실천해야 내가 나다워질 수 있다. 그래서 페르세우스는 폴리테크테스 왕 앞에서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오겠다고 호언장담한다. 이런 모험을 거쳐야 그는 성장할 수 있으며, 남들과 다른 비범함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어떤 사람이 쉬운 길을 두고도 어려운 길을 가거나,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아무런 물질적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나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개성화 과정은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내가 흡족하고 만족스러우면 되는 것이다. 262p
마지막 문장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결국 ‘자기만족'이다.
지금까지도 많이 문제가 되는 내용들이 신화 속에 그대로 나온다. 바뀐 것이 하나 없다. 부모와 자식과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내면의 문제(아니마, 아니무스), 성장과정, 상실의 고통, 욕망 등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 깨달음을 신화를 통해서 강력하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바뀌지 않았을까. 그 옛날부터 세상의 진리들을 말해주었는데도 왜 인간은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신화는 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신화는 진행 중이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주인공만 바뀌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자신 안에 존재하는 욕망들을 보지 못하고 누르면 누를수록 그것은 언젠가는 선함을 가장한 채 반드시 드러난다. 그것도 아주 비극적으로 말이다. 54p
-부부간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그 문제는 자손에게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에게서 독립해야 한다.
-여성은 남성적인 면도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남성도 여성적인 면이 있어야 한다.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성공과 행복은 고통과 두려움을 맞닥뜨리는 자만의 몫이다. 131p
-자기 자신만을 사랑해서는 안 되고, 외부세계에 눈을 돌리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보살피고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138P
-자아와 무의식의 욕망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개성화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196p
-죽은 것이 산 것이고, 산 것이 죽은 것이며, 이긴 것이 진 것이고, 진 것이 이긴 것이다. 205p
-자식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게 되는 정신적, 물질적 유산은 쉽게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쉽게 물려받은 유산은 자식의 입장에서는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며, 자식에게 제대로 대물림되지 않을 수 있다. 231p
-결국 개성화 과정은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내가 흡족하고 만족스러우면 되는 것이다. 26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