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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미티 May 08. 2023

내가 사랑하는 동네가 있나요?

소소무물 | 26번째 이야기

치타미티

올해의 목표 중 하나가 '새로운 취미 갖기'였어요. 

그 중에서 뜨개질을 꼭 배워보고 싶었죠. 유튜브로 알게 된 뮤지션의 취미가 뜨개질이었는데 시간을 내어 집중하는 모습, 뭔가를 완성하는 모습 모두 멋지더라고요.


나도 내 손으로 내 삶에 필요한 것을 만들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코바늘 수업을 덜컥 신청하였고, 어제 4주의 뜨개질 수업이 끝났어요. 그 결과 저는 목도리, 코스터, 버킷햇, 텀블러백까지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뜨개질 수업은 후암동에 있는 선생님집에서 시작하였는데, 여기가 어떤 동네냐...키티언니와 제가 처음 만났던 동네기도 하죠. 4층에 있는 회사 사물에서 키티언니를 처음 봤죠. 서울역 근처였던 사무실은 점심시간 산책으로 후암 시장을 둘러보기 너무 좋았어요.  사람 사는 냄새도 나고, 오래된 동네 주민들이 사랑하는 오래된 맛집도 많았죠. 


뜨개질 선생님의 동네는 숙대 뒤쪽의 후암동 지역이었는데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높은 빌딩보다 낮은 집과 가게들이 즐비하고 골목을 스윽 보기만 하해도 여러 집이 요밀조밀 모여 있었죠. 가끔 젊은 사람들이 만든 땅콩집도 보이며 조금씩 변하려는 이 동네의 분위기가 보이더라고요. 마지막 수업에 함께 클래스를 듣는 멤버들끼리 이 동네의 매력에 나누는데 모두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수업이 끝나고 산본으로 넘어와 오랜만에 본가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 오랜만에 산본을 달렸습니다. 역시나 좋더라고요. 동네 사람들 모두 늦은 주말 아침을 맞이한 듯 7시에도 산책로는 조용해요. 몇 명의 러너를 마주하거나 이른 강아지 산책을 하는 주인들을 만나죠. 중앙공원으로 내려올 즈음 아저씨 아주머니가 빙빙 운동장을 돌고 있어요.


저는 이런 산본의 분위기를 너무 좋아해요. 길거리엔 벚꽃이 가득 펴고, 느지막한 아침이 시작되며 길거리에 분주한 사람보다 가족들끼리 소소하게 웃는 모습이 더 많이 보이는 동네.


여행을 가도 그런 분위기를 더 좋아해요. 도시적인 곳도 볼거리가 가득하지만 우리 옆 동네에 놀러 온 듯한 분위기 말이죠. 큰 도시의 볼거리를 쫓아다니는 것도 의미 있지만 베를린의 미떼 지역을 어슬렁 거리다 주말 마켓을 만나는 일이, 작은 카페들이 요밀조밀 모여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커피 향 가득 담고 있는 포틀랜드 여기저기를 다니는 일이 더 좋답니다. 



키티언니가 애정하는 동네가 있나요? 

서울에서, 해외에서. 모두 궁금하네요!





키티언니

올해 목표는 아니고 계획이었던 이사를 했습니다!! 서울을 떠나 경기도 고양시로 입성했습죠. 쓸데없이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동네는 아직 낯가리는 중이라 사랑하는 것까지는 아니에요.


대신 10년 가까이 지냈던 강남구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부자 아님, 전월세였음) 강남 내에서도 한 동네에서 주욱 살지는 못했고 논현, 삼성, 역삼을 떠도는 노마드 생활을 했지요. 바글거리는 사람과 자동차, 오토바이, 소음, 텁텁한 공기, 비싼 주거비 등 "조만간 반드시 기필코 뜬다!" 하면서 이를 살살 갈았었는데요. 막상 이사 날짜가 다가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잠이 잘 안 올 정도로요.


그래서 깨달았죠. '아, 내가 강남을 좋아했구나. 좋아하면서 싫어했구나.' 하고요.


사람과 차에 부대끼긴 했지만, 서울에 웬만한 곳은 빠르게 닿았습니다. 지하철 노선도, 버스도 많아서 굳이 운전할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요. 핫한 식당이며 카페며 주변에 즐비한 건 말할 것도 없죠. 몇 걸음 걸어 나가면 핫플과 프랜차이즈가 알알이 박혀있었죠. 쇼핑도 마찬가지. 로드샵이며 백화점도 근방에 몇 군데나 있었고 영화도 편히 봤습니다. 그저 고르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요.


편의성 이상으로 사랑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강과 양재천. 두 곳 모두 시간 상관없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굳이 고르자면, 한강은 밤이 좋고 양재천은 아침이 좋아요. 봄과 여름이 됐습니다. 어스름한 밤이 오면 한강 잠원지구로 향해요. 입구에 들어서면 잔디에서 풀냄새가 확 밀려듭니다. 반대로 검은 한강 위로 어른거리는 불빛은 은근해요. 산책로에 다다르면 속도를 올려 걷습니다. 강바람에 시름과 미움을 흩어지고 나면 사뿐한 걸음으로 나올 수 있어요.


반면, 양재천은 세수도 않고 이른 아침에 갑니다. 바로 옆에 차도가 늘어서 있는데도 맨 아랫길로 내려가면 조용해요. 새도 속삭이듯 웁니다. 고요를 즐기기 위해 이어폰도 빼고 졸졸 흐르는 하천물소리를 밟으며 걷습니다. 멍했던 머리가 시원하게 개는 느낌이 들 때 떠납니다.


강남. 잘 즐기고, 잘 누렸던 터라 아쉽고, 지겨웠던 찌들었어서 시원하기도 합니다. 한동안 갈 일이 없겠죠. 그래도 몇 달 뒤에 그리워져 한 번은 찾을 거 같네요. 집으로 돌아가며 이를 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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