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벌레의 계절이다. 불쾌감을 일으키는 여름철 벌레를 퇴치하듯, 직장 내 빌런을 퇴치하는 비법을 소개한다. 짧은 직장생활 중 직접 만난 이들을 떠올리며 쓴 글이라 데이터가 많지는 않다. 성과 가로채기, 하극상 등 아직 겪어보지 못한 유형도 많다.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지극히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니 참고만 하시길.
특징 : 맨날 힘 빠지는 소리 하면서 반경 3m 내에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쪽쪽 빨아먹는 타입. 답도 없는 문제로 매일같이 징징거리기, 모든 대화를 본인 하소연으로 종결시키기, 부정적인 기운 퍼뜨려서 동료 사기 떨어뜨리기가 특기다. 갓 들어온 신입에게도 회사 욕을 서슴치 않아 한달만에 추노하게 만드는 장본인들이 바로 이 유형. 관두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백이면 백 장기근속자임.
퇴치법 : 하루빨리 거리를 두어 나를 보호하자. 다이어트, 복통 등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이 사람이 낀 식사나 티타임에 빠지는 것부터가 첫걸음이다.
특징 : 자기주장 강한 냄새를 풍기거나, 동작 하나하나가 화려하고 큰 소리를 동반해 동료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타입. 대부분 악의나 고의성이 없는 순한맛 빌런으로, 자신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지 인식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해결된다.
퇴치법 : 소리나 냄새 등 자극을 감지하는 즉시 출처를 찾아 두리번거려보자. “어, 이거 무슨 냄새예요?”라는 멘트도 곁들이면 효과 up! 이때 유의할 점은, 눈 착하게 뜨고 상대에게 공격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야한다는 것.
특징 : 정치질이 생활이고 첫인상이 굉장히 좋은 편. 겉은 번듯해 보이지만 계산되지 않은 언행이 없고 사람들 사이에 조용한 균열을 일으킨다. “이거 나만 들은 건데..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면 레드플래그! 정치인의 바운더리 안에 속해있다면 휘말리거나 낙오되거나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당첨이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퇴치법 : 절대 정면승부 하지 말 것. 그냥 하던 일 제대로 잘하자. 그러면서 예의 잘 지키고 직장 내 누구에게도 안 좋은 얘긴 하지 말자.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동료가 보이면 도와주자. 그러다보면 내 평판과 여론이 바뀌고 정치인은 새된다.
특징 : 대놓고 변태는 신고가 답이다. 문제는 은근히 불쾌하게 만드는 변태. 분명히 기분이 나쁘긴 한데.. 뭐랄까.. 콕 문제행동을 집어내자니, 또 그만큼 노골적이지는 않달까. 당하는 사람도 아리까리하게 만들어 초기대응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 특징. 주변인들은 알아차릴 리 없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울 뿐더러 ‘행동 조심해달라’고 직접 거부 의사를 표하면 되려 펄쩍 뛴다. “아이고 대체 뭘 했다고~ 무서워서 말도 못 걸겠어~”하면서. 피해자를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변태들이 진짜 악질인 이유는, 이런 프레임이 먹힌다는 걸 알고 일부러 조용히 음침하게 변태짓을 한다는 거다.
퇴치법 : 나를 불쾌하게 하는 변태의 언행을 실시간으로 사무실에 생중계해보자. “OO님, 제 치마 맘에 드세요? 아까부터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시네요~ 어디서 샀는지 알려드려요? :)” 하루 이틀 세 달 네 달 계속 중계하다보면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변태의 행동을 문제 삼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증거 모으기’다. 날짜, 시간, 장소, 구체적 내용, 목격자, 당시 느낌 감정까지 모두 최대한 기록해두자.
특징 : 드디어 나왔다. 걸리면 X되는 유형. 앞서 소개한 유형 3, 4에 막말, 기분파, 무능력까지 온갖 험한 게 전부 더해진 끔찍한 혼종. 맘 잡고 한 직장 꾸준히 다녀보려는 사람을 기어이 제발로 나가게 만드는 인건비 절감의 공신으로, 보통 차장 이상 직급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피해자를 병들게 하고 심한 트라우마로 직장생활을 기피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토록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데도 용하게 회사에서 안 잘리고 귀신도 이놈 안 잡아감.
퇴치법 : 중이 떠나야 한다. 저런 인간 때문에 왜 좋은 직장을 포기해야 하나 싶겠지만, 건강을 잃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도 충분히 많다는 걸 잊지 말고 더 병들기 전에 떠나자.
editor 빈
언론사 기자와 사보 에디터로 6년간 일하며 살아있는 목소리가 담긴 콘텐츠를 만들어왔습니다. 서울을 탈출하고픈 30대 여성의 싱글라이프를 기록하며 일상 속 스쳐가는 생각과 감정들을 붙잡아두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