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종종 홀푸드 마켓에 가곤 했다
내가 먹지 않는 음식은 팔지도 않는다.
– 홀푸드 마켓-
남편은 여행 가면 마트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음식을 하는 것도, 먹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니 식재료를 구경할 수 있는 마트에 가면 얼마나 신이 날까. 두 달 먼저 미국에 간 남편은 종종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 얘기를 했다. 여기서 고기도 사 먹고, 샐러드도 사 먹고, 링귀니를 사다 파스타도 해 먹었단다. 그러면서 내가 오면 엄청 좋아할 곳이니 자주 가자고 했다. 그 얘길 들을 때만 해도 나는 ‘그래 봤자 마트가 마트지’ 했었다.
그런데 처음 간 홀푸드 마켓은 정말 별천지였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처음 보는 재료와 음식이 가득했다. 정말 이름처럼 모든 음식과 음식 재료를 다 파는 곳이었다. 종류와 규모도 대단하다. 과일, 채소, 고기, 치즈, 잡곡, 커피, 심지어 맥주와 와인까지 한 재료당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미국에 있는 동안 몇 번을 갔어도 그 많은 걸 다 구경하지는 못했을 정도다(물론 아이들이라는 변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홀푸드 마켓은 유기농 식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국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점이다. 홀푸드 마켓 식품 대부분은 non GMO를 기본으로 하며 MSG, 방부제, 착색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게 바로 미국 최대 IT기업인 아마존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은 2017년 홀푸드 마켓을 인수 합병했다. 이곳이 아마존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건 곳곳에 붙어 있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 할인을 보고 알게 됐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 우리도 아마존 프라임 멤버를 안 하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미국 가정의 60%가 아마존 프라임 멤버라고 한다).
다른 슈퍼마켓에 비해 다소 비싸긴 하지만 이곳은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슈퍼마켓이라 해서 장을 보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빵, 피자, 샐러드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이 가득한 푸드코트도 함께 있어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이나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오기도 한다. 저녁엔 간단한 음식을 사서 술을 마시는 사람도 꽤 눈에 띈다.
우리가 미국 생활을 하며 힘들었던 점 중에 하나는 바로 음식이었다. 일단 호텔 생활을 하니 마음대로 음식을 해먹을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아이들을 데리고 매번 밖에서 사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또 미국 음식 자체가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데다, 기름을 이용한 요리가 많아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우리 집 아들은 음식을 가려먹기로 유명하니 아이가 밖에서 먹을 수 있는 거라곤 고기, 피자, 햄버거, 치킨 정도가 다인 상황.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이에게 매번 이런 것만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종종 홀푸드 마켓에 갔다. 좁은 호텔방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도 감수하고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이가 여기서 파는 야채를 먹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아이는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는 날엔 엄마 혹은 아빠 최고라며 배가 봉긋하게 먹곤 했다.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미국 지인들은 홀푸드 마켓이 비싸서 자주 못 간다고도 했지만(미국은 식재료가 워낙 싸서 다른 마트와 비교하면 비쌀 수도 있겠다) 우리에겐 한국에서 장을 보는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졌다. 나는 한국에서는 주로 자연드림에서 장을 봐왔다. 꼭 유기농을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가능한 그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연드림의 채소는 마트의 채소와 비교해 가격이 크게 비싸지도 않으며 제철엔 더 쌀 때도 많다. 나는 다만 좋은 마음으로 좋은 재료를 판매하는 곳이 잘됐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캠핑을 가는 날에도, 수영장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날에도, 냉장고가 비는 날에도, 심심한 날에도 홀푸드 마켓에 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