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편의점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장은 인터넷으로 보거나 종종 들르는 슈퍼마켓을 이용한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 불편한 점은 낱개로 판매하는 라면의 종류가 적다는 것. 오직 그것뿐이다.
편의점에는 가끔 택배를 부칠 때 간다. 그날도 택배를 부치고 있었다. 무인택배기 너머로 마카롱이 눈에 들어왔다. 편의점에 마카롱이라니! 이건 마치 시장에서 옥돔을 팔거나, 학교 앞 분식집에서 로제 파스타를 파는 것 같은 느낌이다.
빨강, 분홍, 연분홍색이 영롱한 뚱카롱이었다. 뚱카롱이라 함은, 뚱뚱한 마카롱의 줄임말이다. 원래 마카롱은 꼬끄 사이의 필링이 두껍게 않게 들어있는 반면 뚱카롱은 필링을 아주 두껍게 넣어 기존 마카롱과 비교해 뚱뚱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프랑스엔 없고 한국에만 있는 한국형 마카롱 되겠다.
‘아니 편의점에서 마카롱이니!’ 심지어 가격은 3200원. 달리 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나는 마카롱을 좋아한다. 오리지널 마카롱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마카롱을 찾는 사람이 늘자 마카롱은 점점 덜 달아지고, 예뻐졌으며, 더욱 뚱뚱해졌다. 그러면서 나도 마카롱 좋아하는 사람의 대열에 합류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뚱카롱 한 입 베어 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마카롱 하나로 사치를 하는 느낌이 든달까?
보통 마카롱은 비싸다. 첨엔 이 작은 게 뭘 믿고 그렇게 비싼가 했다. 작은 마카롱 하나가 못해도 2500~3500원 정도 하니 다른 쿠키나 케이크와 비교하면 비싼 게 분명하다. 그런데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비쌀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마카롱을 직접 만들어 파는 가게는 일주일에 며칠만 그것도 낮 12시 이후 이런 식으로 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재료 준비 등의 시간이리라.
하도 비싸서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 내 인건비와 시행착오 등을 생각하면 그냥 사 먹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카롱을 좋아하지만, 매장이 문 닫은 경우가 많다는 점과 매장까지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는 점, 가격이 비싸다는 점 등의 이유로 나는 마카롱을 자주 사먹지는 못했다.
한 번은 인스타에서 유명한 수지의 마카롱 맛집에 가고 싶어 발이 닳은 적이 있다. 초보운전이라 혼자 마카롱을 사겠다고 거기까지 갈 용기가 나지 않아 이제나 저제나 하다 맘먹고 남편과 아이들까지 대동하고 가서 마카롱을 5만 원 값이나 사 왔다. 물론 그날 마카롱에 맺힌 한을 풀고 한참동안 마카롱을 찾지 않았다. 마카롱을 5만 원 값이나 샀다는 맘 속의 죄책감 같은 것도 일말 있었다.
다시 편의점 3200원 마카롱으로 돌아가 보자.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이 마카롱의 이름은 ‘쫀득한 딸기 마카롱’이다. 종류는 ‘쫀득한 마카롱’과 ‘쫀득한 딸기 마카롱’ 두 가지다. 봄이니 딸기 마카롱으로 구매해봤다. 빨강, 분홍, 연분홍 꼬끄와 두꺼운 필링이 전문점 뚱카롱과 견줘도 크게 기죽지 않겠다.
CU편의점의 쫀득한 아이스마카롱
3200원에 3개가 들어있으니 하나에 11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마카롱 전문점의 마카롱과 비교하면 반값도 되지 않는 가격. 가히 훌륭하다. 꼬끄도 꽤 쫀득하고, 필링도 괜찮다. 웬만한 마카롱 집 마카롱과 비슷하다. 알고 보니 이 CU 편의점 마카롱은 인터넷에서도 꽤 유명한가 보다. 싸고 맛있는 가성비 마카롱으로 말이다.
이 마카롱을 발견한 뒤, 나는 이 편의점 근처를 지날 때마다 마카롱을 사러 편의점에 들르곤 했다. 가끔은 아이들과 하나씩 나눠 먹었고, 어떤 날은 혼자 냉장고에 숨겨 놓고 하나씩 꺼내 먹었다. 오전에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먹는 쫀득한 마카롱은 그날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오늘 아침도 커피와 마카롱을 먹었다. 참으로 좋았다. 이 글은 마카롱을 먹다 썼다.
혹시 마카롱을 좋아하고, 근처에 CU편의점이 있다면 도전해 보시길!
주의! 그렇다고 3200원에 3개나 주는 마카롱에 너무 많은 기대는 품지 마시길. 아주 잘하는 집 마카롱과 비교해 꼬끄와 필링의 품격을 논하는 건 가성비 마카롱에겐 속상한 일일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