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 May 08. 2016

카네이션 단상斷想

어버이날 치매 엄마는

어버이날 전날인 어제 시집간 딸이 신랑과 아기를 데리고 놀러 왔다.

축하 파티해야 된다며 케익을 사 왔는데 케익에 불 켜고 커팅하는 동안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제집에만 있던 손녀는 첫나들이에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응애 거리고 우는 등 온가족이 붙어서 아기 달래느라 야단법석을 피우다 갔지만 기분은 썩 괜찮았다.  손자가 찾아오면 너무너무 이쁘고, 돌아갈 때는 더욱더 이쁘다는 선배들의 경험담이 실감 나는 하루였다.


사위가 안겨주는 예쁜 카네이션을 보니 요양원에 쓸쓸히 계실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요즘 예쁜 것을 참 좋아하신다. 내가 알고 있던 엄마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예전의 엄마는 모든 사물에서 미美보다는 실용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겼었다.  꽃을 사는 것보다 파 한 단 사는 게 당연한 일이고, 집안의 모든 물건은 장식보다는 효능이 먼저여서 나는 늘 불만이었다.  내가 사다 달아 드리는 값싼 종이 카네이션조차도 돈 없애고 사 왔다고 혼났을 정도로 분위기 없던 엄마였으니까.

철저한 실용주의자 엄마가 변하기 시작한 건 치매 초기였던 때 같다. 어느 해 어버이날 손녀가 사 온 카네이션 화분이 너무나 예쁘다며 좋아하셨다. 그 화분은 꽤 오랫동안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베란다를 차지했는데 알고 보니 엄마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천생 여자였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려왔다.  


오늘은 어버이날, 내 엄마에게도 가봐야겠다. 최고로 예쁘고 근사한 카네이션을 들고 말이다.  가끔 내가 가면 티셔츠 하나에도 예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엄마다.  나풀거리는 원피스라도 입고 가면 더 좋아하실게 분명하다.




엄마한테 다녀왔다~

요양원에 가니  어버이날이라고 방문객이 너무 많아 엄마를 모시고 밖으로 나왔다.

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온 건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신다.

요양원 1층에 이렇게 좋은 장소가 있는 줄도 오늘 알았다.  그동안 날이 추워 실내에서만 면회가 됐었는데 앞으론 엄마한테 가게 되면 무조건 이곳으로 모시고 나와 바깥바람을 씌워드려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야생의 순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