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 먹는 아이를 보는 게 꿈
혹시 나 때문인가?
도대체 아이에게 왜 이런 심각한 알레르기가 생긴 걸까? 답답한 마음에 검색을 해보니 알레르기 원인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유전을 떠올렸다. 실제로도 아토피 피부염의 유전적 성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었다.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아토피 피부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알레르기 증상이 있다면 아이의 알레르기 여부와 종류 그 정도를 정확하게 검사하고 항상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었다. 이렇게 유전은 무시할 수 없는 알레르기의 원인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처음에는 알레르기와 관련된 그 어떤 말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나 때문인가? 하고 자책하기도 했고,
알레르기가 없는 아내 때문에 처갓집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아내와 다르게 나는 매년 봄이면 꽃가루와 공기 중에 날리는 송홧가루로 병든 병아리처럼 시름시름 앓았고, 찬바람 부는 환절기에는 부풀어 오른 코점막이 양쪽 코를 막는 만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겨울 내내 코를 훌쩍거려야 했다, 게다가 음식 중에도 복숭아와 생꽃게애 알레르기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학자들 중에는 알레르기를 각종 환경오염물질, 생활습성 같은 환경요인이 아토피피부염을 부추기기 때문에 환경성 질환이라고도 말한다. 또 요즘 아이들은 예전에 비해 실내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을 지을 때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성능 좋은 단열재도 원인이 될 수 있고, 과학의 발달로 인간은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질산가스, 아황산가스처럼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면서 이들이 다시 우리 몸속으로 유입되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아프리카 가나의 시골마을에는 아토피가 없듯이. 학자들은 항생제 복용도 아토피피부염의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작은 병에도 항생제를 남용하면서 알레르기 발생을 억제하는 장내 박테리아 활동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런 생각도 했다. 결혼한 지 3년쯤 지났을 때였다.
대진침대라는 가구회사에서 판매한 침대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라돈(세계보건기구(WHO)가 검출된 것이다. 미국환경청(EPA)이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폐암 발병 요인으로 지목했던 이 라돈이 다량 검출되면서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정부에선 뒤늦게 대진 침대를 모두 회수해 갔고. 이를 사용한 피해자들은 사전에 이런 위험을 막지 못한 정부와 침대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결혼할 때 아내가 혼수로 준비해 왔던 그 침대가 바로 문제의 라돈침대였다. 그래서 혹시 침대 때문이 아닌가 하는 원망 아닌 원망도 했었다.
오죽 답답하면 그랬을까? 유전이든 환경변화든 알레르기의 원인은 어떤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이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나에겐 조금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더 이상 아이에게 무엇 때문에 알레르기가 생겼는지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다. 자책하는 대신 그 에너지를 좀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는데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알레르기는 하루아침에 치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긴 레이스의 시작이기 때문이었다. 그 기나긴 싸움에서 지쳐 쓰러지지 않고 현명하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마음을 잡고 이끌어줄 에너지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