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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Oct 14. 2024

가려워서 밤새 긁는 아이

던져 버리고 싶은 도시락 가방

알레르기 반응에 대해 평소 가정에서 관리해야 할 대처방법은 많이 있지만 알레르기라는 질환은 그 발생 원인만큼이나 반응도 다양하고, 사람마다 편차와 정도의 차이가 있어 일률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시중에 좀 더 정확하고 과학적인 자료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전문적인 용어나 서적들은 가슴에 와닿지 않았고,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가장 현실적인 경험담은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지금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탈출을 시도 중인 수많은 알레르기 가족들에게 우리 가족의 경험이 용기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우리 가족의 경험은 대학병원 간호사 출신인 아내의 의료지식과 시중에 판매되는 전문서적 그리고 실제 아이에게 적용했던 사례를 옆에서 지켜보며 재구성한 것이다. 그동안 피부 보습제와 음식 제한만으로도 관리가 잘 되었고, 증상이 있더라도 대부분 향히스타민제 사용만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어 아나필락시스까지 가는 경우도 겨의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길 바란다,  


첫 번째는 보습이었다. 

알레르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보습, 둘째도 보습이었다. 

아무리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을 잘 제한했다고 해도 보습이 질 되지 않는 건조한 피부는 쉽게 피부염을 유발하고 또 악화시켰다, 실제로 아이의 경우 하루만 보습제를 깜빡하고 바르지 않아도 가려워서 긁고 딱지가 앉아 피부염으로 번지기도 했다. 분명 보습제만 잘 발라도 이를 예방하고 증상을 개선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식품 제한도 중요하지만 피부 보습을 통한 관리도 같이 해야 했다. 가려움이나 붉어짐 등의 피부염 증상이 있기 전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치료라기보다는 예방에 더 가깝다. 보습제는 피부 치료의 필수템으로. 항상 피부를 촉촉하고 부드럽게 만들고 피부 장벽을 튼튼하게 한다. 보습제만 잘 발라도 훨씬 덜 가려워했고, 당연히 부작용에 대한 논란으로 불안한 스테로이드 사용량도 줄일 수 있었다. 아내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습제와 함께 할 정도로 아이의 보습에 신경을 많이 썼다. 계절에 따라 시간 간격을 다르 해서 발랐고, 외출이나 목욕 후 에도 반드시 보습제를 발랐다. 하지만 보습제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반응이 있을 때는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으로 치료를 했다. 시중에는 많은 종류의 보습제가 나와 있었지만 아내는 보습제 하나를 선택할 때도 이것저것 꼼꼼하게 체크했다.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무색무취를 사용했고, 비싼 제품을 사서 하루에도 자주 발라주었다. 또 새로운 보습제를 사용할 때는 연속으로 테스트를 해서 이상 반응이 있는지 확인한 후 발랐다. 보습만큼이나 아내가 신경을 쓴 것은 온도와 습도였다. 대부분 피부염 환자들은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겨울철 습도는 50% 수준으로 온도는 너무 뜨겁거나 춥지 않게 유지했다. 특히 땀은 피부를 자극하기 때문에 땀이 나면 바로 닦아내 피부 자극을 줄였다. 

  

두 번째는 스테로이드 사용이었다.

보습과 음식 제한, 집안 공기를 체크한 후에도 예방에 실패해서 피부염이 발생하면 다음 단계 치료법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 염증이 생긴 피부는 작은 자극에도 쉽게 가렵고 진물이 나고 부었다. 한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더 가려워서 정신없이 긁고, 긁으면 다시 염증이 심해져 더 가렵다. 초기에 염증을 잘 치료해서 긁지 않아야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빨리 끊을 수 있었다. 스테로이드는 이런 피부염 치료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터넷상에 떠도는 무분별한 부작용 공포로 부모들은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사용을 꺼렸다. 뿐만 아니라 약을 바르고 좋아져도 그때뿐이라 일시적인 호전인데 꼭 스테로이드를 발라야 하나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스테로이드보다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찾지 못했다. 아내의 경우 부위에 따라 사용량과 방법을 잘 지키면서 발랐더니 한 번도 걱정할만한 부작용은 없었다. 비교적 낮은 강도의 스테로이드가 개발되면서 부작용이 적은 약한 강도의 스테로이드 연고부터 시작해서 단계별로 사용했다. 스테로이드의 강도와 세기는 1등급부터 7등급까지 다양하다. 아내도 3~4가지의 단계별 스테리이드를 가정용 트롤리에 담아 끌고 다니며 눈뜨면 손 닿을 만한 곳에 두었고, 외출할 때면 껌딱지처럼 챙겨서 몸에 꼭 지니고 다녔다. 한번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조금 좋아졌다고 빨리 끊으면 금방 다시 나빠지기 때문에 군불 정리까지 완벽하게 해야 했다. 혹시 약과 보습제가 겹치면 함께 사용할 수 있는데 이때도 반드시 약을 먼저 바르고 보습제를 발랐다.   


끝으로 단계만큼이나 바르는 부위도 중요했다.

 특히 얼굴 같이 약하고 예민한 부위에 생기는 피부염은 같은 양을 발라도 피부가 얇아서 흡수가 더 빠르기 때문에 강도와 횟수를 달리해서 사용했다. 보습을 통한 관리와 스테로이드를 통한 치료에도 좋아지지 않으면 약물 치료에 들어갔다. 약물 치료제도 종류가 다양하지만 아내는 주로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했다. 사용방법만 주의해서 제대로 쓰면 아이 몸에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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