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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Sep 30. 2024

비교 보다 공감과 위로를

뷔페 먹는 아이를 보는 게 꿈

비교보다 공감과 위로를 


 참치 유발 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우유 면역치료를 최종 통과한 지 정확히 3개월 만이었다. 사실은 세 번째 계란반숙 유발 검사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얼마 전 삶은 계란 껍데기를 깐 손으로 아이 얼굴에 로션을 발라 주었다가 얼굴 전체에 심하게 올라온 두드러기 발진을 보고, 아직까지 계란반숙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잡기도 힘든 유발검사 일정을 가능성이 희박한 계란 반숙으로 날려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참치 유발검사로 일정을 급하게 변경했다.

   

 오늘 검사는 내가 동행하기 위해 자녀 돌봄 휴가를 신청했는데 갑자기 아내가 유행성 폐렴으로 병원치료를 받게 되면서 요양을 위해 며칠 쉬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온 가족이 병원으로 총출동을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며 유발 검사가 있는 날 아침이면 온 가족이 또 한바탕 큰 소통을 치른다. 이제 제법 익숙할 만도 하지만 어린아이가 새벽부터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는 일정은 항상 힘에 겨웠다. 게다가 병원 진료시간과 출근시간이 애매하게 겹치면서 일찍 출발을 한다고 해도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날도 간당간당하게 병원에 도착해서 아내와 아이를 진료실 앞에 먼저 내려주고 주차를 한 뒤 곧바로 뒤 따라갔는데 벌써 1차 검사가 진행되고 경과를 관찰 중이었다. 담당 교수님은 늘어난 환자로 바빠졌는지 검사 일정도 줄었지만 시작 전에 했던 진료도 생략하고, 바로 검사에 들어갔다. 보통 공복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에 시작하고, 하루에 가능한 검사인원은 많아야 2명이었다. 오늘 검사 대상은 아이 말고도 한 명이 더 있었다. 아이보다 1살이 어린 8살 동생이었고, 우리 보다 먼저 도착해서 1차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끼리 반가운 듯 서로 인사를 건네더니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 아는 사인지? 궁금했지만 이야기가 끊이질 않아 중간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조용했던 대기실은 금세 시끌시끌 해졌고, 병원 의료진의 눈치가 보이기도 했지만, 아내의 모처럼 밝은 모습에 더 이상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순간 둘은 여기가 병원이고, 검사 중인지도 잊은 듯 아무도 의식하지 않았다. 마치 친한 친구를 아주 오랜만에 만난 듯했다.   


 사실은 이랬다. 아내는 지인 모임에서 아이만큼이나 심각한 음식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적이 있는데. 당시 아이 문제로 터널 속에 갇힌 듯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을 느껴졌을 때,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과 실 것 수다라도 떨며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싶었었다. 그래서 알레르기를 먼저 경험한 선배나 함께 고생하고 있는 동료를 찾고 있었다. 각자 자세한 상황은 숨길 수도 있었고, 알레르기를 단편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이만큼 심한 증상은 찾아볼 수 없었고, 간혹 있어도 계란이나 유유 1~2가지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부모의 무지나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있는 경우라서 아내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오늘 바로 그 아이와 함께 검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 아이도 계란, 우유, 밀가루 같은 알레르기 3종 세트는 기본적이고 그 외에도 다수의 알레르기가 있는 듯했다. 2차 검사로 이야기가 잠깐 중단된 후 궁금해서 내가 아내에게 물었다.  

나   : 저 아이는 오늘 무슨 검사하러 왔데?  

아내 : 응, 두유 검사 하러 왔데

나   : 저 아이는 무슨 알레르기가 있데?

아내 : 저 아이도 우리 아이만큼이나 심한가 봐  

나   : 그래도 우리 아이만큼 심하진 않겠지? 

나는 눈치 없이 갑자기 비교병이라도 생긴 듯이 또 비교를 해댔다.  


 나의 철없는 질문에 아내가 한마디 한다.   

"여보, 우리 비교하지 말자, 알레르기가 한 가지라도 있으면 없는 것보단 불편하고, 알레르기가 많은 아이 보다 더 힘들 수도 있어, 그렇게 비교하기 시작하면 우리처럼 알레르기를 가진 부모들은 서로 상처만 받을 뿐이야, 우리에겐 비교 보단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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