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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Sep 26. 2024

레이디 퍼스트? 키즈 퍼스트!

뷔페 먹는 아이를 보는 게 꿈

레디 퍼스트? 키즈 퍼스트!  


사람들이 알고 있는 '레이디 퍼스트'란 단어는 1922년 미국의 '로버트 오리스'라는 군인이 자신의 차에서 여성을 먼저 내려주는 행동을 시작으로 생겨났고,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레이디 퍼스트'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후 여성을 먼저 배려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을 느낄 수 있는 단어다. 그런데 왜 우리는 '키즈 퍼스트'란 단어는 들어 본 적이 없을까?

  

 적극적인 면역치료에 시간이 더해지면서 집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우유는 아직 치료 중이었지만, 계란과 밀가루를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식당인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다른 식당과는 다르게 모든 음식에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난류, 우유, 메밀, 땅콩, 대두, 밀, 고등어, 게, 돼지고기, 복숭아, 토마토, 새우에 대한 원료표시를 따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 손님들을 위한 세함 한 배려가 돋보였다.   


 우리는 가기 전부터 꼼꼼하게 메뉴를 검색했고, 현장에서 매니저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아이가 아직 먹을 수 없는 버터나 치즈는 빼고,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맵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비슷한 주문을 여러 번 받아 본 듯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하나 주문을 받아 적으며 더 빼거나 추가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없는지 되물었다.

잠시 후, 메뉴를 직접 하나씩 들고 오면서 주문한 메뉴가 맞는지 다시 한번 꼼꼼하게 확인까지 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아이는 칼로 스테이크를 썰고, 포크로 스파게티를 말아 입에 넣으며 오물 오믈 씹으더니, '음~" 하면서 몇 안되지만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곧이어 나온 메뉴 '베이비 백 립'(부드러운 돼지갈비에 특제 소스를 발라 구워낸 바비큐 요리)을 먹을 때의 흐뭇한 표정은 지금껏 내가 본 아이의 표정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찼는지 의자 위에 올라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말한다.  

"아빠, 이거 자주 사줘"  

지금껏 외출을 하면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알레르기에 대한 배려였다.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예전에 어떤 국회의원이 모든 식품에 알레르기 정보를 포함해야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한 적이 있는데 통과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아이와 호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호주는 하나의 나라가 거대한 대륙을 이루는 '대자연의 나라'라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의 천국, 키즈의 나라, 키즈 퍼스트'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나라였다.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본 호주는 왜 그런 수식어가 붙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의한" 나라 그 자체였다.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메뉴판의 모든 음식에 알레르기 정보가 표시되어 있었고,

아이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도록 비건 재료로 구성된 키즈 메뉴가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키즈 용품들을 제공하는 식당도 꽤 있었다.   음식뿐만이 아니었다.

호주는 아이들의 안전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공시절을 이용할 때도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려받는 나라였다.


 한 예로 호주의 멜버른이란 도시에는 토마스 열차를 닮은 증기기관차를 운행하는 기찻길이 있는데 백 년쯤 된 증기기관차를 직접 타고 멜버른 외곽의 숲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기차의 모습이 토마스 열차를 닮아서 인지 어린이 손님들이 많이 찾았는데 키즈 탑승객의 팔에는 따로 팔찌를 채워 혹시 전복사고가 나면 최우선으로 아이들이 구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또 하나 인상 적이었던 것은 시드니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텀바롱 공원'이라는 야외 놀이 시설이었다. 아주 어린 유아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과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야외 놀이 시설로 대자연의 나라처럼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공원에서 인간과 함께 어울리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크기도 크지만 시설도 다양하고 알차게 갖추어져 있어서 하루종일 놀아도 질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 모든 시설은 1년 365일 하루종일 공짜였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때가 없어, 비싼 돈을 주고 키즈카페나 유료 놀이시설을 찾아야 하는 우리나라 엄빠로서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사상 초유의 저출산 시대를 맞아 수년간 수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퍼부으며 많은 정책들을 쏟아붓고 있지만 비웃기라도 하듯이 출산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아닐까? 먼 훗날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배려하고 존중받는 나라 '키즈 퍼스트'의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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