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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더라도
아빠가 되었다면

우리가 걷는 란 그냥 길일뿐이다

by 어디가꼬


아빠 놀아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아이가 아빠란 존재를 알게 되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아빠에게 요구했던 말이 "아빠 놀아줘"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아이가 똑똑한 집은 아빠부터 다르다"의 저자 김영훈 교수는 책에서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이의 인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아빠는 아이의 한평생 모델이고, 아빠의 사고방식이나 일하는 태도, 가정에서의 모습 등을 보고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사고방식이나 행동 등을 배우면서 인격을 형성해간다고 했다.


강북삼성병원 소아정신과 신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아빠는 아이와 놀아주는 방식이 엄마와 차이가 있고, 아빠가 적당한 선에서 아이를 과격하게 다루며 놀아줘야 자녀의 두뇌가 균형 있게 발달한다고 말했다.


아빠들도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아빠는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에 아이들과 도대체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를 모른다고 말한다. 사실 100% 공감이 가는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날 닮은 이쁜 아이와 도대체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렇다면 과연 아빠는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아빠와 놀아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 웃음이 전염되고, 순수한 마음은 정수기 필터처럼 나를 정화했다. 때로는 나도 다시 아이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했고, 어린 시절 추억들이 하나둘씩 소환되기도 했다. 아빠만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또한 나에게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나의 상황과 자녀의 존재가치는 별개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동해남부를 달리는 기차역과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이 있다. 그리고 소똥 냄새나는 축사에서는 시골 향수를 느낄 수 있었고, 벼농사가 한창인 밭에서는 매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호수 공원이 서쪽으로는 편백나무로 둘러싸인 천마산이 버티고 있어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함께 놀기 딱 좋은 최적의 장소였다. 여기에 아빠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지니 이곳은 마치 아이와 놀기 좋은 하나의 커다란 놀이동산과도 같았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노란색 옷에 분홍색 신을 신고, 흰색 모자를 써가며 마치 패션쇼라도 하듯이 옷을 갈아입고, 5월이면 아카시아꽃 향수까지 뿌려댔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산이나 들로 꽃향기를 마중 가거나 잔잔한 호수 주변을 하염없이 걸었다, 걷다가 길가에 핀 민들레 홀씨를 입으로 ‘후’ 불어 보기도 하고, 풀숲에 주저앉아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네 잎클로버를 하염없이 찾거나, 토끼풀로 반지를 만들어 끼워 보기도 했다. 여름이면 채집통을 들고 잠자리를 잡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비가 오면 논두렁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개구리를 관찰했다.


가을이면 산에 올라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하루 종일 돌 밑에 숨은 가재를 잡기도 하고. 알록달록 색이 변한 낙엽을 발로 밟아 보기도 했다. 내려오는 길엔 사람들이 쌓아 놓은 돌탑에 조심스레 작은 돌 하나 얹으며 소원도 빌어보고, 가까운 교외로 캠핑을 떠나 불을 피우고 멍을 때리다 별을 보며 잠이 들기도 했다. 추운 겨울이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과학관에서부터 생태체험관, 안전 체험관, 역사관, 박물관, 도서관에 이르는 실내로 이동했다. 아빠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니 집 주변은 1년 365일 온통 아이와 함께 놀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자연은 사계절 다양한 얼굴을 하고 언제나 두 팔 벌려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후배는 평소 많은 아이를 지켜보는데 아빠의 부재로 인해 함께 놀아보지 못한 아이들이 노는 법을 몰라 조금만 건드려도 과민하게 반응하고 그런 성격 탓에 다른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해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또 아빠의 적절한 보살핌이 없다 보니 엄마에게 의존적으로 성장하거나 충동 조절이 잘되지 않아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단다. 또 한 언론에서는 아빠가 놀아준 아이들은 남아는 남자답게, 여아는 여아답게 자라고, 창의적인 놀이를 즐기며 호기심이 계속되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하며. 장래 희망이 구체적이라고 한다.


살다 보면 부모의 상황은 항상 바뀔 수 있다. 우리처럼 생각지도 못하게 아이를 늦게 만나게 되거나 선택하지도 않은 알레르기와 마주칠 수도 있다. 때로는 갑자기 건강을 잃을 수도 있고, 직장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더라도 아빠가 되었다면 나의 상황과 자녀의 존재가치는 전혀 별개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시간이 없다거나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은 모두 핑계일 뿐이다. 집 앞 타이어 가게의 간판처럼 핑계 대지 말자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오로지 가수 김건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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